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병법의 “손무”(孫武)는 장수를 세 부류로 나누었습니다. 용장(勇將), 지장(智將), 그리고 덕장(德將)입니다. “용장”은 항상 “나를 따르라!”하는 외침과 함께 군사들을 진두 지휘하는 용맹함과 추진력을 갖춘 지도자입니다.

두둑한 뱃심과 뼈 속 깊은 곳에서부터 풍겨 나오는 강인함으로 사람들을 압도하는 “남성적 카리스마”를 지닌 인물입니다. “지장”은 뛰어난 지략과 견문을 갖춘 전략가형 장수입니다. 다양한 전술을 구사하고 날카로운 식별력과 통찰력으로 부하들을 통솔하는 지적 능력의 소유자입니다. 그리고 “덕장”은 따듯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가진 장수입니다. “이것 해라, 저것 해라!” 일일이 참견하고 간섭하지 않아도 수하의 부하들이 솔선수범해서 움직입니다. 항상 온화한 웃음과 뛰어난 덕성으로 사람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따듯한 카리스마”를 지닌 사람입니다. 그래서 예로부터 많은 정치인들과 철학자들은 이 세 부류의 장수 중에서 “덕장”을 최고의 자질을 갖춘 지도자라고 꼽아 왔습니다.

오늘 날에도 지도자의 통솔력을 평가할 때, 이 세 가지 유형의 잣대를 대입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유교문화권 속에서 살아와서 그런지 한국 사람들은 유독 “덕장”에 대해서 많은 평점을 부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인품이 온화하고, “덕”(德)으로 사람들을 다스리는 것을 최고의 지도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면에, 우리들이 살아가는 이 미국 사회에서는 “합리적인 판단력과 적극적인 추진력”을 갖춘 “지장”과 “용장”의 자질을 갖춘 사람에게 더 많은 관심과 비중을 둡니다. 예전에 한국에서 “목사 진급 과정고시”를 치를 때, 인터뷰 중에 “당신은 스스로를 “용장”, “지장”, “덕장” 중에서 어느 부류에 속한다고 생각합니까?”라는 다소 감상주의적인 질문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속 좁은 샌님처럼, 삐딱한 뱁새 눈으로 심사를 하시는 심사관 목사님들의 얼굴 속에 이미 “덕장”이라는 “모범 정답”이 숨어 있었습니다. 쓸데 없는 말들을 더 했다가는 괜한 고생을 할 것 같아서 그냥 “덕장”이라고 크게 대답을 했습니다. 너무도 뻔한 대답에 김이 빠졌는지 심사관들은 별다른 트집을 잡지 않고 금방 저를 “사자굴”에서 방면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만약 지금 누가 다시 한번 저에게 같은 질문을 한다면, 저는 “무릇 지도자는 이 세 가지의 항목을 다 갖추어야 한다”고 이야기 할 것입니다.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은 반드시 머리(지장), 가슴(덕장), 배(용장)가 골고루 발달해 있어야 합니다. “지장”은 너무 잔머리만 굴리는 얌체 같은 느낌이 나고, “용장”은 항상 무식한 머슴 냄새가 풍깁니다. 그리고. 소위 덕장은 무능하고 게을러 보입니다. 현대에는 이 세 가지 지도력을 균일하게 다 갖추어야만 좋은 “리더쉽”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도 양 같이 연약한 제자들을 이리떼 같은 세상 사람들에게 보내시면서, “담대하게 말씀을 전하고 능력을 행하되 뱀처럼 지혜롭고 비둘기처럼 온유하라”(마태 10: 16)고 당부하셨습니다. 세 가지 지도력을 다 당부하셨습니다. 그 옛날 한국의 교육철학이기도 했던 “지덕체”(智德體)는 오늘 날에도 우리 신앙의 지도자들이 연마하고 갖추어야 할 중요한 훈련 덕목들입니다.

한 해가 영글어가는 가을이 되었습니다. 그 동안 흐트러졌던 우리의 삶의 옷깃을 다시 한번 동여 매고 “겸손한 마음으로” 그리고 “학자의 마음으로” 새롭게 배우고 도전하는 하나님의 일꾼들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