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론 (교회에 대한 표현들-2)

교회는 하나님의 성전이다. 성전은 하나님의 임재를 상징하여 거룩하게 구별했던 건물이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만나 주시던 장소이다. 역으로 말하면,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을 예배하던 장소이다. 구약 시대의 성전은 이스라엘 사람들의 삶의 중심이었다. 그들은 성전을 중심으로하여 세상을 보았고 하나님을 중심으로 하는 인생관과 가치관을 가지고 살았다.

신약성경에서는 구약 성경의 성전을 묘사하는 데 두 개의 다른 헬라어를 사용하여 “성전”과 “성소”를 구별했다. “성전”이 하나님을 예배하기 위하여 구별되었던 건물과 그 지경 전체를 뜻하는 말이라면, “성소”는 성전 안에 구별된 장소로서 하나님을 예배하던 곳이다. 성소만 하더라도 그 자체로서 “성소”와 “지성소”로 구별되어 있었다. “성소”에는 제사장들이 수시로 들어 갈 수 있었지만, “지성소”에는 대제사장이 일년에 한 번 대속죄일에 들어갔다. 같은 성소이지만 “지성소”는 특별히 하나님의 임재를 상징하여 구별되었던 곳이었다. 이 구별을 위하여 성소와 지성소 사이에는 휘장이 있었다. 복음서에는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죽으실 때 이 휘장이 위에서 아래로 찢어졌다고 했는데, 히브리서 기자는 이 사실을 놓고 예수님께서 믿는 사람들을 위하여 “휘장 가운데로 열어 놓으신 새로운 살 길”이라고 했다 (히브리서 10장 19절, 20절). 예수님으로 말미암아 성소와 지성소의 구별이 없어지고, 대제사장 뿐만 아니라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다 하나님의 임재 속으로 자유롭게 나아 갈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신약 성경에서 “교회가 하나님의 성전이다”라고 하는 표현으로 “교회”를 “하나님의 성전”과 일치 시킬 때는 “성전”과 “성소”의 구별이 없이 포괄적으로 하나님의 임재를 의미하는 성전을 뜻한다. 그래서 신약 성경은 종종 이 성전을 더 넓은 의미에서 “하나님의 집” (디모데전서 3장 15절)혹은 “신령한 집” (베드로전서 2장 5절)이라고 부르고 있다. 물론 이 “집,” “하나님의 성전”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돌과 나무로 건축했던 구약 시대의 건물이 아니다. 솔로몬이 지은 성전은 바벨론에 의하여 훼파되었고, 예수님 때에도 건축이 계속되었던 헤롯 성전도 AD 70년에 로마에 의하여 철저하게 파괴되었다. 신약 성경에서 “성전”을 말할 때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성도들로 이루어진 신앙 공동체를 뜻한다. 이 신앙 공동체는 크게 보면 보편적 교회를 포함하지만, 일반적으로는 현재 세상에 세워져 있는 모든 지역 교회들을 뜻한다.

그렇다면 “교회가 하나님의 성전”이라고 하는 은유적 표현을 통하여 성경이 교회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이 메시지는 다음과 같이 몇 가지로 정리 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로, 교회가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삶의 중심이라는 것이다. 교회가 모든 신자들의 삶의 중심이라고 하는 것은 하나님이 모든 성도들의 삶의 중심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성전을 중심으로 하는 세계관, 인생관, 가치관을 가지고 살았던 것처럼, 그리스도인들은 교회 중심, 하나님 중심의 세계관, 인생관, 가치관을 갖고 사는 사람들이어야 한다. 사도 바울이 말씀하고 있는 것처럼 교회는 “살아 계신 하나님의 교회요 진리의 기둥과 터”이기 때문이다 (디모데전서 3장 15절).

둘째로, 교회는 하나님이 임재해 계시는 곳이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하나님의 임재”라고 하는 말은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경험의 차원에서 이해 할 때가 많아 보인다. 그래서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기 위하여 적지 않은 사람들이 하나님의 임재를 강하게 느낄 수 있는 기도원이나 어떤 특정 지역을 찾아 헤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개인적으로, 주관적으로, 성령이 내주하고 계신다는 확신을 갖고 사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그러나 교회가 하나님의 성전이라고 하는 것을 참으로 믿는다면, 하나님의 임재는 어떤 특정한 “장소”에서 경험하게 되는 것이라기보다는, 믿는 성도들의 “공동체” 속에서 경험되어져야 할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신앙 고백을 하는 다른 그리스도인들과의 모든 예배 활동과 사랑의 관계 속에서 살아계신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 하여야 한다. 이것 때문에 사도 바울은 분열 현상을 보이고 있던 고린도교회를 향하여 다음과 같이 말씀했다. “너희는 너희가 하나님의 성전인 것과 하나님의 성령이 너희 안에 계시는 것을 알지 못하느냐 누구든지 하나님의 성전을 더럽히면 하나님이 그 사람을 멸하시리라 하나님의 성전은 거룩하니 너희도 그러하니라” (고린도전서 3장 16절 17절). 예수 믿는 사람들이 교회로 모일 때 하나님께서 그들을 성전 삼아 성령으로 그 가운데 임재하여 계신다.

셋째로, 교회는 예수님을 모퉁이 돌로 하고, 사도들과 선지자들을 기초로 하여 세워진 영적 건축물이라는 것이다 (에베소서 2장 20절). 예수님의 구속 사역과 사도들과 선지자들로 대표되는 신약 성경과 구약 성경의 하나님의 말씀을 기초로 하여 세워진 교회가 하나님의 성전이다. 교회는 이 기초 위에 믿는 사람 하나 하나가 성전 돌이 되어 하나님의 성전으로 세워진 “신령한 집”이다 (베드로전서 2장 5절). 이 말씀은 교회가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고 있는 그리스도의 몸이라고 하는 것을 연상 시킨다. 신구약 성경의 하나님의 말씀과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 사역을 떠난 하나님의 교회는 하나님의 성전이 될 수 없다.

끝으로 교회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참으로 쉼을 얻을 수 있는 안식처라고 하는 것이다. 교회를 하나님의 “집”이라고 부르는 것은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의 관계가 가족 관계라고 하는 것을 연상하게 한다. 또, “집”이라는 말이 담고 있는 뉘앙스가 교회는 하나님을 아버지로 하고 있는 행복한 가정이라는 그림을 그려내게 한다. 이런 뜻에서 교회는 누구든지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의 은혜와 사랑을 통하여 참된 행복과 마음의 평안을 회복하고, 예수님께서 그리하셨던 것처럼 하나님 아버지의 일에 즐거움으로 참여하여 다 함께 일하는 기쁨을 나누는 한 가족들이다 (히브리서 3장 6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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