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학생이 된 A군은 지난 대학 입학 당시 새롭게 알게 된 것이 있다. 수능 후 대학을 물색하고 있는데 평소 꽤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대뜸 자신에게 ○○대에 원서를 내보는게 이떻겠냐고 묻게 되면서다. 그 대학을 신학대로 알고 있던 A군이 “나는 목사 될 생각 없다”고 하자 친구는 “신학대가 아니다. 엄연한 종합대”라고 말했다. A군은 의아했다. 하지만 해당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결국 친구의 말이 맞다는 걸 알았다. “기독교인들 사이에선 꽤나 유명한 대학이고, 이름에 ‘신(神)’ 자도 들어가 당연히 신학대인 줄 알았는데 종합대라니 놀랍다.” 알고 보니 이 대학은 원래 신학대였지만 근래에 종합대로 바뀌었다.

‘종합대화(化)’를 시도하는 신학대가 늘고 있다. 이미 종합대의 면모를 갖춘 학교가 있는가 하면, 향후 이를 목표로 준비에 들어간 학교들도 있다. 이들은 현대에서 신학만으론 대학으로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 단순 ‘신학대’가 아닌 신학을 중심으로 학문의 폭을 넓혀 다방면의 인재를 양성하는 ‘기독교 대학’으로의 변모를 꿈꾸고 있다.

그러면서 ‘기대 반 우려 반’의 반응들이 나타나고 있다. 애초 신학을 기반으로 한 대학이었던 만큼 종합대화를 통해 기독교적 가치관과 비전을 보다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있지만, 기독교 정신의 변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특히 아직 국내에서 신학대의 종합대화 시도가 오래 되지 않았고, 또 이런 이유 등으로 눈에 띄는 성공을 거둔 학교가 없다는 점에서 기대보다는 걱정과 우려에 방점이 찍힌다.

실제로 한 신학대는 깊이 있는 신학 연구와 앞서가는 학교 운영 등으로 설립 후부터 꾸준히 ‘명문’으로 입지를 다져왔지만, 종합대화를 시도하면서 과거의 명성을 잃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그것이 종합대화 때문이라고 단정할 순 없으나, 신학 외 다른 학문으로 학교 역량이 분산되면서 그것이 신학 연구·교육의 질적 저하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친 것만은 분명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신학대들의 ‘종합대화’ 시도가 늘고 있다. 이에 다방면의 기독교 인재 양성이라는 기대와 함께 설립 정신의 변질이라는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상기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종합대로 바뀐 한 신학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퇴임한 한 교수는 “종합대로 바뀌어도 따로 신학대학원을 운영하는 학교라면 학문적 차원에서 신학의 퇴보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다만 신학과가 ‘많은 학과들 중 하나’가 되면서 학부의 유연성과 자율성은 제한받는 게 사실이다. 가령 해외 유명 신학자가 방한했을 때 예전 신학대 시절이라면 그를 초청해 특강을 할 수도 있었겠지만, 종합대라면 타 학과와의 형평성 문제 등으로 그게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기독교적 설립 정신의 변질을 가장 염려했다. 그는 “종합대가 되면 학생 선발이나 직원 채용 등에서 ‘기독교인’ 등의 제한을 두는 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특히 요즘처럼 기독교의 이미지가 추락했을 땐 더욱 그렇다”며 “관건은 학교가 이 문제를 얼마나 슬기롭게 극복하느냐다. 기독교 설립 정신과 실제 학교 운영 사이에서 긴장의 끈을 놓으면 안 된다”고 충고했다.

실제 종합대가 된 국내 모 신학대가 몇 해 전 정관 개정을 통해 개방이사의 자격을 기독교 교단 출신으로 제한하려 하자, 학내 구성원들이 이에 반발한 적이 있다. 신학대도 아닌 종합대에서 종교적 제한을 강화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한 신학대 관계자는 “좀 더 두고봐야 할 일이지만 미국이나 해외에선 신학대가 종합대화를 시도하다 결국 다시 신학대로 회귀한 경우도 있다”며 “외연을 넓히면 좋지만 그러다 보면 자칫 구심력이 약해질 수 있다. 신학대의 종합대화가 성공하려면 그 구심력인 신학을 보다 확고히 할 수 있는 방편을 고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종합대화를 시도한 신학대를 지금 판단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다. 우선 그 시도 자체가 그리 오래 되지 않았고, 아직은 학교들이 정관 등을 통해 기독교적 정신을 분명히 못박고 있기 때문이다.

한 신학대 관계자는 “신학대들도 종합대화를 시도하면서 나타나게 될 부작용들을 염두에 뒀을 것이다. 그렇기에 신대원을 따로 운영하는 등 대비를 한 것”이라며 “그리고 오늘날과 같은 문명화된 시대에 신학 하나만으로는 문제가 있다. 그런 점에서 종합대화는 신학대에 있어 분명한 도전적 영역”이라고 말했다.

신학대 총장을 역임한 한 신학자는 “종합대로 가는 것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기독교 학문은 매우 광범위하다. 하나님의 말씀을 올바로 가르치고 그것을 학문의 전 영역에 적용해야 한다. 그래서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학문에서 기독교의 정신을 구현해야 한다”며 “다만 변질이 문제다. 기독교적 학문을 끝까지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