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월) 오전 개최될 예정이던 애틀랜타성경대학 정기총회가 오는 30일(목) 오후 5시로 연기됐다. 이날 총회를 위해 모인 참석자가 너무 적었기 때문이다. 총회는 임원진과 교수진, 이사 등이 참석 대상이지만 이날 모인 사람은 5명에 불과했다.

이미 지난달 초와 말, 두 차례에 걸쳐 연기됐던 정기총회가 다시 한번 미뤄지는 모습을 보며 기자는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기자는 성경대학 45기 졸업생으로 지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강의를 들었다. 당시 성경대학은 김근태 학장의 헌신적인 섬김과 함께 화요 저녁반에 이어 목요 오전반과 통신과정을 증설하고 청지기훈련 및 공개강좌, 동문 모임을 진행하는 등 활기를 띄었다. 매 수업에는 10여명이 넘는 학생들이 열의를 갖고 참석했으며 외부 행사는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참석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그로부터 채 2년이 지나지 않은 지금 성경대학 수업을 듣는 학생은 당시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 수업을 찾는 학생도, 정기총회를 찾는 교수진도 없어진 성경대학은 언제부터 표류하게 된 걸까.

성경대학은 교회협의회 산하 기관으로 1986년 설립됐다. 성도들에게 ‘올바른 신학에 근거한 뿌리 깊은 신앙의 기초’를 제공한다는 취지였다. 이사진은 70여 개에 이르는 교협 소속 교회 담임 목사와 평신도로 구성돼 있다.

따라서 성경대학이 활성화 되려면 좋은 교수진과 강의를 갖추고 지속적으로 교협 산하 목회자들과 교류해야만 한다. 학생 모집에 있어 목회자들의 추천만큼 효과적인 것은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목회자들이 성도들을 교회 성경 공부가 아닌 성경대학으로 인도하게 하려면 성경대학 측은 적극적으로 목회자들을 교수로 선임하거나 홍보를 요청해야 하는 입장이다. 그런데 이런 협력관계가 부족해 보인다.

새로운 임원진들과 함께 출발한 성경대학은 2010년 8월부터 2012년 7월까지 총 17개 강의를 진행했다. 이중 성경대학 임원진이 7개(41%) 강의를 맡았고 이 외 교협 소속 목회자 교수는 3개(17%) 강의를 진행했다. 특히 2012년 들어서는 마지막 4개 강의가 모두 임원진에 의해서만 강의돼 점차 관심을 잃어가는 모양새다.

행정체계 역시 아쉬움이 남는다. 여러 행사, 특히 정기총회와 같은 중요 행사를 갖기 위해서는 다양한 측면의 홍보 수단을 활용해야 한다. 대학 측은 신문 광고와 이메일을 통해 알렸다고 한다. 하지만 참석 대상자들이 매일 같이 모든 언론의 신문 광고를 확인할까? 적어도 행사 순서를 맡은 이들에게 전화했다면 순서를 맡은 이가 연락도 없이 총회에 오지 않는 일은 없을 것이다.

기자는 매일 여러 언론을 확인하지만 지난 2년간 성경대학 광고를 접한 것은 몇 번 되지 않았고 먼저 행사에 대한 연락을 받은 적도 없다. ‘동문’으로서 행사에 관한 이메일을 받은 경우 또한 없다. 더군다나 취재를 위해 임원진에게 확인하려면 수 차례나 전화를 해야만 통화가 가능했다. 과연 성경대학에 대한 문의는 제대로 받을 수 있었을지 의문이 든다.

혹자는 재정이 없어 행사를 진행하기 힘들다고도 했다. 물론 성경대학은 탄탄한 재정 기반이 갖춰지지 않았다. 하지만 성경대학에는 좋은 취지를 갖고 설명하면 함께할 수 있는 동문들이 있다. 실제로 성경대학 행사 당시 이 같은 점을 지적한 동문들도 있었다. 기자가 출석할 당시에도 수 많은 평신도들이 자발적으로 후원금을 냈다. 성도들은 아무리 형편이 어려워도 비전이 있는 곳에는 헌금을 아끼지 않는다. 적어도 기자는 ‘하나님의 일은 돈을 보고 하는 것이 아니고 하나님의 일을 하면 하나님께서 그것을 채워 주신다’고 알고 있다.

강산이 두 번 변한다는 20여 년 동안 성경대학의 길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때로는 2~3명의 학생들만 등록한 적도 있고 장소가 여의치 않아 강의 장소를 옮겨 다닌 적도 있다. 하지만 소망을 갖고 헌신 해온 목회자들과 후원자들, 그리고 이를 통해 수학한 동문들의 기대와 기도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자랑스러운 성경대학의 ‘동문’으로서 기자는 이제 성경대학이 나침반을 찾아 순항할 수 있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