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의 양극화만큼 한국교회의 양극화도 심각하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예장통합 교단 전체 교회 중 35%가 재정적으로 자립하지 못한 미자립교회고, 기독교대한성결교회는 미자립교회가 43%에 달한다. 기독교대한감리회 또한 마찬가지 상황으로, 36.7%의 교회들이 미자립교회다. 또 매년 2천5백여 개의 교회가 새로 생기지만 3천여 개의 교회가 문을 닫고 있는 현실이다. 이 상태라면 한국교회도 유럽교회처럼 쇠퇴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은 재정적 압박과 함께 부족한 인적자원으로 고심한다. 함께할 교역자가 없는 상황에서 담임목회자는 과도한 목회적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또한 일인다역을 해내야 하는 미자립교회 담임목회자는 성경묵상 시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이는 설교의 질적 저하로 이어진다. 설교가 은혜를 끼치지 못하면 결국 사람들은 그 교회를 떠나게 되고 헌금도 자연 줄어든다. 재정적 압박이 점점 죄어 오고 담임목회자의 부담감은 날로 가중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같은 악순환의 고리가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상계교회의 미자립교회 살리기 운동이 그래서 더 눈에 띈다. 2년 전부터 미자립교회의 자립화를 위해 물질적 지원과 함께 목회 코칭을 해 온 결과, 미자립교회들의 교인 수와 헌금이 배가 되는 등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상계교회 담임 서길원 목사는 “미자립교회 목회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비전”이라며 “패배주의를 걷어 내고 긍정적인 사고로 전환하는 게 절실하다”고 말했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느냐는 담임목회자들의 리더십에 달렸다는 것이다.

- 상계교회의 미자립교회 지원사역에 대해서 소개 바란다.

“상계교회는 ‘비전교회 자립화 프로젝트’란 명칭으로 미자립교회 살리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2년차인 이 운동은 대단한 성과를 거뒀다. 지난 해 2월 21일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을 위한 ‘다시 뛰는 교회부흥 세미나’에는 미자립교회 목회자 5백여 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초교파적 성격의 이 세미나에 장로교, 순복음, 성결교 등 다양한 교단의 목회자들이 참석했다.

이 세미나에서 상계교회는 미자립교회 20개를 무작위로 선정하여 1년 동안 재정적, 목회적 지원을 하기로 했다. 미자립교회가 자립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취지였다. 이 교회들에는 매달 30만원을 지원하고, 담임목회자들의 목회를 지도해준다.

목회 코칭을 받기 위해 한 달에 한번 상계교회의 지원을 받는 20개 교회 담임목회자들이 전부 모인다. 이때는 선정된 20개 교회뿐만 아니라 목회 코칭을 받기를 원하는 50여 개 미자립교회의 목회자들도 참석한다. 전도와 기도, 설교 등을 제가 직접 지도한다. 특히 20개 교회 담임목회자들은 꼭 전도보고를 하시게 한다. 제가 일일이 다 체크를 하고 잘하신 분들에게는 상을 주고, 못하신 분들에게는 더 잘하실 수 있도록 채찍질한다.”

- 미자립교회 지원사역을 하는 이유는.

“미자립교회가 한국 전체 교회의 75%에 육박한다고 한다.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싶었다. 그리고 미자립교회를 자립화시켜 한국을 예수 마을로 만들고 싶다는 비전이 있다. 미자립교회가 자립하고 성장 발전한다면 침체된 한국교회도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이라 본다.”

- 상계교회의 이같은 사역에 대해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다. 지난번에 상계교회가 지원하는 교회의 목회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교회가 성장 발전해서 교회를 옮겨야 하는데 교회 이름을 지어달라고 요청하셨다. 교회 이름은 담임목회자가 지어야 한다고 거부했지만 끝까지 저에게 지어달라고 하셔서 ‘양지교회’라고 지어드렸다. 그만큼 상계교회에서 목회 코칭을 받는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이 상계교회를 신뢰하시고, 지지하시는 것 같다.”

- 프로젝트 참여 교회 중 성장 발전한 교회들은.

“오산 복음교회는 작년부터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결과 1년 만에 출석교인 수가 2배로, 재정은 3배로 늘어났다. 춘천교회 박주영 목사님도 목회 코칭을 받은 후에 재미난 사람으로 변하셨다. 목회하는 게 행복해졌다고 하셨다. 본인이 행복해 하시니까 교회가 부흥하더라.

미자립교회의 문제는 목회자들 안에 긍정적인 마인드와 꿈이 없는 것이다. 여건이 어려워 자립이 안되는 교회가 분명히 있다. 그런데 지난달에 너무 행복한 보고를 받았다. 강원도 석탄 캐는 지역의 교회 목회자인데, 지난 2월 상계교회에서 열린 부흥 세미나에 다녀가신 뒤 한달 만에 교인 수가 20명에서 40명으로 늘었다는 것이다. 다른 것 말고 ‘탄광촌에 와서 목회하는 일이 대단한 일이지’라고 마음 하나만 고쳐먹으셨다는 것이다. 마인드를 바꾼 게 그렇게 놀라운 성과로 이어질지 몰랐다고 하셨다.”

- 목회 코칭을 할 때 가장 강조하는 부분이 ‘비전’인가?

“그렇다. 교회를 이끌어가는 자의 마인드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목회자들에게 비전을 자꾸 심어주려고 한다. 목회자들은 마인드를 바꿔야 한다. ‘난 안된다’는 패배주의에서 벗어나서 ‘난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사고를 가져야 한다. 많은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이 요즘 다들 성장이 안되니까 나도 안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그러나 미자립교회의 상황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어렵다.”

- 2년간 이 사역을 해 오셨다. 지난 사역을 평가한다면.

“올해가 2년째인데, 매우 큰 보람이 있다. 이 사역을 하기로 한 결정이 옳았고, 잘 판단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매년 1백 개 교회를 자립시켰으면 한다. 상계교회가 해마다 1백 개 교회를 자립시켜 나가면 10년 후에는 많은 영향력을 끼치지 않을까 한다. 상계교회뿐만 아니라 지금 지원하고 있는 미자립교회들도 자립하고, 성장 발전하면 여건이 어려운 다른 미자립교회를 지원하기로 했다. 그렇게 된다면 한국교회가 다시 살아나지 않겠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