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기억력이 흐려져 가시는 어머님께 어느 날 전화를 올렸다.

“엄니, 저여유. 영봉이.”
“응, 우리 아들인감? 니가 몇째지?”
“둘째지. 이젠 그것두 몰르남.”
“그려, 내가 아들 넷 낳았응게. 첫째가 승봉이구, 영봉이는 둘째지. 넌 애들 몇이나 낳았냐?”
“저두 넷 낳았지.”
“너, 에미 시절되었다구 놀리는구나. 바른대로 말혀.”
“둘이유. 민우허구 애린이.”
“맞다. 민우, 애린이. 우리 애기덜 잘 지내지?”
“그럼유. 잘 지내유.”

“근디, 너 에미헌티 잘 허지? 눈 부릅뜨구, 빽 소리 지르구, 그러지 않지?”
“안 그려유. 그랬다가 큰 일 나게?”
“에미 좀 바꿔라.”

아내가 수화기를 넘겨받는다.
“어머니, 저 현주예요. 안녕하세요?”
“그려, 나 잘 있어. 그런디, 애비, 너헌티 잘 허지?”
“예, 어머니, 잘 해요. 요새는 제가 무섭대요.”
“잘 허능거여. 그리야여. 말 안 들으먼 한 대 갈겨라, 잉?”
아내가 뒤집어진다.

“아이구, 귀한 아들을 제가 어떻게 갈겨요. 교인들 알면 저 큰 일 나요.”
“괜찮어. 내 말만 들어. 마누라 말 안 듣는 놈은 다 그리야여.”

내가 수화기를 다시 잡는다.
“아니, 엄니가 돼서 아들 편을 들으야지 왜 며느리 편만 드신대?”
“소용 읍서. 나는 여자 편이여.”
“그래두 그렇지, 아들을 때리라구 허먼 돼?”
“마누라 말 안 듣는 놈은 맞아도 싸. 다 너 복 받으라구 그러능겨.”
“걱정 마셔. 잘 허구 있응게. 그런디, 지금 혼자서 뭐 허구 계셨어?”
“혼저 찬송 부르구 있었다. 왜, 같이 헐래?”
“좋지. 무슨 찬송인디. 같이 부르지 뭐. 몇 장인디?”
“내가 알간? 암것두 물러. 나, 시절이다.”
어머니가 갑자기 수화기를 잡고 한 참을 웃으신다.

“엄니, 안녕히 계셔. 또 전화 허께.”
“그려, 내 새끼. 고맙다. 시간 있으먼 한 번 댕겨 가. 나는 가지 못허니께.”
“내가 어디 사는지 알기나 허남?”
“그거 알먼 내가 박사게?”
“그거, 몰라두 되니께, 부르던 찬송이나 계속 부르셔. 전화 끊으께.” (2011년 10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