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학년인 A는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상담소를 찾아왔다. 그녀의 어머니에 따르면 최근 두 달 사이 A의 말수가 부쩍 줄어들고 무엇보다 아프다는 말을 자주 하며 그 핑계로 학교에 가지 않으려고 하는 날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럴때마다 아이를 타이르고 혼내서 학교에 보내면 A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마냥 억지로 학교에 간다고 하였다.

하지만 A의 어머니가 그녀를 상담소에 데리고 오기로 한 결정적인 이유는 A가 혼자 방에서 뾰족한 것으로 자신을 상처내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기 때문이다.

A는 떨어지는 성적과 부모님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자신이 인생의 패배자란 생각이 들어 하루 하루 부모님을 대할 때마다 고통스러웠다고 고백했다. 또한 학교에서 친했던 친구들조차 예전만큼 성적이 좋지 않은 그녀를 혹시나 속으로 무시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학교에 가는 것조차 꺼려졌다고 하였다.

대부분 같은 한국인 친구들과 어울리는 A는 좋은 학군의 학교에서 서로 비슷한 성적을 공유하던 친구들과 어울리며 부모님의 기대를 한껏 받고 있던 우수학생이었다. 그러던 그녀가 고등학교에 진학을 하면서 예전 만큼의 성적이 나오지 않자 비관하고 그런 자신을 보며 실망할 부모님 생각에 집에서도, 또 학교에서도 A는 전혀 자유롭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한 그녀가 선택한 것이 바로 스스로에게 가하는 고통이었다. A는 부모님의 기대를 충족 시켜주지 못하는 자신에게 고통을 가해 벌을 가한다고 생각하면 조금이나마 부모님을 실망시켰다는 좌절감과 죄책감에서 벗어나는 기분이 든다고 하였다. A는 부모님과 함께 가족 상담을 받기 시작하면서 스스로에게 가지고 있던 죄책감에서 조금씩 벗어나기 시작했다.

부모님의 조건 없는 사랑, 즉 예전보다 성적이 떨어진 지금의 자신의 모습도 부모님은 받아들이고 사랑해 줄 수 있다는 믿음이 확고해 짐에 따라 A는 스스로를 자해하는 행위를 멈추었다. 또한 상담가의 권유로 A의 부모님이 그녀와 평소에 친했던 친구들을 초대하여 서로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줌으로써 A 스스로 가지고 있던 열등감에 대한 해소를 도왔다.

A는 총 두 달간의 상담을 통하여 현재는 우울증에서 많이 벗어나 예전과 같은 생활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예전과는 달리 이제는 A의 부모님도 A와 터놓고 대화하는 시간을 늘림으로써 그들이 그녀의 성적에만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마음에도 관심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 것들을 통해 A는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안도와 언제나 그녀의 부모님은 그녀를 받아주고 사랑해 줄것이란 믿음을 길러가고 있다.

이렇듯, 인간에게 있어 무조건적인 사랑의 경험은 살아가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무조건적인 사랑이란 자녀가 아무리 잘못해도 혼내지 않고 잘했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점에 있어서는 그에 따른 훈육을 하되, 그래도 여전히 자녀를 사랑한다는 것에 대한 표현과 믿음을 주는 것이다.

그로 인해 자녀들은 언제나 어디서나 기대어 쉴 수 있는 존재에 대한 믿음과 그에 따라 오는 안정감, 그리고 자신의 가장 약한 부분마저 받아주고 사랑해 줄 절대적인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에 높은 자존감과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자녀들은 대부분 부모를 통해 하나님의 모습을 배운다고 한다. 자신이 잘해야만 사랑을 받는다고 인식하게 해주는 부모를 둔 자녀들은 하나님 역시 자신이 잘 해야 사랑을 주는 존재라고 여기기 쉽다. 그러므로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올바른 훈육과 애정표현을 함으로써 자녀의 건강한 인격형성과 정신건강을 도와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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