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우리나라에서 암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매년 7만 명에 이른다. 사망자 100명 중 28명이 암으로 세상을 떠난다. 사망원인으로는 단연 1위다. 암환자 사망률은 해마다 늘어 10년 전보다 25% 정도 증가했다. 형편은 다른 나라도 비슷하다. 미국의 경우 2009년 148만 명이 암진단을 받았다. 하루 4천 명꼴이다. 특히 아이들의 암 사망률이 증가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30년 사이 소아암 발병률은 20%가 넘게 늘었다. 도대체 왜 그럴까?
생물학자 샌드라 스타인그래버는 이 의문을 풀고자 한다. 그리고 그동안의 상식을 뒤집고 정확한 대처의 필요성을 역설코자 한다. 저서 '먹고 마시고 숨쉬는 것들의 반란'을 통해서다. 암에 대한 일반의 상식은 이렇다. 암은 가족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부모가 암으로 사망했을 경우 자식도 유전적 영향을 받아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거다. 유적의 영향을 넘어서는 술과 담배가 암의 주범으로 지목되곤 한다.
하지만 저자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대다수 사람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암 발생에서 유전의 영향은 얼마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술, 담배에 대해서도 머리를 흔든다. 그렇다면 술, 담배를 전혀 하지 않는 아이들이 왜 그렇게 암에 걸리느냐고 묻는다. 강과 바다에 사는 물고기들이 암에 걸리는 이유는 또 뭐냐고 묻는다.
저자의 주장은 암은 유전의 문제가 아니라 환경의 문제라는 데로 압축된다. 그가 한 사례로 실험한 결과는 이렇다. 강과 호수, 하구의 바닥에서 추출한 물질을 건강한 물고기에 칠하고, 알에 주입하고, 어항에 넣어봤다. 그랬더니 현저한 수의 물고기들이 암에 걸렸다.
실제로 전 세계 바다 어류가 겪는 간암은 오염 화학물질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물고기가 이럴진대 그 어류를 먹는 인간은 어떻겠느냐는 거다. 설사 물고기를 먹지 않더라도 물과 흙과 공기와 음식이 유해물질로 오염돼 있는 세상에서 암환자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지사라고 강조한다.
알고 보면 이는 자업자득이다. 자연을 화학물질로 뒤범벅 해놓은 게 다름 아닌 인간 아닌가. 정체조차 제대로 알 수 없는 온갖 발암물질은 입과 코와 눈과 피부를 통해 인체에 유입되고 이는 우리를 서서히 죽음의 세계로 이끈다.
저자는 두꺼운 침묵으로 둘러싸인 암과 환경의 숨은 관계를 탐색한다. 자신이 스무 살 때 암에 걸려본 바 있어 설득력은 더하다. 보통의 경우 암은 가족력과 개인습관의 결과로 치부한다. 다시 말해 개인책임으로 돌리고 마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가족이란 염색체를 공유하는 집단이기도 하지만 환경을 공유하는 집단이기도 하다"고 환기시킨다. 암에 관해 추적할 때 혈통과 행동양식에만 집중하면 암이란 퍼즐에서 우리가 어떻게 손 쓸 수 없는 한 조각에 얽매이게 된다는 것이다.
이제는 개인의 유전과 습관을 넘어 환경적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번 저서는 그동안 유전과 생활방식이라는 틀에 갇혀 보지 못했던 '암과 환경의 복잡미묘한 관계'를 깊이 있게 천착한다. 예를 들어 소아암 환자가 급증하는 이유는 이렇다. 아이들이 암에 걸린 원인을 단순히 유전이나 생활습관 탓으로 돌리는 건 누가 봐도 무리다. 담배를 피우지도 않고, 술도 마시지 않으며, 스트레스받는 직장에 다니지도 않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어른보다 더 많이 숨 쉬고, 먹고, 마신다. 성인보다 몸무게 대비 2.5배 더 많은 물을 마시고, 3-4배 더 많은 음식을 먹으며, 2배 더 많은 공기를 들이쉰다. 이런 아이들이 화학물질로 오염된 공기, 음식, 물을 섭취하고 흡입하면 암에 걸릴 확률은 그만큼 높아진다.
저자는 환경의 중요성을 다음의 한 사례로 웅변한다. 이를 보면서 우리의 한강과 낙동강 등 강과 바다는 어떨까 궁금해진다. "미시시피 강 입구에 펼쳐진 멕시코 만 물속에는 메릴랜드 주 크기만 한 데드존이 있다. 합성비료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다. 비료는 질소를 공급해 옥수수를 더 빨리 자라게 한다. 이 비료가 빗물을 따라 도랑으로 흘러들어 가고, 도랑이 시내로 이어지고, 시내는 강이 되고, 강은 바다로 가면서 해조류와 같은 효과를 야기한다. 해조류가 무성하게 자라면 바다 공간 내 산소를 다 빨아들이고 그 안에 있는 모든 생명은 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