'귀 뚫린 종'이 신명기에 나온다. '귀를 뚫다' 왠지 섬찟하고 잔인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스스로 자원하여 귀를 뚫겠다는 종이 있다.

종 제도는 고대의 근동에서 성행되었다. 전쟁을 통해 이방 족속을 노예로 잡아 오거나 동족중 부채를 갚지 못하여 종으로 팔려오는 경우가 있다. 종은 희랍이나 로마 시대의 노예처럼 짐승 같이 취급되어 인권도 가치도 인정받지 못하는 신세였다. 오로지 주인만 섬기며 복종하는 고달픈 종살이다.

그런데 매 7년 마다 가난한 이웃의 빚을 탕감해 주고 종을 해방시키라는 말씀이 나온다. 6년을 충성되이 일한 종은 일곱째 해가 될 때에 해방을 받는다. 그뿐아니라 주인의 집에서 무엇이나 자유스럽게 취하여 갈 수 있게도 하였다.

그 얼마나 손꼽아 기다려온 7년 세월 이던가.
하루라도 빨리 종살이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 왜 없었겠는가!
그런데 여기 이상한 종이 있다. 한사코 주인의 곁에 남아 목숨 다 하는 그 날까지 '종신'하겠다는 종이다. 결코 '주인을 떠나지 아니하겠노라'고 한다. 그러면 하는 수 없이 송곳을 취하여 그의 귀를 문에 대고 구멍을 뚫는다. 그러면 그는 영영 그 주인의 종이되는 것이다.

왜 그랬을까? 왜 그래야 했을까?
이래서 그랬을 것이다. 이미 전장터에서 죽었을 몸, 빚 때문에 파탄나서 폐인 되었을 몸인데 거둬주어, 살아났고, 먹이고 입혀도 주었다. 그 망극한 은혜를 생각하니 도저히 그 주인을 떠나 갈 수가 없었다.

우리 생각해 보자.
허물과 죄로 죽을 수 밖에 없었는데 주님의 귀하신 보혈 흘려 구원해 주셨다.
말로 다 할수 없는 은혜를 받아 지금까지 살아 왔다.
내게 주신 모든 은혜 무엇으로 다 보답 할수 있을까?
살아도 주를 위해 살고 죽어도 주를 위하여 죽어야지 ...

영원한 종으로 귀를 뚫어야겠다.
다시 충성하겠읍니다. 떨리는 심정으로 서약을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