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전 슈퍼 볼이 열리던 기분 좋은 일요일, 미시간 주에 사는 TV 시청자들은 전 공화당 대변인이자 현 상원의원 출마자인 피트 혹스트라(Pete Hoekstra)가 후원하는 인종차별 캠페인 광고를 접하게 된다.

그의 정적 데비 스테브노(Debbie Stabenow) 미 상원의원이 지나치게 많은 정부 자금을 사용했다고 주장하는 이 광고에는, 논이 펼쳐진 풍경에서 자전거를 타는 한 명의 아시아 여성이 등장한다.

그와 함께 캘리포니아 출신의 여배우가 중국인의 억양을 흉내 내며, “당신의 경제는 매우 빈약해지고 있지요. 우리의 경제는 좋아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당신의 일자리를 가져가니까요.”라고 말함과 동시에 “Debbie Spend-It-Now ”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혹스트라 역시 광고의 말미에 등장하여, “나는 이 메시지에 찬성합니다.”라고 말한다.

이에 곧장 대중적 비난과 함께 사과와 광고 철회에 대한 요구가 뒤따랐다.

미국 선거철에 중국이나 그와 관련된 것들이 이와 비슷한 공포를 조장하도록 사용된 것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월 초, 공화당의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자 론 폴(Ron Paul)을 지지하는 세력이 전 주중 미국 대사관 대사이자 당시 후보자였던 존 헌츠먼(Jon Huntsman)을 겨냥하는 캠페인 광고를 내보냈다.

이 “차이나 존(China Jon)” 광고는 중국어로 말하며 빨간 티카(힌두교와 관련된 종교적 마크)를 이마에 그린 헌츠먼이 중국과 인도에서 입양한 그의 딸들에 대한 질문을 받는 장면을 담고 있다. 존 헌츠먼을 “만주인 출마자”라 부르는 이 광고는 배경 음악으로 중국 음악을 깔고서 “존 헌츠먼: 미국의 가치는?”, “중국에 약한가?” 등의 질문을 던진다.

폴은 이 광고를 크게 비난했으며, CNN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그의 지지자들이 취한 행동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그리고 목요일에는, 지난 4월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생한 해리 루(Harry Lew) 일병의 자살에 대해 미 해군 부사관은 그를 학대한 것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해군 보고서에 따르면, 루의 선임병은 루가 근무 중 졸았다는 이유로 그의 입에 모래를 퍼붓고 폭력을 행사했다.

또 다른 해병은 30일간의 구금형과 강등을 선고받았으며, 다른 한 명은 루의 죽음에 대해 군사 재판에 회부될 예정이다. 루와 비슷한 케이스로는 지난 10월 주검으로 발견된 이등병 대니 첸(Danny Chen)의 자살이 있는데, 이 두 사건은 아시아계 미국인 하원의원들이 군 내의 가혹 행위에 대한 청문회를 요구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첸은 아프가니스탄 내 그의 부대에서 유일한 중국계 미국인이었는데, “gook,” “chink” 혹은 “dragon lady” 등의 중국인이나 아시아인을 비하하는 별명으로 불렸고, 그의 동료들이 돌을 던지는 동안 자갈 밭을 기어 다녀야 했으며, 그의 부대 내에서 중국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중국어로 군령을 소리쳐야 했다. |

아시아계 미국인 시민 권리 단체인 OCA는 펜타곤 미 국방부 관계자를 만나 미국 군 내 아시아인에 대한 처우 개선을 요구했다.

이런 상황들과 대조적으로, 하버드 졸업생이자 미국에서 태어난 중국인∙타이완인 후손으로서는 첫 NBA 선수인 제레미 린(Jeremy Lin)은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지난 토요일, 린은 소속팀 닉스(Knicks)의 5연승을 이끌었다.

그의 첫 선발 출장 네 경기에서 올린 109점의 득점은 앨런 아이버슨(Allen Iverson)의 기록을 넘어서는 것이며, 1976년 NBA-ABA의 병합 이후 최다 득점이다. 캠페인 광고의 논란과 루와 첸의 케이스를 관심 있게 지켜본 이들에게, 혜성처럼 등장한 린의 승승장구는 절실한 희망의 표식이 되었다.

그러나 페이스북이나 바, 거실에서의 담론은 아시아계 미국인 사회와 마찬가지로 다양하다. 일부는 코비 브라이언트(Kobe Bryant)와 나란히 선 아시아인의 모습을 보며 흥분하거나, 기독교에 대한 린의 공적인 헌신에 감동을 받는다. 다른 이들은 린의 학업적 소양과 운동 선수로서의 기량을 분석하고, 린이그들의 자녀들에게 롤 모델이 될 것에 대해 생각한다.

