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자연보호협회 소속의 한 과학자가 발표한 연구가 눈길을 끈다. 미국인들은 구입한 음식물의 대략 절반 가까이를 쓰레기로 버린다고 한다. 그 양을 합하면 연간 1,650억 달러에 이르고 그 중에서 15%의 낭비만 줄여도 2500만명을 먹여살릴 수 있는 양이 된다고 한다. 전혀 실감이 나지 않는 수치를 조금 바꾸어 보면 미국은 한 가구당 매년 2,275달러의 손해를 보고 있다. 꼭 필요해서 먹을만큼만 사면 연봉이 4천달러(Tax를 뺀 소득이 2,275달러라면)쯤 오른다는 뜻이 된다. 중국과학원이 작년에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중국에서 버려지는 음식의 양은 매일 약 3억인분에 이른다고 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는 2005년을 기준으로 할 때에 5초마다 10세미만의 아동이 한명씩 굶어죽고, 하루에 10만명의 사람이 굶어죽는다는 보고를 한 적이 있다. 그리고 지구의 다른 한쪽에서는 기아로 고통받는 사람이 약 10억명을 넘어서고 있다. 세계적인 기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품종을 개량하고 DNA를 조작하고 있지만, 빈곤과 기아의 문제는 농업생산력의 문제라기 보다는 분배의 문제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강건너 불구경에 지나지 않던 식량문제가 미국을 강타했다. 50년만에 최악의 가뭄으로 기록되고 있는 이번 대가뭄으로 옥수수 수확량이 최대 80%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이제 부페식당에 가면 한쪽에서 스테이크를 구어서 일일이 조금씩 나누어주듯이, 앞으로는 옥수수를 한 국자씩만 덜어주는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문제는 옥수수에서 그치지 않는다. 세계의 3대 곡물인 옥수수, 콩 그리고 밀은 미국이 전세계에서 필요한 양의 40%를 생산하고 있다. 과거 미국과 소련이 제3차 세계대전을 운운하면서 긴장이 감돌던 시기에도 소련인들의 밥상에는 미국산 옥수수와 밀이 올라갔었다. 미국은 엄청난 힘을 자랑하는 공업국이지만 사실 전세계인의 밥상을 책임지고 있는 농업국이다. 미국의 힘이 경제력이나 군사력 뿐만 아니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곡물생산에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이미 옥수수와 밀의 가격은 30%이상 올랐다. 농업부문에서 시작되어 전체적으로 물가가 치솟는 소위 애그플래이션 (ag-flation) 현상이 시작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비싸진 옥수수를 좀 덜 먹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옥수수는 동물의 사료로 이용될 뿐만 아니라 연료를 만들거나 각종 다양한 제품에 들어간다. 우리가 마트에서 볼 수 있는 가공식품들 중에서 무려 2,500개 이상의 제품에 옥수수가 들어간다. 사료값이 오르면 모든 육류가격이 오르게 된다. 곡물가격의 상승은 단지 전주곡에 지나지 않는다.

곡류는 선물시장이라는 곳에서 거래가 되는데 대략 3-6개월의 시차를 두고 가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현재의 예상처럼 가뭄이 10월말까지 이어진다면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엄청날 것이다. 미국에 있는 우리들이 10-20% 오른 물가를 감당하는 동안에 굶어죽는 인구는 2-3배로 늘어나게 된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가난한 이웃을 더욱 돌아보아야 할 때이다.

칼럼리스트 하인혁 교수는 현재 노스캐롤라이나 주에 있는 Western Carolina University에서 경제학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Lifeway Church에서 안수집사로 섬기는 신앙인이기도 하다. 그는 연세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1991년도에 미국에 건너와 미네소타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앞으로 하인혁 교수는 기독일보에 연재하는 <신앙과경제> 칼럼을 통해 성경을 바탕으로 신앙인으로써 마땅히 가져야 할 올바른 경제관에 대해서 함께 생각하고 삶 가운데 어떻게 적용해 나가야 하는지를 풀어보려고 한다. 그의 주요연구 분야는 지역경제발전과 공간계량경제학이다. 칼럼에 문의나 신앙과 관련된 경제에 대한 궁금증은 iha@wcu.edu로 문의할 수 있다"-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