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교회들의 NGO 설립 붐, 어떻게 봐야 하나

한국교회가 새로운 선교 방법으로 NGO(비정부기구)를 선택하고 있다. 과거 지역복지관 운영 등 소극적 접근에서 벗어나 ‘또 하나의 교회’인 NGO를 설립, 선교적 도약을 꿈꾸고 있는 것.

최근 대형교회들을 중심으로 NGO 설립이 활발하다. 이는 한국이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전 사회적으로 ‘복지’와 ‘구호’ 등의 주제가 관심의 대상이 된 것과 맞물렸다. 더불어 교회의 대사회적 이미지가 나빠진 것도, NGO라는 ‘또 다른 교회’의 등장을 불렀다.

사랑의교회(담임 오정현 목사), 여의도순복음교회(담임 이영훈 목사), 만나교회(담임 김병삼 목사), 오륜교회(담임 김은호 목사), 수원중앙침례교회(담임 고명진 목사), 샘물교회(담임 박은조 목사), 높은뜻연합선교회(대표 김동호 목사), 남서울은혜교회(담임 홍정길 목사) 등 웬만한 대형교회들은 모두 NGO를 만들었다. 설립년도도 최근이거나 10년이 넘지 않는다.

이들 ‘교회 NGO’의 특징은 기독교나 교회라는 단어를 전면에 드러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내에서 기존 교회가 갖는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함이고, 무엇보다 종교적 제한을 두지 않기 위함이다.

이런 이유로 기독교적 배경을 가진 NGO의 수를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지만, 관계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국내 관련 법인들 중 상당수가 ‘교회 NGO’고, 그 수는 최근 급증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종류도 통일, 아동 및 노인 복지, 재난 구호 등 다양하다.

한 기독교 관련 NGO 관계자는 “많은 사람들이 소위 ‘삶의 질’이라는 지표에 관심을 가지면서 나눔과 봉사 등의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며 “이런 분위기 속에서 교회도 NGO를 하나의 전략적 선교 모델로 삼고 있다. 기독교의 본질이 사랑인 만큼 교회나 혹은 교단 차원의 NGO 설립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NGO를 교회 산하 기관으로 인식하면 ‘실패’

그러나 교회 성장이나 전도만을 목적으로 한 섣부른 NGO 설립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NGO 전문가는 “흔히 NGO를 섬김과 봉사를 위한 조직으로 알지만 그리 단순하지 않다”며 “그 어떤 기업보다 마케팅적 요소가 강하다. 경영가적 마인드가 없으면 쉽게 무너질 수 있는 것이 또한 NGO”라고 지적했다.

실제 월드비전은 최근 제8대 신임회장으로 양호승 전 CJ제일제당 부사장을 선임했다. 양 신임사장은 미국에서 경영학을 전공했고 SK그룹 기획관리실장 등을 지낸 대표적 기업가다. 기아대책 정정섭 회장도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이사를 역임한 경제통이다.

월드비전과 기아대책, 굿네이버스 등은 모두 ‘기독교’ 배경을 가진 NGO들로, 이들이 한 해 집행하는 예산 규모는 1천억 원을 넘어선다. 국내 NGO들을 통틀어서도 최상위권이다. 이들 NGO는 기독교적 색채를 띠지만 운영의 주체는 교회가 아니다. NGO 전문가들로 구성돼 철저히 교회와 독립돼 있다.

반면 교회가 NGO를 설립하고 향후 운영에서도 그 개입이 지나쳐 오히려 NGO가 교회의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는 NGO를 교회 산하 기관 중 하나로 인식한 나머지 재정 집행과 인력 배치 등에 있어 교회 의사 결정구도를 그대로 적용하기 때문이다.

한 교회 NGO 관계자는 “많은 교회들이 NGO를 새로운 선교 대안으로 생각하면서도 그 구체적 운영에 있어선 아직 이해가 부족하다”며 “교회 NGO가 자리를 잡기 위해선 NGO에 대한 바른 인식의 확산이 선결 과제”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교회가 NGO를 설립한다고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교회들이 지역 중심의 복지관 운영에만 그치고 있다”며 “오케스트라나 극단 등 문화관련 NGO도 얼마든지 대안이 될 수 있다. 유니버셜발레단과 서울시향이 갖는 파급력은 어머어마하다. 교회가 이런 것을 조직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