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발 앞에 있는 물건을 집으려고 몸을 숙일 때마다 몸의 균형이 앞으로 쏠려서 곧 넘어질 것 같은 불편한 느낌이 들곤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팔다리의 근육도 조금씩 부드러워져서 옛날같지가 않았습니다. 무엇인가 규칙적인 운동을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포츠용품을 파는 곳에 가서 80파운드짜리 굵은 고무줄을 사다가 기둥에 걸어놓고 아침 저녁으로 팔운동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한달쯤 지나니 몸이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주 수요일 아침 직원예배후에 팔씨름 상대를 구했습니다. 소망회를 맡고 계시는 이성일 목사님이 제일 만만해보였습니다. 팔씨름 한 번 하자고 도전했더니 '목사님, 현실을 받아들이세요.'하는 눈빛이 역력했습니다. 그러나 예측을 깨고 내가 이겼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던 다른 교역자들이 '내가 하면 이길 수 있는데'하는 얼굴로 짐짓 놀란 표정을 지어보이고 있었습니다.

금요일 아침에는 최호신 목사님에게 팔씨름 도전장을 던졌습니다. 무엇이든지 이긴 사람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상급도 정했습니다. 최목사님이 기다렸다는듯이 나의 도전을 받아들였습니다. 나는 팔씨름을 시작하기 전에 '이긴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기'라는 단서를 만천하에 다시 공개하고 다짐도 받았습니다. 내가 최목사님을 이기면 꼭 그에게 부탁하고 싶은 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투(?)를 벌인 후에 내가 최목사님을 이겼습니다. 그런데 최목사님은 원래 왼손잡이입니다. 자신이 팔씨름에 졌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듯이 "목사님, 이번에는 왼 손으로 해요."하고 재도전을 해왔습니다. 마음으로 잠시 염려가 되었지만 (왜냐하면, 내가 왼손 팔씨름에 지면 무승부라고 우겨댈 것이 뻔하니까요) 주님께 부탁드리며(?) 도전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왼손도 내가 완승했습니다. (참고로 최목사님은 내 아들과 같은 나이입니다.)

모든 교역자들이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최목사님을 내가 이겼기 때문에 다른 교역자들은 이미 평정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엄살(?)을 부리기도 했습니다.이제 모든 교역자들이 내가 최목사님에게 무엇을 요구할까하고 궁금한 눈빛으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나의 요구는 아주 간단명료한 것이었습니다. "최목사님, 지금 당장 박써니 목사님이 이발한 이발관으로 가서 박목사님과 똑 같은 머리로 깍아요." 그러자 진짜 환성이 터져나왔습니다. 일제시대 봉숭아학당 선생님 같은 최목사님의 머리모양이 다른 교역자들에게도 기도제목(?)이었던 것같습니다. 그렇게 해서 최목사님 머리 스타일에 대혁명이 일어났습니다. 이번 주일에 여러분 모두 그 최신 스타일을 보시고 즐거워하시기 바랍니다. 내가 팔이 부러져라 애쓰면서 이룩한 대 역사임을 기억하시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