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효창동 효창운동장 맞은편 주택가에 노숙 위기에 처한 여성과 그 자녀들을 위한 쉼터가 자리잡고 있다. 기독교 신앙 안에서의 쉼과 자립을 위해 지난 1999년 문을 연 ‘새날여성쉼터’다. 40평 규모에 방 4개를 갖춘 쉼터는 기독교대한감리회 새날교회 강인혜 목사가 운영한다.

강 목사는 신당동에서 자취생활을 하던 시절, 자신을 전도하려고 했던 주인집 딸에게 3년 만에 전도됐다. 그 후 하나님의 일을 하고 싶어 감신대 신학대학을 졸업한 후 감신대 대학원에도 진학했다. 뜨거운 열심으로 일반 목회를 하려고 교회의 자리를 찾았지만 기쁨을 얻지 못했던 그녀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기도했다. 그러던 중 여성 노숙자들의 생활상을 담은 TV를 보고 마음을 굳혔다.

강 목사가 여성쉼터를 위해 처음 얻은 곳은 지하 전셋집이다. 전도사를 하며 모은 돈 8백만 원과 지인으로부터 헌금받은 7백만 원으로, 입주할 때 1천5백만 원, 입주 두 달 뒤 나머지 1천5백만 원을 주기로 하고 3천만 원짜리 집을 얻었다. 계약시 사역을 알리는 간판을 거는 것도 허락 받았다. 지하 전셋집은 비만 오면 물이 들어와 물을 퍼내야 하는 열악한 환경에 노출돼 있었지만 삶에 지친 여성 노숙자들에겐 소중한 보금자리가 됐다. 강 목사는 이곳에서 3년을 사역하다 지난 2002년에 지금의 쉼터로 이전했다. 강 목사가 속한 감리교단 서울연회 중구용산지방회에서 강 목사의 사역을 후원해 줘 이전이 순탄하게 이뤄졌다. 강 목사는 쉼터의 이전이 기도의 응답이라고 말했다. “새로온 사람과 쉼터에 머무르는 사람들을 위한 방 그리고 이들과 함께 예배드릴 수 있는 넓은 거실이 있는 집을 구해 달라고 기도했는데 정말 그대로 이뤄진 거죠. 기도의 응답이라고 밖에 생각이 되지 않더라구요.” 꿈과 기도가 이뤄진 순간이었다.

강 목사는 여성 노숙자들의 자립을 위해 몇 가지 생활수칙을 정했다. 아무 대책 없이 이들을 내버려 두는 것은 쉼을 주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망가뜨리는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생활수칙은 아침 6시 기상해서 아침예배를 드리고, 저녁 11시에 취침하는 것 등이다. 강 목사는 이곳을 찾는 여성들에게 노동을 권한다. 이들을 일터로 내보내는 것은 자립을 돕고, 노동을 통해 자녀 양육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게 하기 위해서이다. 강 목사는 이들의 신앙과 주인정신을 키워주기 위해 십일조를 내게 하고 이를 쉼터 운영에 사용한다.

강 목사는 쉼터를 찾는 모든 여성들을 받아들이지만 찾는 모든 이들이 머무르지는 않는다. 강 목사는 처음 온 이들에게 쉼터의 생활수칙을 일러준 뒤 일주일에서 한달간 쉼터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과정에서 물의 없이 공동생활을 해 나갈 수 있는 이들은 쉼터에 머무르게 된다.

쉼터를 찾은 여성들의 자녀들은 교육을 받는 것은 물론 건강을 위해 운동도 한다. 아이들의 방과 후 교육 일부는 숙명여대 사회봉사부 학생들이 학기 중에 맡아 해 주고 있다.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단련하기 위해 합기도도 시작했다. “아이들의 교육이 중요하고 건강이 중요합니다. 다행히 아이들을 위해 나서는 분들이 많아 감사할 따름입니다. 아이들 교육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여성들이 있는데 교육은 중요합니다. 그래서 여기 있는 모든 아이들은 의무적으로 교육을 받게 합니다.”

국가의 지원 없이 운영되는 쉼터지만 많은 이들이 찾고 후원도 늘어나 ‘모자쉼터’라는 곳을 하나 더 개원했다. 앞으로의 사역 방향을 묻는 질문에 강 목사는 “쉼터 사람들과 외부 사람들이 함께 예배드릴 수 있는 작은 교회가 있었으면 해요. 어쩌면 이 일은 하나님이 저에게 주신 천직 같기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