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간, 추수감사절을 딸과 함께 보내고자 보스턴에 머물렀습니다. 이 곳에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딸 아이와 함께 있을 때, 제가 달라진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그저 평범한 엄마로 돌아갑니다. Grace 의 작은 아파트 공간을 청소해주고, 정리해주고,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일들이 얼마나 재미있고 즐거운지요. 이번에도 버지니아에서 지칠대로 지친 육체를 가지고 왔는데, 어디서 힘이 나는지 쉬지 않고 일했습니다. 아마도 우리 교회 성도님들이 그렇게 제가 땀 흘리며 청소하고 가사를 돌보는 장면을 보면 전혀 다른 사람을 보는 느낌을 가질 것이라 생각 하며 혼자 웃기도 했습니다. 푸짐하게 장을 보고, 식단을 짜서 요리를 하는 그 모든 일들이 그저 기쁘고 행복했습니다. 살림하는 것이 이렇게 재미있는 줄 몰랐습니다. 얼마 만에 느껴보는 평범한 삶의 기쁨인지요? 그러면서 생각했습니다. “하나님은 인간을 이렇게 살도록 창조하셨나 보다!” 우리 딸도 수시로 엄마를 껴안으며, “Mommy, I am so happy!" 를 연발합니다. 인생이 권태롭게 느껴지고, 일상적인 가사 업무들이 피곤하게 느껴질 무렵, 이렇게 독립한 자녀의 살림을 돌보아주는 일은 새로운 창조적인 에너지를 우리의 육신 안에 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우리 교회 손자 손녀들을 두신 성도님들께서, 저들을 돌보시며 행복해 하시는 모습을 종종 목격합니다. 저희 부모님이나 시부모님께서 생존시 늘 이런 고백을 하셨지요. 손자 손녀들이 그렇게 예쁘고, 사랑스 럽고, 때로는 자식들보다 손자 손녀들이 더 예쁘시다는 것이지요. 어린 손주들이 할아버지, 할머니를 찾아 올 때 얼굴을 함박꽃같이 피시며 참 행복해 하셨지요 지난번 한국 방문시, 저의 친정 아버님이 모든 자녀 들이 모인 자리에서 울먹이며 고백하시던 모습이 생각나 제 마음이 울적 해지곤 합니다. “너희들 많이 바쁜 것 알지만, 좀 찾아와다오. 내가 외롭구나.” 늘 시간을 다투며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 세대는 저를 포함하여, 찾아뵙기는 커녕 전화 조차 제대로 못하는 현실입니다. 그저 기도 시에 두 분의 외로운 모습이 생각나면 안타까이 두 분을 주님께 맡겨 드리는 정도입니다.

언제부터인지 이 세상은 일세대 문화가 주장하게 되어, 미혼 자녀들도 장성하면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외로운 독거 노인들이 많아지고. 노인층의 자살률이 최근 10년 사이 두 배나 증가하고 홀로 죽어가는 고독사노인 역시 급증하는 추세입니다. 우리는 이제 다세대가 함께 살아가는 삶과 사역을 지향해야 합니다. 지난 번 우리 교회를 방문하신 81세의 Don Finto 목사님께서 41세의 Tod MaCDowell 목사님과 함께 공동사역을 하시면서 서로를 존경하고 아끼며 격려하는 아름다운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Don 목사님께서 모세와 여호수아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모세와 아론과 훌은 다들 적어도 80을 넘긴 할아버지들이었는데, 저들의 기도와 젊은 여호수아 군대의 병력이 함께 함으로 이스라엘이 승리할 수 있었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 이야기를 젊은 여호수아에게 꼭 외워 들리게 하라고 하나님은 명령하셨답니다. 그래서 노인들과 젊은이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 갈 때, 승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교회에도 최근, 중보 기도 팀에 노인 아파트에 계신 분들을 차편을 제공하여 모셔오게 되었는데, 기도회가 더 힘을 얻고 살아나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있습니다.

조부모와 자녀, 손자녀들이 함께 어울려사는 다세대 가정이 하나님께서 태초에 계획하신 가정의 모습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물론 여러 사람들이 어울려 살다보면 갈등은 있게 마련이지만, 다세대 문화를 거부하는 현대 가정은 인격이 메마르고, 얄팍하며, 이기적이고, 우울한 현대인들을 만들어냄으로, 더 심각한 사회 문제들을 양산합니다. 부모를 공경하지 않는 이 세대를 하나님은 축복하실 수 없기에. 다세대 가정을 멀리하는 이 세상의 풍조는 점점 어두운 세대로 나아가게 될 것입니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행복한 다세대 가족들이 이 땅에 더 많이 생겨나기를 소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