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 시절 주미 공사관이었던 건물을 되찾았습니다. 1891년 11월 거금인 2만5천달러에 조선왕조가 매입해서 주미공사관으로 사용했던 건물입니다. 이 건물은 1891년 미국과 수호통상조약을 맺은 조선이 주변 열강의 압박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상징적으로 담긴 건물입니다.

처음 이 건물을 되찾자는 목소리는 민간에서 나왔습니다. 김원모 단국대 명예교수가 83년에 관련 문서를 발견했습니다. 민간 운동은 교민 사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초기에 8만 달러를 모금했지만 당시 시세에는 턱 없이 부족했습니다. 한국에서 한 독지가가 150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약속을 해서 모금도 중단되었습니다. 우리 교회에서 잠시 신앙 생활을 한 적이 있는 중앙일보 박보균 편집인이 2005년 저서 “살아 숨쉬는 미국 역사”를 출판하면서 대한민국 정부에서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국가가 30억원의 구입 예산을 책정하게 되었습니다. 국가가 나섰지만 건물주와 타결이 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매입 주체를 민간 기구로 바꾸고 협상을 진행하여 이번에 매입이 성사되었습니다.

국가의 힘은 상징에서 나옵니다. 국토가 넓고, 국가 총생산액이 크고, 인구가 많고, 지하자원이 풍부해서 국력은 형편없는 나라도 있습니다. 땅 덩어리도 작고 국가 경제 규모나 인구나 자원에서 보잘 것없어도 무시당하지 않는 힘을 가진 나라도 있습니다. 나라와 민족을 하나로 묶어 주는 상징이 있기 때문입니다. 국가의 힘을 만들어 주는 상징에는 국기 같은 직접적인 상징 뿐 아니라 역사, 국가와 민족의 성공 스토리, 자부심, 국가 유공자와 희생자들에 대한 사회적인 예우 등이 모두 포함됩니다. 대한제국 공사관의 가치는 건물보다 공사관에 담긴 스토리에 달려 있습니다.

이와 같은 상징은 누가 만들고 지키고 살릴 수 있겠습니까. 정부가 아니라 국민입니다. 만약에 국민이 감격하고 흥분되지 않는 일이라면 상징으로서 가치가 떨어진다고 까지 말할 수 있습니다. 상징은 건물이나 동상 같은 물체가 아니라 상징에 담긴 스토리이기 때문입니다. 이 번에 건물 매입 소식에 기쁜 한편 허전한 감이 듭니다. 건물 매입의 부담을 대부분 민간이 졌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얼마전 손님을 모시고 마틴루터킹 목사 기념비를 찾았습니다. 거대한 화강암 조각으로 세워진 기념비입니다. 그리 바쁜 시기는 아니지만 전국에서 찾아 온 학생들과 참배객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킹 목사가 가입했던 알파파이알파에서 조도했습니다. 68년 암살 사건이 있고 알파파이알파는 수도에 기념비를 세우기로 결정했습니다. 그후 4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2011년에 제막이 되었습니다. 기념비를 세우는데 필요한 1억2천만 달러 중에서 1억8백만달러가 민간에서 모금되었습니다.

제주도에 일제 식민지 시절에 건설된 지하 기지를 한 개인이 구입해서 박물관으로 만들었습니다. 주인이 정치적인 테러의 대상이 되자 관람객이 줄었고 운영이 어려워 졌습니다. 일본의 어떤 종교기관이 제 값을 주고 구입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정부는 전혀 움직이지 않습니다. 국민들도 안타까워 하면서 정부가 해결 해 줄 것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비록 멀리 미국에 떨어져 있지만 작은 정성이라도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국가도, 가정도, 교회도 사람들의 마음, 희생, 정성을 들려주는 이야기가 담겨야 능력이 생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