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만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공범자다. 설령 목사에게 다소 문제가 있더라도 그걸 정화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있다면 문제는 커지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한국교회에는 그런 시스템이 없다. 목회자 윤리만 강조해서 될 게 아니라는 얘기다.”

CBS 기독교방송은 28일 저녁 특집 프로그램 ‘한국교회에 묻는다’를 마련, ‘이 시대 목회자는 무엇인가’를 주제로 토론했다. 유경재 목사(안동교회 원로), 허상봉 목사(동대전성결교회), 이진오 목사(더함공동체교회), 신흥식 장로(언덕교회), 정현숙 사모(북서울꿈의교회)가 패널로 나섰다.

이들은 지금 한국교회가 처한 위기의 많은 부분이 목회자에게 있음을 확인했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자질 없는 목회자를 배출한 신학교육과 교회 및 교회 상위기관의 치리 미숙 등 전반적 시스템의 부재에 있음을 지적했다.

유경재 목사는 “신학교가 인성과 목회적 소양을 갖춘 목회자를 양성해야 함에도 교세 확장이라는 것 때문에 함량 미달의 목회자들을 양산하고 있다”며 “목회자들에게 예언자와 제사장, 그리고 왕의 기본 직무를 감당할 수 있는 전문성이 없다”고 꼬집었다.

정현숙 사모 역시 “개혁주의의 본산인 네덜란드 신학교가 학생들이 없어 문을 닫는다. 사실 유럽에서 목회자는 중산층 이상의 삶을 살 수 있다. 그런데도 목회자가 되려 하지 않는다. 그 만큼 그 삶이 어려운 것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라며 “지금 우리나라에선 목사들이 너무 많다. 유럽처럼 삶이 보장되지 않는데도 말이다. 목회자의 삶을 고난과 열결시키기보다 성공과 연결짓기 때문이다. 너무 성공지상주의가 만연해 있다”고 분석했다.

교회 상위기관들인 노회와 총회의 문제점도 지적됐다. 이진오 목사는 “비인가 신학교가 난립하고 무분별한 목사안수가 행해지는 것은 한국교회 시스템의 문제”라며 “개교회의 거룩성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노회와 총회가 그 기능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현숙 사모는 “개교회 목회자가 잘못을 하면 노회나 총회가 그것에 대해 올바른 판단을 내려야 하는데도 같은 목회자라는 연대의식 때문인지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며 “보다 객관적인 제3의 치리기관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유경재 목사도 “한국교회 전체를 위기에 빠뜨릴 만한 잘못을 범한 목회자는 다시 교회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며 “성경이 용서를 말하지만 공동체를 위협할 수 있는 죄는 단호히 잘라냈다”고 강조했다.

한편 허상봉 목사는 “오늘날 교회를 너무 비관적으로만 보지 말았으면 한다. 여전히 희망이 있다”면서 “지금도 알지 못하는 곳에서 묵묵히 헌신하는 하나님의 사람들이 있다. 이들에게 기대를 걸고 그들을 향한 박수도 좀 보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