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제목부터 꽤나 의아스럽다. '대통령을 위한 물리학'(살림 펴냄. 원제 'Physics for future president'). 대통령을 위한 물리라니, 도대체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데 왜 물리학적 지식이 필요한 것일까.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UC 버클리) 교수로 재직 중인 리처드 뮬러는 이 책에서 테러리즘과 에너지, 원자력, 우주, 지구 온난화 등 국가 지도자들의 대표적인 관심사인 다섯 가지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며 "이 모든 것에 물리가 있다"고 말한다.
물리를 알고 나면 9ㆍ11 테러도, 생화학 무기도 훨씬 이해하기 쉬워지며 화석연료를 두고 벌이는 온갖 해프닝의 이면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원자력에 대한 중요한 결정은 구체적인 과학적 지식에 기초해야 하며 인류의 미래가 달린 우주나 기후온난화는 당연히 물리학과 연결돼 있다.
가령 9ㆍ11 테러로 세계무역센터 빌딩이 무너져 내린 것은 비행기 충돌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은 비행기가 싣고 있던 항공연료 때문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당시 131t의 비행기가 시속 960㎞로 날고 있어 비행기의 운동 에너지는 불과 TNT 1t에 그친다. 반면 비행기 한 대당 싣고 있던 항공연료 60t이 공기 중에서 연소하면서 t당 TNT 15t, 그러니까 비행기 한 대당 TNT 900t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냈다는 것이다.
항공연료의 에너지가 TNT보다 더 크다는 것인데, 사실 편의점에서 파는 초코칩 쿠키도 TNT보다 많은 에너지를 갖고 있다고 한다. 초코칩 쿠키는 1g당 5㎈인 데 반해 TNT는 0.65㎈ 불과하다는 것. 다만 TNT가 가솔린이나 초코칩 쿠키보다 무서운 것은 순간적으로 매우 빠르게 어너지를 방출할 수 있어 훨씬 강하고 빠른 폭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신 이슈를 중심으로 물리학적 지식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한 뮬러 교수의 동명 강의는 2009년 UC 버클리 재학생들이 뽑은 최고 명강의로 선정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