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30일, 한국에서 집회를 마치고 다시 워싱톤으로 돌아오기 바로 전날에 송건수 장로님으로부터 온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이메일 제목이 “하나님과 담임목사님을 의지하며, 영민 전의 수속절차”라고 되어 있어서 급한 마음으로 열어 보았더니, 송 장로님께서 최근에 악화된 병환으로 인해 병원에 가서 의사를 만나신 후에 제게 보낸 메일인데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이승우 목사님,

목사님이 무사히 한국에서 도착하시기전에 대형사건을 보고 드리게 되어 죄송합니다. 지난 한달 사이에 암이 항문 꽁무니뼈에 조금 있었는데 이것이 등뼈를 통해 갈비뼈까지 침투중이고, 또 한편 prostate, bladder 등에도 침투할 날이 멀지않다고 합니다. 저는 오는 10월 4일로 예정된 수술을 거부하였습니다. 의학적으로 나의 생존은 6개월 전후로 보고 있으며, 또 다른 의사는 1년 반에서 3년까지 보고 있습니다만 하나님께서 더 살려 주시지 않는 한 6개월 전후가 맞지 않을까 사료됩니다. 그러나 저는 ‘제가 살든지 죽든지 주님 뜻대로 하옵소서!’ 하면서 마음은 이미 영민 후로 향하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부터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을 전후해서 병원이나 호스피스에서 영민하게 될 것입니다. 제가 30년간 주일 성수하려고 노력하면서 다니던 교회와 교인들이 눈앞에 선하게 추억으로 이미 떠오르고 있습니다.

제 장례는 가능한 간단히 간결히 짧게 되기를 바라고, 유가족 소개 기타 등등도 모두 목사님이 간결히 해 주십시오.(예 : 망자소개- 1940년 음력 1월 22일, 강화에서 3남 1녀중 막내로 태어나, 1970년 미국에 왔고, 1981년부터 오늘까지 워싱톤감리교회 일원으로 주일 성수하려고 노력하며 감사 생활하다가 유혜옥 권사와 아들 송태선을 유가족으로 남기고 00월 00일 몇 시 소천하다.) 이렇게 30초 이내에 끝내주십시오.

장의사 선정 기타 문제와 장례 절차 문제 등에 있어서도 수고해 주셔야겠습니다. 제가 묻힐 묘는 우리 교회에서 3마일 정도 떨어진 Norbeck Memorial Park Block M Lot 12 Sites 5 &6인데 지난 1998년 11월 25일에 강만춘 장로님을 통해 구입 해놓은 것이 있습니다. 곽 장로 묘 근처 입니다.

죽음을 앞두고 우리 교인들에게 주일성수하면서 감사한 생활을 하면서 시간이 있을 때 미리미리 열심을 내어 교회(예수 그리스도) 봉사에 노력하시기를 제 유언으로 남기고 싶습니다. 제가 죽은 후에라도 한국말을 잘 못하는 테니와 수줍음이 많은 유 권사… 우리 가족이 주 안에서 오래 감사 생활하다가 저를 따라오기만을 부탁하는 것 뿐 입니다.

목사님, 이렇게 제 정신이 말똥말똥할 때 목사님에게 부탁과 유언을 남길 수 있는 기회를 주시는 주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저는 이번 주부터는 교회 출석이 불가능할 정도로 통증이 심하고, 출혈이 있군요. 목사님을 금주에 뵙지 못하게 됨을 매우 유감으로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이승우 목사님, 목회에 내내 성공하시고 God be with you always, and fighting fighting for our Lord !!

이 메일을 받은 지 일주일 후인 지난 10월 7일, 호스피스에 입원하신 장로님을 방문하고 성경말씀을 보고, 기도한 것이 장로님과 함께 드린 마지막 예배였습니다. 장로님은 그 후 갑작스럽게 건강이 악화되어 혼수상태로 계시다가 지난 10월 19일에 하나님께서 정한 이 세상에서의 71년간의 삶의 시간을 마치셨습니다.

장로님을 생각하면 참 아쉬운 게 많습니다. 여러 분야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추셨고, 어느 한군데 머물지를 못하실 만큼 부지런하게 다니시며 열심히 사셨습니다. 언제나 긍정적이셔서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으실 때에도 병원에 치료를 받으러 온 환자라고 보이질 않을 정도로 명랑하고 밝게 사람들을 대해 주셨습니다. 그렇게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아온 장로님께서 마지막 함께 기도하는 자리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목사님, 제 몸은 좀 아프지만 신앙적으로는 너무 좋습니다. 제게 살 수 있는 시간이 조금 더 주어진다면 복음을 전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예수를 그리스도로 증거하며 살고 싶습니다.”

복음을 전하고 싶어 하신 장로님께 조금의 시간이 더 주어지지 않은 아쉬움이 있지만, 그래도 삶의 마지막 고백을 예수가 그리스도라고, 그리고 그 복음을 전하고 싶다고 하신 것이 참 감사한 것은, 평생 바쁘고 분주하게 행하신 그 어떤 행위로도 확증할 수 없는 자신의 구원을 확인하셨기 때문입니다. ‘주일을 성수하고 감사하면서 시간이 있을 때 미리 미리 교회를 사랑하라’는 장로님의 부탁을 가슴 깊이 새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