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진관동에 위치한 은평제일교회 심하보 목사. 그는 성도 2천여명의 교회를 담임하고 있다. 31년 전인 1981년 7월 교회를 개척해 지금에 이르렀다. 2년 전엔 누가 봐도 멋진 새 예배당을 지었다. 그래서 남들 눈에 그는 ‘성공한’ 목사다. “교회가 크다고, 교인수 많다고 성공한 거냐”라고 묻는 이들에겐 물론 예외다. 하지만 31년이라는 시간 동안 맨손으로 시작해 이만큼 교회를 키운 건, 분명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교회가 부흥 않는 건 다 목회자 때문"

그의 교회개척 스토리를 풀자면, 과장을 조금 보태 ‘이 세상에라도 두기에 부족할’지 모르겠다. 그만큼 그에겐 ‘하늘을 두루마기 삼고 바다를 먹물 삼아도’ 다 기록할 수 없을, 하나님과의 추억이 있다. 굶기도 숱하게 했던 개척교회 시절, 그보다 더한 굴욕과 비참함의 시간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덮고도 남을 기적의 체험, 이어진 부흥…. 이를 한 마디로 요약해 달라 했다.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그는 말했다. “죽기 살기로 했다”고.

얼마 전 생을 마감한 ‘애플 신화’ 스티브 잡스는 “단순한 것이 가장 위대한 것”이라는 기가 막힌 명언을 남겼다. 심 목사 역시 그랬다. “죽기 살기로 하면 다 된다”니, 그 단순함이 기가 막히지 않은가. 무엇을 물어도 대답의 끝은 항상 “죽기 살기”였다. 진짜 죽었다가 살아난 사람처럼, 그는 확신에 차 있었다. “교회가 부흥하지 않는 건 다른 것 때문이 아니라 다 목회자 때문”이라는 단언도 이 확신 때문이다.

교회 안팎으로 대형교회를 보는 눈이 곱지 않아도 그는 당당하다.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는, 그야말로 “죽었다가 살아난” 흔적이 그 영혼 구석구석에 박혀 있기에 그렇다.

“밖에서 보면 다 쉬워보인다. ‘7, 80년대, 전봇대에 ‘○○교회 여름 성경학교’라고만 붙여도 사람들이 몰려 들던 그런 시대였는데, 누군들 교회 부흥 못 시켰겠느냐’고들 한다. 하지만 대형교회 목사들 중에는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없다. 왜? 그들은 직접 겪었으니까. 그 때나 지금이나 교회를 키우는 건 매한가지로 어렵고, 죽기 살기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아니까.”

“대형교회 비판만 하면 안돼… 장점 배워야”

그래서 대형교회가 되면 무엇이 좋은가, 그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간단했다. “개척교회가 할 수 없는 일을 대형교회는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100명이 모인 교회 100개가 모이면 1만명이다. 그럼 그 규모에 맞는 일을 할 수 있을까. 못한다. 결국 서로 다른 교회기 때문이다. 하지만 1천명의 교회는 그들이 못한 것을 할 수 있다. 하나의 힘이기 때문이다. 이게 대형교회의 필요성이자 그런 교회를 담임하는 내 보람이다. 작은 교회들은 그들의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에도 바쁘다.”

심 목사는 매일이 “죽고 다시 사는” 체험의 연속이라고 했다. 새벽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밤 하늘 별빛을 따라 집으로 향하는 순간까지 그는 수많은 영혼을 찾아 말씀을 전하고 기도하며, 상처를 만진다고 했다. “어찌 내 힘만으로 다 할 수 있는 일이겠나. 항상 두렵다. 그래서 기도한다.” 대형교회 목사인 그의 삶은, 남들이 비아냥대듯 좋은 집에 살고, 좋은 차를 타는, 그래서 삶이 그저 쉬워만 보이는 그런 류의 것이 아니었다.

“비판만 하는 사람치고 잘 되는 사람 보지 못했다. 대형교회, 물론 좋지 않은 모습이 있다.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배울 만한 부분들도 많다. 나쁜 점을 지적해야 하지만 그 전에 장점을 배우는 것이 먼저 아닐까. 그렇게 좋지 않은 것은 버리고 좋은 것을 취하다 보면 발전이 있고, 그런 식으로 한국교회도 진보해 가는 것이다.”

개척교회, 죽기 살기로 달려들면 부흥

요즘 날마다 들리는 한국교회 위기론도, 심 목사는 이런 이유로 거부했다. 나쁜 점보다 잘한 일이 몇 배 더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잘못한 것만 부각되는 것은 그만큼 교회가 세상과 가까이 있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전쟁터에선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한다. 적이 멀리서 담뱃불을 보고 총을 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세상은 전쟁터다. 그런 곳에서 빛이 되려는 교회가 총을 많이 맞는 건 어쩌면 당연할 일일 수 있다.”

그는 대형교회를 꿈꾸진 않았다. “이제 목회하면 다른 일을 할 수 없으니 돈을 못 벌 거다. 그러니 굶을 수도 있다. 할 수 있겠나?” 심 목사가 31년 전 교회를 개척하며 어린 두 아들, 그리고 아내에게 했던 말이다. 대형교회는커녕 당장의 먹고 살 것을 붙들고 하나님께 매달려야 했던 그 때…, 그리고 이후 매순간이 그랬다. 그렇게 고비를 넘기며 지금에 이르렀다. “돌아보니 대형교회가 되어 있었을 뿐, 대형교회를 위해 달리진 않았다.” 그의 고백이다.

이제 받은 것을 돌려줘야 할 때라고 심 목사는 말했다. 옛날의 그처럼 어렵고 힘들지만 하나님만 바라보며 가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고 했다. 그가 최근 선교사들을 돕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은평제일교회는 새로 지은 예배당에 선교사들을 위한 게스트 하우스 두 곳을 마련했다. 해외 오지에서 사력을 다하고 돌아온 선교사들을 위한 공간으로, 그들에게 무료로 제공된다. 수십 차례 해외를 돌며 선교사들의 생활상을 직접 목격한 심 목사가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마련한 안식처다. 해외 선교 현지에 교회도 지었다. 앞으로 외국인 목회자들을 한국에 불러 한국교회의 부흥을 체험케 하고 그들로 하여금 한국적 복음을 세계에 전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도 했다.

“성(城)을 도는 것은, 곧 움직이는 것이다. 앞에 놓인 성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기도로 움직이고 전도로 움직여야 한다. 움직이지 않고 무엇을 하려고 하면 안 된다. 죽기 살기의 정신으로 달려 들어야 한다.” 그가 개척교회 목회자들에게 전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