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안팎의 경제가 수상하다. 대경기침체 (Great Recession)이라고 불렀던 지난 위기는 공식적으로는 2007년 12월에 시작해서 2009년 6월에 끝났다. 경기가 바닥을 치고 올라가기 시작한지 벌써 3년이 지난 것이다. 하지만 경기는 아직도 진정한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경기가 하강하기 훨씬 전이었던 2006년 6월에 미국의 주택가격은 절정에 달했고, 그 이후로 주택시장은 거품이 꺼지면서 가격이 급격히 하락했다. 경기침체의 서곡이었던 것이다. 그 이후로 주택가격이 평균적으로 무려 35%나 떨어졌지만, 아직도 그 바닥을 알 수 없다.

2008년도에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고 뉴욕타임즈에 컬럼니스트로 활약하고 있는 폴 크루그먼이라는 경제학자는 우리는 이미 장기침체 (depression)에 빠져있다고 진단하면서, 신속하게 이에 대처해야 한다는 위기론을 들고 나왔다. 경기가 회복되지 못하면서 실업율이 8%이상을 웃도는 현상은 경기침체라는 말로밖에는 설명할 수 없다. 1930년대의 대공황 중에는 실업율이 25%에 이르렀지만, 지금과는 경제구조가 많이 달랐기 때문에, 지금의 상황이 그 당시와 흡사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1990년대에 미국은 10년동안 소위 황금기를 맞았었다. 미국을 맹추격하던 일본이 장기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구소련의 붕괴로 독보적인 세계 1위의 자리를 굳히고 초강대국의 위상을 떨치던 시기였다. 실업율은 4% 대에 머물면서 완전고용수준이었고, 고등학교 졸업장을 가지고도 직장을 구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팍스아메리카나 (Pax Americana)를 외치면서 모두가 미국으로, 미국으로 몰려들었다. 미국의 대학들은 거의 전분야에서 세계최고의 자리에 올랐고, 미국의 선진기법을 배우기 위해서 경영대학원으로 몰려드는 외국학생들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았다.

그런 호황을 누리면서도 미국의 국가부채는 꾸준히 증가했다. 최상위 소득계층에 대해서도 소득세율을 대폭 낮추었다. 대부분의 유럽에서는 50%가 넘는 소득세율이 미국에서는 35%에도 미치지 않는다. 많은 스포츠 스타들이나 영화배우들이 절세의 목적으로 미국으로 국적을 바꾸기도 했다. 역사적으로 미국에서도 한때 소득세율이 90%를 넘어간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한편 중동지역에서 끊이지 않는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서 군비를 늘렸고, 국내에서는 각종 사회보장으로 정부의 지출은 늘어만 갔다. 이미 국내총생산 (GDP)의 100%를 넘어간 미국의 국가부채는 어제 오늘에 생긴 일이 아니었다. 미국 연방정부가 지고 있는 채무는 현재 15조달러가 넘는다. 더우기 소시얼 시큐리티와 매디캐어를 합치면 무려 65조달러을 부담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일자리는 줄고 국가적으로 부양해야할 노령층은 늘어나면서 미국이라는 거대한 배는 표류하고 있다.

미국 뿐만아니라 소위 선진국들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근본적으로 모두 같다. 풍부할 때에 아끼지 못했다. 7년 풍년기간 동안에 앞으로 닥칠 7년 흉년을 대비하지 못한 것이다. 주일학교 시간에도 빠짐없이 등장하는 성경의 이야기를 어른들은 모르고 있었다. 대통령의 임기가 4년이어서일까? 잘해야 재선까지 밖에는 기회가 없기 때문일까? 모두가 근시안적인 시각으로 좁혀져 있다. 진정으로 국가의 백년대계를 세우려는 노력을 찾아보기 힘들다.

준비가 되어있지 않더라도 흉년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올해는 가뭄이라는 재앙까지 함께 왔다. 그동안 저축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살던 미국민들의 저축율이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6%까지 올라가는 듯하다가 이내 다시 떨어지고 있다. 우리는 아직도 교훈을 배우기에는 멀었나 보다. 사회보장을 약속하는 국가에 대한 국민의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는데 국가는 점점 가난해지고 있다. 이것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촌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