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델베르흐 지혜의 언덕 - 軒鏡 최윤환

안개의 산자락 경계를 비탈길로 넘어
맑은 하늘 아래 작은 차량들
바람 따라 스쳤을 가
차분히 도시의 거리로 들어선다.

광장 앞 솟아올랐다 떨어지는 분수 물줄기
헝클어지면서도 굵게 흘러내리는,

거기에 전통의 뿌리 깊은
생명으로 뻗어 오른
짙 푸른 지혜의 숲이 숨 쉬고 있었다.

슬기로이 푸른 빛 흘러내리는
질서의 물줄기
가슴 속에 까지 대어 주는
목축임으로 넘쳐,

자유로의 숲으로 들어서니
거대한 포도주 나무통, 묶여 앉아
텅 빈 건물은 검은 손의 惡神처럼 솟아있어
겁을 한 입 가득 머금어 서있네

4층 벽 건물 모서리의
9m 원통 솟아오른 붉은 벽기둥은
나폴레옹 포탄마저도 다
허물어뜨리지는 못했다는데

거리 모퉁이 돌아서자
하이델베르흐 황태자 첫사랑의
대학 잔치 푸짐히 헤프게 벌렸을 골목 옆으로
예쁜 빛깔 골목 끝 마을 집 꺾어 돌아
무질서한 삐죽 탑 앞에서
혼란스런 머릿속을 흔들었지

광장에 나서자
지나간 사형장 단(壇), 구석 녘에 밀쳐놓고

2차 대전의 포성 연기 砲火에도
우뚝 버텨 섰다는
칼빈의 연설 담은 높다랗게 각진
기둥 벽 교회당 광장 앞에 서네.

다리 건너 지혜의 숲 흐드러진 언덕 건너에서
육중한 다리 아래로
유유히 흐르는 지혜의 강물은 넘실거리고

얄팍한 야수(野獸)의 표정이
허탈한 창을 휘저어 온데도
나의 우뚝이 버텨 온 意志의 土臺 딛고서
지혜의 숲 안으로 들자.

아름다운 塔 한가운데로 솟아올라
인간 겉 주름살들을
한 눈에 내려다보며

영원히 흘러 갈 지혜의 숲에서
드높은 의지의 승화를
영원한 부름 입혀
우스꽝스런 싸움과 웃음들 흘리는
현대의 표정에다가
칼빈이 담았을 슬기를
끝 안보이도록, 띄워 보내리.

▲하이델베르흐 시 전경


넥카 강 구비 돌아, 하이델베르흐 독일 중남단 도시 안에 들어섰습니다. 분수 광장을 직행하여, 거대한 흐레데릭 고궁의 건물들은 껍데기만 우뚝 살아있는 죽은 건물로 둘러서 있습니다.

건물 한 모퉁이로 내려서면 거기에는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포도주 나무통 한통이 7mx8.5m로 쇠사슬로 막아 놓은 집채 창문 안에 한방 가득히 누워있습니다. 칼 데오도어란 무사가 더 큰 술통을 만들어 놓으려고, 3번씩이나 더 큰 술통, 더 큰 술통하면서 지었다는 포도주 나무통 입니다.

그 앞에는 세상에서 술을 제일 잘 들이킨다는 난쟁이 익살광대 페어케오 인형이 역시 익살스럽게 그 술통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고궁 벽돌 건물을 돌아 넥카강이 내려다보이는 고궁건물 한 모퉁이로는 직경이 9m나 된다는 원형 탑이 우뚝 서 있어, 강 건너편으로 진격해 온 나폴레옹 마저 도포탄을 쐈어도 파손되지 않았다는 붉은 기둥탑이 서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넥카강 건너지르는 무게있는 둥근 아치를 받침 다리로 한 테오더어호이쓰 별돌다리를 건너면, 깊은 숲으로 커다란 동산이 누워있는데, 여기에서 줄줄이 지혜의 철학자들이 나타났다 사라진 숲이라 하여, 지혜의 숲이라 명명되어 있었습니다. 참 아기자기한 도시 하이델베르흐, 다시 한번 찾고 싶은 도시입니다.

유명한 황태자의 첫사랑 이름 붙은 영화 속의 집이 소담히 남아 서 있고, 제2차대전에서도 불란서인 교회개혁자 칼빈이 와서 연설 하였다는 성령교회당은 부서뜨리지 않았다 하는 교회당이 아직도 내 머리 안에 인상 깊게 지워지지 않고 남겨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