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제법 쌀쌀해지고, 가족들, 지인들과 만나 따뜻한 시간을 보내는 추수감사절이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가족이나 직장을 잃고 거리에서 외로운 잠을 청하는 홈리스들에게는 추워진 날씨 만큼 살을 에는 외로움이 잦아드는 시기다.

지난 19일(토) 추수감사주일을 앞둔 토요일, DC 프랭클린파크에는 이런 홈리스들에게 옷가지나 음식을 나눠주는 기독교인들의 손길이 분주했다. 큰 찬양소리를 배경음악으로 경품행사를 펼친 미국 교회, 곳곳에서 점심 식사를 대접하는 교회팀들로 공원은 눈코뜰새 없는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 중에서도 한인교회로는 제자들의교회(담임 김해길 목사)가 참여했다. 7년 째 꾸준히 홈리스 사역을 이어오고 있는 교회는 이날 장년부, 유스부 20여명이 함께 했다.

영어권 담당 제임스 최 목사는 “아무래도 헌신이 약한 세대이다 보니 선교 중심으로 사역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하면서 “지난 6월 말에 아이티에 다녀와 영어권 아이들이 큰 도전을 받았다. 홈리스 선교를 통해서도 많은 깨달음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월 1회 홈리스선교를 나오는 제자들의교회. 봉사를 나올 때마다 오던 홈리스 한 명이 지난 1달 간 얼어죽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후에는 선교를 나오는 유스부 아이들의 마음도 더욱 간절해 졌다고 한다.

이날에는 최 목사가 짧은 메시지를 전한 후, 준비한 볶음밥과 라면, 겨울 옷가지들을 나눠줬다. 최 목사는 설교를 통해 “우리에게 좋은 소식은 예수 그리스도다. 이 땅에는 많은 사람이 죽고, 직장을 잃는 슬픈 소식들이 있지만, 믿음을 가지고 생활하다가 죽으면 천국에 간다는 좋은 소식을 전해주신 분이기 때문”이라고 전하며 내세의 소망을 전하기도 했다.

▲홈리스를 위해 기도하는 제임스 최 목사.

음식과 옷을 받은 한 홈리스가 최 목사에게 다가와서 “내 건강과 직업을 위해 기도를 부탁해도 되겠냐?”고 말했다. 한 쪽에서는 뜨거운 기도가, 한 쪽에서는 뜨거운 밥 내음이 홈리스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하는 주말이었다.

최 목사는 홈리스 선교를 통해 예수님을 봤다고 간증한다.

“필라델피아에서 4주간 선교훈련을 받을 때 홈리스 선교를 시범삼아 해본 적이 있어요. 홈리스들에게 음식을 나눠주고 짐을 싸는 데 한 홈리스가 다가와서 ‘내일도 오느냐?’고 물었어요. 그에게 ‘미안하지만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답했는데, 실망이 역력한 표정에 예수님의 얼굴이 겹쳐 보였지요. 그래서 그 때 이후로 지금까지 계속해서 해오고 있습니다.”


페어팩스카운티 조사에 따르면 DC 지역 홈리스는 총 6185명으로 집계됐으며, 쉘터에서 생활하는 남자 홈리스(1500명), 여자 홈리스(500명)을 제외한 4185명은 거리 혹은 빌딩 밖 숲에서 잠을 청하고 있다. 홈리스가 되는 이유는 50%가 중독(알콜, 마약 등), 30%가 가정적 이유(이혼 등), 20%가 개인적 이유(건강, 실직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