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중에 한 대학원생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호텔경영학을 전공하는 학생이었는데, 졸업후에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만한 제법 큰 호텔에서 매니저로 일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그런데 호텔의 특성상 주일에 근무를 해야만 했다. 신앙심이 깊었고, 교회봉사에 누구보다도 열심이었던 그 학생의 입장에서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교회봉사를 줄여야 할 뿐만아니라 주일성수도 어려운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일요일(주일)에 일을 해야하는 직장에 들어가는 것이 옳을까?

안식일을 지켜 거룩하게 하라는 지상명령을 모르는 기독교인은 없다. 물론 원래 안식일은 일요일이 아니라 금요일에 해가 진후부터 토요일에 해가 지기 전까지를 말하기 때문에 문자 그대로의 “안식일”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교파도 있다.최근에는 토요일 저녁과 주일오전에 두번 예배를 드리면서 교인들에게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교회들도 늘어나고 있다. 주일에 불가피하게 예배를 드릴 수없는 경우에는 토요일에라도 예배를 드리는 것이 낫겠지만, 이렇게 타협을 하기 시작하면 안된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한국에서는 아직도 주일 저녁예배를 드리고 있지만, 이미 많은 교회들이 저녁예배를 취소하거나 오후 3-4시경에 예배를 드림으로써 집이 멀리 떨어져 있는 교인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미주지역에서는 주일저녁예배를 드리는 교회를 찾아보기 쉽지않다.

주일예배를 정확히 언제 그리고 몇번을 들여야 하는지에 판단은 신학을 전공한 목회자들에게 맡기려고 한다. 그보다는 안식일을 지키라고 하신 뜻을 새겨보는 편이 나을 것이다. 초기농경문화시대에는 한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서 예배를 드리는 일이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경제구조가 복잡해지고 서비스업의 비중이 증가하면서 문제는 전혀 다른 양상을 띠게 된다. 만약에 반드시 모든 사람들이 일요일 10-12시에 예배를 드려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사회는 대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다. 신앙심이 좋은 경찰관은 일요일에 근무를 설 수가 없고, 119의 전화를 받을 사람도 없다. 집에 불이나도 도와 줄 소방관이 없다. 기온이 100도를 넘나드는 여름철에 전력생산을 위한 발전기를 돌릴 사람도 없어서 우리는 에어콘을 켤 수도 없게 된다. 일요일 아침에 모든 주유소가 문을 닫는다면 전날에 개스를 사지 못한 사람들은 교회에 올 수도 없게 된다. 토요일에 호텔에 투숙한 손님들은 일요일 아침이 되면 대략 난감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복잡한 현대사회에서는 누군가는 일요일에도 일을 할 수밖에 없다.

혹자는 그런 일들은 전부 교회에 다니지 않는 사람들에게 맡기면 된다고 주장한다. 이 문제를 개인적인 선택으로 이해한다면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우리는 그들의 희생 위에서 우리의 신앙을 지키게 되는 것이고, 세상끝까지 복음을 전하려는 우리의 사명은 자가당착에 빠지게 된다. 나는 당신이 예수를 믿고 주일에 교회에 나와서 예배를 드리기를 원하지만 그때까지는 나를 대신해서 일요일에도 일을 하시오! 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우리는 정말 세상 모든 사람들이 예수를 믿게 되기를 바라고 있나? 다른 사람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우리가 앞장서서 해야하는 것이 아닌가? 남들도 다 쉬는 밤에 야근을 하고 일요일에도 일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안식일이 누군가에게는 화요일이나 목요일이 될 수도 있다. 일요일에 예배를 참석했다는 이유만으로 안식일을 지켰다고 말할 수 있나? 날짜나 형식보다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 예수님께서 지적하고 싶으셨던 것도 이점이 아닐까?

칼럼리스트 하인혁 교수는 현재 노스캐롤라이나 주에 있는 Western Carolina University에서 경제학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Lifeway Church에서 안수집사로 섬기는 신앙인이기도 하다. 그는 연세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1991년도에 미국에 건너와 미네소타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앞으로 하인혁 교수는 기독일보에 연재하는 <신앙과경제> 칼럼을 통해 성경을 바탕으로 신앙인으로써 마땅히 가져야 할 올바른 경제관에 대해서 함께 생각하고 삶 가운데 어떻게 적용해 나가야 하는지를 풀어보려고 한다. 그의 주요연구 분야는 지역경제발전과 공간계량경제학이다. 칼럼에 문의나 신앙과 관련된 경제에 대한 궁금증은 iha@wcu.edu로 문의할 수 있다"-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