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회의 몰락 >

며칠 전 KAmerican Post에 실린 ‘수정교회의 몰락’이란 기사를 읽다가 몹시 놀랐다. 미주 대형교회 중 하나로 한국 목회자들의 관심을 모았던 교회요, 오래전 나도 신학도 시절 학습 차 수정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린 적이 있었다. 수정교회(Crystal Cathedral)는 직사각형의 유리 1만장을 볼트 하나 없이 특수 접착제로 부착해 지은 교회로 캘리포니아 오렌지 카운티의 명소인 교회였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예배당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을 받으며 예배드리는 신도들의 표정에서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 느껴졌었다. 그랬던 교회가 5,500만 달러의 빚을 갚지 못해 2010년 10월 파산신청을 낸 것이다. 그 교회를 개척해서 이끌어온 로버트 슐러(Robert Schuller) 목사가 2006년 은퇴한 후 교회는 경제적인 어려움의 소용돌이에서 헤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결국 지난해 11월 수정교회는 천주교 오렌지카운티 교구에 팔렸다.

수정교회가 파산신청을 냈다는 것에 언론의 관심이 집중된 이유는 긍정적인 사고를 강조하던 교회가 어떻게 파산하느냐는 것이다. 1955년 자동차 영화관 스낵가게 지붕에서 수정교회를 개척한 슐러 목사는 긍정적인 생각의 힘을 강조한 설교로 호응을 얻으면서 TV 설교가로 명성을 날리기 시작했다. 그의 “Hour of Power” 설교방송을 한 때는 130만 명이 시청하기도 했다고 한다. 슐러 목사의 명성을 바탕으로 만여 명의 신도가 출석하고 연 예산이 수천만 달러에 달하는 대형교회로 성장했다. 슐러 목사는 1977년 교회 건물을 유리로 짓도록 했고 이를 계기로 이름이 수정교회가 된 것이다. 그런 역사를 가진 교회가‘몰락’하게 되었다.

수정교회의 ‘몰락’이 정말 재정 문제일까? 남침례교 신학교 총장 알버트 몰러 박사(Dr. Albert Mohler)는 수정교회의 문제가 단순히 재정이 아니라 신학적 문제라고 지적한다. 로버트 슐러 목사가 강조해 온 ‘긍정적 사고’는 ‘번영 신학’이었다. 그는 비록 미국개혁교단에서 안수를 받았지만, 전통적인 기독교 교리는 최소화하고 긍정적 사고에 대한 이야기를 강조해왔다. 한 예가 죄에서 구원받는다는 메시지를 자기비하에서 벗어나는 메시지로 교체해 전한 것이라고 몰러 박사는 지적했다. 2001년에 쓴 자서전에서 슐러 목사는 목회 시작 초기부터 신학을 테라피(therapy)로 교체했다. “내가 커피숍에서 나누는 대화이든 강대상에서의 설교든 상관없이 복음을 전할 때마다 마음먹은 것이 있다. 설교를 누군가에게 가르치거나 회심하게 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하기 보다는 그들을 격려하고 띄워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그래서 테라피스트(심리치료사)들의 영과 스타일과 전략을 들여오기로 마음먹었다” 결국 그는 성공의 복음을 전달하는 목사 중 하나일 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정교회의 몰락’이라는 기사를 읽으며 나는 목사로서 어떤 목회 철학을 가지고 목회를 할 것인가에 대한 두 가지 도전을 받았다.
첫째는 교회보다 사람을 예수님의 제자 삼는 사역에 더 집중해야겠다는 것이고, 둘째는 성공보다 복음 선포와 복음의 능력으로 살아가는 교회를 세워가는데 더 집중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큰 교회 건물보다 주님의 제자다운 제자를 세워 세상을 변화시키는 주님의 교회를 성도들과 함께 세워간다면, 어떻게 ‘몰락’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