린 스스로도 그가 직면한 인종차별주의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2008년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San Francisco Chronicle)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농구는 백인과 흑인의 스포츠입니다. 미국에서 아시아계 미국인 농구 선수는 그다지 존중 받지 못하죠. 나는 별별 소리를 다 들었습니다. ‘중국으로 돌아가라, 오케스트라는 캠퍼스 반대편에 있다, 눈 좀 떠라’ 같이요.”

불행히도, 성공은 인종차별주의를 근절하지 못했다. 금요일 저녁 LA 레이커스와의 경기에서 린이 놀랄만한 38득점을 올린 지 몇 분이 채 되지 않아 폭스스포츠닷컴(FoxSports.com)의 칼럼니스트 제이슨 윗록(Jason Whitlock)은 자신의 트위터에 “뉴욕의 어떤 운 좋은 아가씨는 오늘 밤 몇 인치쯤 되는 고통을 느끼겠군요.” 라는 글을 게재했다.

이에 아시아계 미국인 저널리스트 연합의 비난이 이어지자, 그는 트위터에 “스포츠의 기분 좋은 순간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에 대해,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는 취지의 사과문을 올렸다.

우리 중 일부는 7피트 6인치(229 센티미터)의 뉴페이스가 정확히 십 년 전쯤 겪었던 일을 기억하고 있다.

2002년 존 사라세노(Jon Sareceno)는 USA Today에 기재한 칼럼에서 “[로키츠] 연고지는 에그 푸 영(egg foo yong) 을 얼굴에 뒤집어 쓰게 될 것”, “샤킬 오닐(Shaquille O’Neal)같은 진짜 NBA 선수가 야오 밍(Yao Ming)을 젓가락으로 후려치면 어떻게 될까?”라고 말했다.

지난주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팬인 호워드 홉슨(Howard Hobson)이 스토크 시티의 트리니다드 출신 선수인 켄와인 존스(Kenwyne Jones)에게 욕설과 원숭이 소리를 흉내 낸 것에 대해 삼 년간 경기 관람 금지와 200 파운드(315불)의 벌금을 선고 받았다.

엄연히 말하자면, 린이나 다른 여타 소수의 운동 선수들이 맞닥뜨린 인종차별은 흑인 선수들이 그 옛날 처했던 것에 비하면 그 정도가 덜하다고 할 수 있다. 제시 오언즈(Jesse Owens)는 공식적으로든 비공식적으로든 인종차별주의가 팽배했던 사회에서 태어났음에도 성공을 거둔 미국의 위대한 육상선수다.

오하이오 주립대학 시절 오프 캠퍼스(off-campus)의 흑인 주거 구역에서 살아야 했던 이 트랙 스타는, 1936년 독일에서 개최된 하계 올림픽에서 네 개의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이것이 아돌프 히틀러를 크게 실망시켰음은 말할 것도 없다.

한 세기의 4분지 3이 지난 지금은, 소수의 운동 선수나 배우, 다른 분야에서의 개척자들을 볼 때 그들의 인종이나 피부 색이 아닌 그들의 능력만을 보고 판단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곧 PBS에서 방영될 다큐멘터리 “제시 오언즈”의 감독이자 제작자인 로렌스 그랜트(Laurens Grant)는, “많은 사람들이 논쟁이 끝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아직 논쟁은 해결되지 않았다.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때까지 이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많은 사람들이 인종차별주의나 그에 따른 괴롭힘의 시대에서 벗어난 행운을 누리고 있다. 우리는 학교 친구들의 조롱을 듣지 않고도 학교 뜰을 당당하게 다녔을 수도 있다. 우리는 직장에서 응당 누려야 할 승진의 기쁨을 맛보았을 수도 있다. 우리의 완벽한 미국식 영어가 비웃음과 조급함을 방지했을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는 1982년 디트로이트의 실직자들이 일본 자동차 제조 업체와의 경쟁으로 인한 쓰라림의 보복으로 갓 총각 파티를 치른 중국계 미국인 빈센트 친(Vincent Chin)을 야구 방망이로 구타하여 죽음으로 몰아갔던 것과 같은 증오 범죄에 더 이상 시달리지 않아도 되는 행운을 누리고 있을 수도 있다.

스태브노나 헌츠먼을 겨냥한 광고는 이런 외국인 혐오심을 무시무시하게 부채질하는 것이다.

바라건대 언젠가는, 아시아계 미국인이 더 이상 외국인, 경제적 경쟁자 혹은 다른 동등한 미국인보다 저급한 존재로 인식되지 않을 것이다. 그때가 오기까지는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인종은 문제가 된다 (“race matters”).

링 우리우(Ling Woo Liu), 디렉터/ Fred T. Korematsu Institute for Civil Rights and Education

출처: CNN (2/14/2012)
번역: 정연이

<케이아메리칸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