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의 중동문제 전문가가 세계 정치·경제·종교 갈등과 분쟁의 진원이 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 공존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일본 나사렛신학교 교수 모리모토 유쪼 박사(나사렛교회 목사)는 “불과 1백 년 전까지만 해도 유대인과 팔레스타인 아랍인은 문화, 경제 분야 등에서 공존해 왔다”고 밝히고 “공존의 역사에 대한 이해와 두 인종 간 평화 협력 모델인 ‘손잡기 운동’(Hand in Hand), ‘모자이크 공동체 운동’(Mosaic Communities) 등의 노력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갈등 해결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강력히 주장했다. 유쪼 박사는 4년 이상 이스라엘 기브츠 농장에서 생활하며 히브리대학교 및 대학원(신학석사)과 예루살렘대학교(문학석사)를 졸업했으며 히브리어에 능통한 중동 전문가다.

그에 따르면 7세기 이슬람이 등장한 후 13세기까지만 해도 유대인은 이슬람 국가에서 주로 보석상을 하며 아랍인과 공존해 왔다. 17세기 중순까지도 전 세계 수 백 만의 유대인 중 절반은 중동 이슬람 국가에 살았다. 물론 당시 중동 유대인은 사회활동이나 납세 등에서 무슬림과 동등한 대우는 받지는 못했다. 이들은 법정에서 무슬림에 대항하는 증언을 할 수 없었고 이주의 자유도 제한적이었다. 흰 터번을 하는 무슬림과 구분되게 노란 터번을 쓰고, 목욕탕에 들어갈 시에도 유대인이라는 표시로 목에 종을 달아야 했다.

하지만 유대인과 아랍인은 종교·문화적으로 공유하는 영역이 있었다. 두 인종은 공통적으로 구약의 아브라함, 다윗, 솔로몬을 성자로 섬겼으며 모두 ‘다윗의 별’을 호신용 부적처럼 활용했다. ‘함사’(아랍어로 ‘다섯’을 의미)라는 부적 역시 두 인종이 공유했다. ‘아코’ 지역은 유대인과 아랍인이 모두 성지로 여겨 함께 순례했다. 유쪼 박사는 “이처럼 두 인종 간에는 성자숭배, 축제, 순례를 함께하는 종교다원화와 관용의 역사도 있었다”고 말했다.

오스만제국 때에는 유대인과 아랍인의 공동사업프로젝트도 진행됐다. 유대인과 아랍인은 물레방아를 공동으로 운영하기도 하고 의료협력을 맺었으며, 예루살렘의 무슬림은 유대인에게 40% 가량의 집을 임대해 주었다. 16세기 예루살렘 향료 시장에서는 유대인, 아랍인, 기독교인이 함께 일하기도 했다. 하지만 19세기 후반 구라파에서 추방된 유대인이 중동지역으로 오면서 이 지역의 유대인-아랍인 간의 관계에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유쪼 박사는 추측했다.

유대인과 아랍인의 대표적인 공존 모델로 유쪼 박사가 예로 든 것은 이 고돈, 아민 칼라프가 8년 전 시작한 ‘손잡기 운동’과 미국의 인종차별 주택정책의 개선책으로 시작됐다가 4년 전부터 이스라엘에 본격적으로 추진된 ‘모자이크 공동체 운동’이다. ‘손잡기 운동’은 유대인과 아랍인의 공학(共學) 운동으로 종교의식 및 종교기념일을 제외하고는 두 인종이 대등한 입장에서 히브리어와 아랍어로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 운동으로 세워진 학교와 유치원 등 3곳에서 벌써 수백 명의 학생들이 다문화 적응력과 사회적 포용력을 길렀다.

‘모자이크 공동체’는 25년 전 미국의 프레드 슐롬카가 백인의 집을 사서 흑인에게 파는 방식으로 진행한 인종 혼합거주정책으로 1985년 슐롬카는 이스라엘에서 개인적으로 이 운동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람래’라는 도시는 80%가 유대인, 20%가 아랍인이 거주하고 있으며, 두 인종의 청년들이 대화하고 함께 일하는 프로그램도 진행되고 있다.

유쪼 박사는 “유대인 랍비 마이켈 레르너는 유대인과 아랍인이 민간차원에서 평화운동을 전개할 것을 요청했다”며 그의 의견에 동감한다고 했다. 아울러 “나는 유대인과 아랍인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이라며 서민 차원에서 평화 공존이 가능한데도 정치적으로 어느 한 편을 지지하거나 지원하는 외부의 행동들이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고 경계했다. 그는 또 기독교는 두 인종을 모두 사랑하고 화해를 촉구할 것을 역설했다.

이날 논평자로 나선 이재환 박사(한세대 선교학, 기독교교육학 교수)는 “유쪼 박사가 제안한 유대인과 아랍인의 평화적 공존 사례가 이스라엘 안에 국한돼 있고, 갈등의 근본 원인이 되는 국제, 정치, 종교적 접근이 아니라 교육, 사회적 접근으로 해결방안을 모색한 것은 아쉬운 점”이라고 말하고 “그러나 두 인종의 평화적 공존 방향을 제시한 것만으로도 의의가 크다”고 평했다.

이스라엘(Israel)과 이슬람(Islam)을 객관적인 시각에서 접근하고 이해하는 목적으로 지난달 창립된 투아이즈네트워크(Two Is Network, 회장 전호진 박사)는 5월 3일 시리아 다마스커스 국립박물관장인 아흐마드 세리 박사를 초청해 ‘중동의 이슬람은 왜 기독교를 미워하는가?’라는 주제로 두 번째 세미나를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