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본회의장에서 의원들 간 몸싸움이 벌어지진 않았지만, 국회 본회의장 안팎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한미 FTA 비준안 관련 표결이 종료된 직후 김용덕 대법관 후보자와 박보영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일부 야당 의원은 투표함을 든 국회 직원들을 넘어뜨리기도 했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는 "이게 깡패, 조폭이지 정치입니까"라며 투표를 하기 위해 줄을 선 동료 의원들을 비난했고, 결국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표결은 무산됐다.


또한 본회의 시작 전 민주당 의원들이 의장석 밑에서 `경제주권ㆍ사법주권 포기하는 MB정부'라고 적힌 연두색 현수막을 펼쳤으나, 이를 국회 경위들이 빼앗으면서 승강이가 벌어졌다. 정의화 부의장은 이에 대해 "내 뜻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본회의장 외곽 곳곳에서도 `FTA 충돌'이 목격됐다. 야당 관계자들은 4층 방청석에 입장하려다 `본회의 비공개'를 이유로 본회의장 진입 통로가 막히자 방청석으로 향하는 유리 출입문을 깨고 들어섰고, 이곳을 통해 취재진이 한꺼번에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국회 본청 밖에서도 야당 보좌진이 본청을 에워싼 경찰 등과 밀고 당기는 몸싸움을 벌였다.


오후 5시께 본회의가 산회하자 한나라당 의원들은 일제히 본회의장에서 나와 의원총회를 위해 맞은 편 예결위 회의장으로 향했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빗발치는 기자들의 질문에 "오늘은 드릴 말씀이 없다. 내일 얘기하겠다"며 입을 굳게 다물었고, 예결위 회의장으로 이동하던 중 들려온 "매국노"라는 야당측 관계자의 외침에도 전연 응대하지 않았다.


황우여 원내대표 역시 "국민한테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는데..."라고만 했다. 굳은 표정의 박근혜 전 대표도 "더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반면 야당 의원들은 본회의 산회 이후에도 한동안 본회의장에 남아 항의를 표시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본회의장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이 정권이 또다시 쿠데타를 저질렀다"고 비판하면서 "지금 이 시각부터 한미 FTA 무효투쟁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한나라당의 요청으로 이날 본회의가 비공개로 진행된데 대한 비난 여론이 거셀 전망이다.


한미 FTA 비준안 표결 전 국회는 재석 167명 중 찬성 154명, 반대 7명, 기권 6명 등으로 `본회의 비공개'를 의결했다.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은 "역사적 현장을 유권자가 보고 판단하도록 해야 하는데, 비공개로 회의를 진행한 것은 한나라당과 정부가 얼마나 부끄럽고 심한 일을 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