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목사님, 저(H)는 남편과 결혼해서 산 지가 거의 30 여년이 됩니다. 남편이나 저나 교회에서 중직을 맡고 있습니다. 남편은 교회 일에 충실하고 기도 생활도 잘 하고 있습니다만, 저와 전혀 대화가 통하지 않아요. 제가 남편에서 무슨 말을 해도 전혀 반응이 없기 때문에 답답해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도대체 내가 왜 이처럼 목석 같은 사람과 살고 있는지 너무 갑갑해서 하루에도 수 차례 집을 뛰쳐 나가도 싶은 생각이 듭니다만, 그렇게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저도 참 바보 같고 한심해요. 남편의 모습은 결혼 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예요.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남편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대꾸도 하지 않고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도대체 저 사람도 사람인가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벽을 보고 얘기 하는 것같이 제 마음 속에 공허한 메아리만 들려와요. 이제 아이들도 다 키워 놓고 사업도 어려움이 없고 남편과 둘이서 오손 도손 살고 싶은데 그게 전혀 안 되요.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 겁니까?

A: 연락 주셔서 감사합니다. 옛말대로라면 30 년이면 강산이 변해도 세 번이나 변할 수 있는 세월인데, 남편의 모습이 결혼했을 당시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어서, 많이 답답하시겠습니다. 이민 생활에서 가정만큼 소중한 것이 없는데, 가장 밀착하고 친밀해야 할 부부 사이에 대화의 장벽이 생긴다면, 이 또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많은 여성 분들이 H 님과 비슷한 고민을 털어 놓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남편이 자신의 이야기를 잘 귀담아 들어주지 않을 뿐 아니라, 감정의 교류가 전혀 없다는 하소연입니다. 도대체 한 집 안에서 사람과 사는 것인지 아닌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불평을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결혼 전에 데이트를 할 때는 좋다고 따라다니면서 몇 시간씩 이야기를 늘어 놓던 사람이 결혼하고 나자 태도가 돌변하여 아내와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는 남편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리고 도대체 그 남편들은 왜 그러냐고 반문하기도 합니다. 사람에 따라 다 다르겠습니다만, 우리 시대의 한국의 남성들이 대게 결혼의 준비가 되지 못하고 결혼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혼 후에 가정을 갖게 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가정과 자녀에 대한 책임감이든지, 부부 대화, 가정의 위기를 어떻게 처리하고 극복해야 하는지 등등 여러 가지 문제를 생각해 보지 않거나, 그런 것들은 여성만의 문제로 돌려 버리고 결혼하는 남성들이 대부분입니다. 아마 H 님의 남편께서도 그런 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 지붕 밑에서 결혼해서 살지만, 그냥 살면 되는 것이지 무슨 대화가 그렇게 많이 필요한지 이해하지 못하거나, 오히려 귀찮게 여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실 수 있다면 H 님께서 남편의 어린 시절을 돌아 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남편께서 어린 시절을 어떻게 보내셨는지, 남편의 부모님은 어떤 분이셨는지, 가족이나 친구들과 인간 관계는 어떠했는지… 특히 아버지나 어머니와의 관계가 매우 중요한데요. 가령 아버지께서 지나치게 엄하시거나 너무 바쁘셔서 어린 아들과 함께 놀아주고 대화할 시간을 갖지 못했다든지, 아버지는 유약하신데, 어머니가 지나치게 강한 성격의 소유자라서 독단적인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든지 등등 … 이런 것들이 현재 남편의 성격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고, 아내의 이야기를 귀찮고 성가시게 여긴다든지 감정의 교류가 없게 만드는 근본 원인이 되는 것입니다.

특히 유교 문화권이 짙은 한국에서 자란 남성들은 자신의 감정을 보이는 것을 부끄러운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합니다. 또 지금까지 가지고 온 습관을 잘 버리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남성 심리 중의 하나입니다. 상대적으로 여성은 감정이 예민하고 민감해서 작은 일에도 쉽게 감동하고 그것을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 싶은 것이 여성 심리 중의 하나입니다. 남성은 사실이나 정보에 관심이 많고, 여성은 사람들과의 관계에 관심이 많습니다. 어떤 문화 속에서 오래 된 습관을 단 시일에 고칠 수 있는 만병 통치 약은 없습니다. 한 인간의 형성이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관심은 곧 사랑입니다. 지금 말씀 드린대로 남성과 여성이 다른 것을 인정하고 남편이 가장 관심을 갖은 분야부터 대화의 문을 열어 보시기 바랍니다. 하나님이 주시는 지혜와 인내와 소망을 가지고 기도하시기 바랍니다. 하나님께서 남편의 모습도 점차 변화 시켜 주실 것입니다. 그런 날이 속히 오기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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