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한국에 한 중년 내외가 방문했습니다. 바로 ‘결혼을 과학의 경지에 올려놓은 사람’이라는 닉 네임을 가진 세계적인 부부치료 전문가로 알려진 존 가트맨과 줄리 가트맨 부부입니다. 현재 워싱턴대학의 심리학과 석좌교수로 있는 카트맨 교수 내외는 이미 60대 중반을 넘어선 분으로 미국 내에서도 이미 수 많은 가정들을 회복시킨 것으로 유명합니다. ‘아웃라이어'(Outliers)의 저자 말콤 글래드웰은 '부부싸움 첫 3분만 봐도 그 부부가 이혼할지 96%의 정확도로 예측하는 사람'이라고 두 사람을 평가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 두 사람에게 왜 한국에 왔냐는 질문에, OECD 전체 34개 국가 중, 행복지수 32위, 게다가 이혼율 1위인 한국에 '불 끄는 소방관이 될 작정으로 달려왔다'는 것입니다. 솔직히 사실을 부정할 순 없지만, 그들의 방문 목적이 썩 기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 부부는 지난 36년간 3,000쌍이 넘는 부부를 연구하고 실험해 체계적인 [관계치료법]을 개발했는데, 이들의 치료 워크숍에 참여해온 부부 중 86%의 관계가 호전되었고, 이후에도 그들의 부부 관계가 성공적으로 지속되었다는 통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가트맨 부부는 부부문제를 꼭 자녀들과 연결시켜 얘기합니다. “우리도 너무 극단적인 경우엔 이혼을 권하지만, 본인들의 불행한 결혼생활 자체보다 이혼은 아이들에게 너무 큰 상처가 되기에, 아이 앞에서 싸우지만 않는다면 헤어지지 말라”고 권합니다. 당신 가족은 어떠냐고 묻자 “가능하면 같이 식사를 하면서 여러 얘기를 한다”고 합니다. 물론 그 얘기는 심각하거나 논리적인 얘기가 아니라, 정서적인 공감의 얘기라고 언급합니다. 이는 부부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대화이며, 공감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부부간과 가족 구성간의 공감의 대화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무엇이냐고 묻자 “우리는 딸이 네 살 때 TV를 끈 후, 다시는 켜지 않았다”고 하면서, 무의미한 TV시청이나 습관적인 컴퓨터 몰입 등은 가장 전형적인 사례임을 얘기합니다. 쉽게 말하면, 온 가족이 함께 모였는데 각각 아빠는 TV보고, 엄마는 컴퓨터하고, 큰 아이는 게임하고, 작은 아이는 아이폰 하는 것과도 같다는 것입니다. 그는 한국사회를 진단하기를, “미국도 지난 60년 동안 심각한 가정해체를 겪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는 상당히 빠릅니다.”

"한국의 급격한 경제발전은 이혼율의 상승을 가지고 왔는데, 경제적 안정은 윤택한 삶의 질은 높였지만, 스스로의 정체성 혼돈과 역할이해 부족으로 가정의 구심점을 잃게 하였습니다. 무엇보다 부부 위기의 원인은 대부분 부부사이의 내면의 문제와 사회에서부터 오는 스트레스이지만, 정작 문제는 그것을 푸는 방법을 전혀 모른다는 것입니다.” 또 이들에 따르면, 부부관계의 최대 위기는 첫 아이가 태어난 후인 3년 안과, 황혼기인 결혼 후 30년 즈음에 발생하는데, 이때 70% 이상의 부부가 불행하다고 답한다는 것입니다.

즉,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시작과 마지막이 만만치 않습니다. 게다가 이같이 준비되지 않거나 성숙하지 않은 부모들에 의해 겪는 고통의 피해자는 본인들이 아니라, 그 자녀들이라는 것입니다. 심리치료사인 그의 부인 줄리 가트맨 박사는 "부모가 싸우면 소변검사를 통한 아이들의 스트레스 지수가 눈에 띄게 올라간다"며 "부부의 미성숙한 모습은 아이들의 감정발달뿐 아니라 지능발달에도 악영향을 끼친다"고 말합니다. 하나님이 선물로 주신 자녀를 그분의 뜻대로 바르게 양육하는 부모가 되어가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음입니다.

실제로 가트맨 박사 본인도 불행한 결혼생활로 아픔을 겪었고, 이것이 ‘관계’에 대한 연구의 실제적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는 말합니다. “우리들은 머리는 좋을지 몰라도 관계에 있어선 백치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누구도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았으니까요. 연구결과, 행복한 부부들은 열정과 로맨스보다는 돈독한 우정(friendship)을 보였고, 갈등 상황에서 서로에게 훨씬 관대했습니다. 반면 불행한 부부들은 문제를 가능한 한 미루고, 하고 싶은 말을 그대로 다 쏟아내거나 한쪽이 다른 한쪽을 완전히 누르려는 경향이 많았습니다.”

이번 주말 한성열교수님을 모시고, 가정세미나를 갖고 있습니다. 이번 강의는 먼저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부모가 된다는 것’과 ‘여자의 인생’과 ‘남자의 인생’으로 각각 나누어 오늘을 살아가는 자신의 정체성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토요일 아침과 주일 예배는 ‘관계’에 대한 기초 강의를 듣게 됩니다. 사실 어느 누구도 연습을 하면서 인생을 사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야말로 본 적도 배운 적도 없이 내 맘, 내 식대로 살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늘 가장 큰 아픔과 미숙함은 ‘관계의 부적합함’이었던 것입니다.

지난 시간, 제 스스로에게 놀라는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제가 사람에 대해서 너무도 모른다는 것과 또 하나는 그런데도 불구하고 사람에 대해서 배우려고 하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자, 여러분은 여러분의 배우자와 자녀들을 잘 아시나요? 그리고 배우려고 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