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회에 걸쳐 욥기설교를 마쳤습니다. 중간중간, 어쩌자고 이렇게 힘든 성경을 선택했는지에 대해서 후회도 많았는데, 마치고 보니 아쉬움이 참 많이 남습니다. 좀더 잘 할 수 있었는데……

욥기의 말씀을 통해서 제가 얻은 교훈이 참 많지만, 그 중에 한 가지는 내 삶에 당연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입니다. 그래서 은혜인 것이지요! 물론 전에도 막연하나마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욥기의 말씀은 아주 분명하게 이 사실은 제 가슴에 각인시켜 주었습니다.

제 삶에 당연한 것은 하나도 없는데, 그 중에서도 아침에 눈을 뜨고 호흡한다는 사실이 이젠 조금도 당연하지가 않습니다. 물론 아침에 눈을 뜨고 호흡하는 것이 다 하나님의 은혜라는 설교를 하지 않은 것이 아니지만, 욥기의 말씀은 그 당연하지 않음을 이제 가슴으로 느끼고 담을 수 있게 해준 것 같습니다. 당연한 것은 없더라고요!

제가 목사가 되고 목회를 하는 것도 당연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일 뿐이고, 가족들의 도움이 감사할 뿐이고, 저를 믿어 주시고 또고 함께 교회를 세워 가는 성도님들이 고마울 뿐입니다. 제가 두 아이의 아빠가 되고 한 아내의 남편이 되고, 이게 어찌 당연한 것이겠습니까?

제가 이번 주일 아침에 설교하는 것도 당연한 것이 아니고요, 차를 운전하면서 찬양이라도 한곡 부를 수 있다면 그것도 당연한 것은 아닙니다. 제 삶에 당연한 것은 없습니다. 은혜일 뿐입니다.

욥이 당했던 그 엄청난 고난이 지금 내게 일어나지 않았다면, 그것도 결코 당연한 것은 아닙니다. 예수를 믿었으니까 어렵고 힘든 삶은 더 이상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것도 당연한 것은 아닙니다. 욥은 물론이거니와 베드로도 사도 바울도 예수믿고 부귀영화를 누린 것이 아니었습니다. 지금 이 시간 누군가가 눈물 흘리고 있는데 내가 웃고 있다면 그건 당연한 것이 아닙니다. 지나가는 삶의 순간이요, 그저 은혜일 뿐 당연한 것은 아닙니다.

욥의 친구들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욥이 당하는 고통을 당연히 여겼고, 자기들은 그런 고난을 당하지 않는 것 역시 당연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들에게는 하나님께서 욥을 정죄하시는 것도 당연한 것이었지요. 그러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았다면 욥에게 그렇게 감정적으로 대하지 않았을 것이고, 조금은 더 깊이 인생에 대해서, 고난에 대해서 생각했을 것입니다.

내 삶에 당연시되는 것들이 많으면 감사할 일이 없을 것이고, 인생에 대한 성찰의 깊이도 일천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눈을 뜨고 호흡을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면 어찌 감사할 수 있을 것이며, 당연한 일에 무슨 깊은 생각이 따르겠습니까? 무엇 한 가지가 당연합니까? 우리의 삶에 당연한 것은 없습니다.

당연한 것이 많은 삶은 결국 온 우주가 나를 중심으로 돌기 때문입니다. 즉 당연한 것이 많은 사람은 여전히 천동설을 믿는 세계관 속에서 사는 사람입니다. 뭔가를 당연시 하는 것은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 사람은 틀리고 나는 맞다고, 나는 당연히 인정받아야 하고 사랑받아야 한다고 – 이것이 당연한 사람은 결국 자기중심적인 사람이고, 성경은 이것을 죄라고 말합니다.

십자가가 당연합니까? 나를 위해서 창조주께서 죽으신 것이 당연합니까? 입술로는 아니라고 말하지만, 우리의 무의식과 우리의 행동은 마치 십자가가 당연하다는 듯이 생각하고 행동하지 않습니까?

혹 저 사람이 틀렸다 생각되어도, 그것을 분별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할 수는 있어도, 그런 내 생각을 당연시하고 그 사람을 정죄하지는 마십시오. 하나님은 우리의 틀림 속에서도 아름다운 열매를 맺으십니다. 모범생만 쓰시는 하나님이 아니고, 문제아를 통해서도 하나님은 놀라운 일을 이루십니다. 저 사람의 틀렸음에 혹시 내가 분노라도 하고 있다면, 그것은 내가 천동설 속에 갇혀 있기 때문입니다.

나의 생각과 행동이, 나의 여건과 삶이 그저 은혜요, 그 무엇 하나 당연한 것은 없기에 – 저 사람이 틀렸다 생각되어도 허허 웃을 수 있고 조금은 기다려줄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내가 맞고 내가 옳아서 기다려주는 것이 아닙니다. 나도 틀릴 수 있고 나도 옳지 않을 수 있다고 하는 사실이 당연하기에, 잠시 멈춰서서 주위를 돌아볼 수 있는 것입니다. 내가 옳다고 확신하면 멈춰 설 이유가 없습니다. 그저 눈가리개를 한 경주마처럼 씩씩거리면서 달려갈 뿐이지요!

나의 나된 것이 당연하지 않아서, 나를 정죄하지 않으시는 주님을 바라봅니다. 내게 십자가는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닌데, 오히려 나를 위해서 십자가는 당연하다고 말씀하시는 주님에게서 시선을 뗄 수가 없습니다. 주님, 당연한 것이 없는 제 삶은 그저 은혜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