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기독교 예술은 ‘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고대 기독교인들은 종교적으로 그리스 로마 문화에 대한 거리를 유지했지만, 문화자체를 거부한 반문화주의자들은 아니었다.

이 책은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고대 기독교 예술의 흐름을 풍부하게 안내한다. 서양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우리나라의 고대 기독교 관련 연구를 보다 체계적으로 정리하고자 책을 집필한 저자는 서양의 연구물과 중복되지 않는 독자적 시각을 전달하는 데 철저히 주력했다. 본문에 삽입된 이미지 모두는 저자 본인이 직접 촬영한 사진으로, 이는 서양과는 차별화된 시각적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한 나름의 방편이다.

기독교 예술은 그리스 로마 문화와의 연결점을 통해 탄생되었다. 저자는 이 부분에 주목해 전반적인 기독교 예술의 탄생 과정과 경로, 발전상을 낱낱이 분석한다. 2세기 말~ 3세기 초, 사회 각계각층에 기독교 신앙이 전반적으로 스며들면서 태동한 기독교 예술은 한편으로는 타 종교의 여러 모티브를 받아들여 변형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기독교적인 주제를 발전시켜 나가는 양상을 보인다.

시각적 표현 중심의 타 종교와는 달리 텍스트 중심의 종교인 기독교는 예술적인 측면에서 거의 백지 상태에 가까웠고, 따라서 독자적인 방식이 아닌 그들이 속한 문화에서 영감을 얻는 방식으로 예술상을 발전시켰다.

‘고대 기독교 예술사’는 고대 예술의 구분과 그리스 로마 예술의 흔적을 개괄적으로 다루고, 2~3세기 기독교적 이미지들이 어떻게 출현해서 발전해 나갔는지 이야기한다. 또한 콘스탄티누스 시대 이후의 변화가 기독교 예술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가에도 집중했다.

내용 중에 저자는 “대홍수를 통해 세상이 정화되었으므로 테르툴리아누스는 땅을 뒤덮은 물을 정화의 세례수로 이해한다. 물 위를 떠다니던 방주를 천상적 교회의 예표로 해석하고 올리브 잎을 물고 온 비둘기는 하나님의 평화를 이 땅에 전하는 성령에 대한 상징으로 본다”고 전하는 등 성경의 상징성의 이해를 돕도록 설명했다.

다양한 이미지와 자세한 이론 전개는 부족했던 국내 기독교 예술 연구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