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8일 뉴욕장로교회 3부 주일예배 중 설교가 끝나고 갑자기 이영희 담임목사가 강단에 올라왔다. 지난 3월 4일 주일예배 설교를 마지막으로 안식년에 들어가 한국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던 이 목사의 갑작스런 출현에 성도들은 의아했다. 이 목사는 마이크를 잡자마자 자신의 죄를 고백하기 시작했다.

“저는 간음죄를 지었습니다. 십계명 중 제7계명을 어겼습니다. 진정으로 회개했으며 하나님께서 용서해 주셨지만 성도들 앞에서 고백하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지난 2개월동안 정말 지옥이 어떤 곳인지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감사하게도 우리 하나님께서는 긍휼히 여기셔서 다윗을 용서하시고 현장에서 간음한 여인을 용서하신 것처럼 저의 죄도 용서하셨습니다. 제가 지은 죄는 성질상 추악하고 악한 것이었습니다. 저의 죄는 죽음보다 깊고 진홍보다 진한 것입니다마는 하나님의 긍휼과 사랑은 그보다 더 크고 더 진한 것임을 저는 체험했습니다. 어쩌면 오늘 제가 이 자리에 나와 설 수 있는 이런 용기를 가진 것도 하나님의 용서를 받은 그 놀라운 은혜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비록 제가 하나님께 용서를 받았지만, 30년이나 가까운 세월을 목회해 오면서 이 자리에는 아버지같은 어른들도 계시고 어머니같은 권사님들도 있고 어린 학생들로부터 제가 친히 교육시키고 훈련시켜서 집사가 된 분들도 있어 너무나 고통스럽고 이 분들에게 그 무거운 배신감을 느끼게 하고 그 짐을 생각할 때 참으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마음에 생각하기를 이 일은 제가 공적으로 나와서 하나님 앞에 시인하고, 여러분 앞에 저의 죄를 고하고, 용서를 구하고, 다시 한번 사죄드리며 하나님이 저를 용서하셨으니 여러분도 저를 용서하시고, 위해서 기도해주시고, 제가 가는 앞날을 지켜보아 주시기 바라면서 짧지만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 목사가 눈물을 흘리면서 자신의 죄를 고백하자 이미 소문을 듣고 이런 사정을 알고 있는 듯한 성도들은 곳곳에서 흐느끼기 시작했다. 전혀 사정을 몰랐던 특히 젊은 성도들은 당황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뉴욕장로교회 당회는 이 목사의 간음죄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당회는 이 목사가 안식년에 들어가기 전인 2월 22일 이미 사태를 파악하고 이 목사에게 안식년을 준 후, 조용히 사임시키려 했다. 하지만 지난 3월 4일 이 목사의 안식년이 성도들에게 공지될 때 이 목사의 담임목사 사임건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이를 놓고 한편에서는 당회가 이 목사의 간음죄를 은폐하려 했다는 비난도 일고 있다. 사건 후 뉴욕장로교회 홈페이지는 18일부로 폐쇄됐다.

뉴욕교계는 이 목사의 용기있는 발언에 격려를 보내고 있다. 한국과 미국을 둘러보아도 대형교회 목사가 이처럼 자신의 은밀한 죄를 공개적으로 회개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인사는 “이 목사의 죄 고백과 함께 뉴욕교계에 회개의 불이 붙어 진정한 부흥의 길이 열리길 소망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목사와 관계한 여인이 한 명 이상이라는 것과 기간 또한 1-2년이 넘는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뉴욕 한인사회에 큰 파장이 일 것이라 염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 목사가 직접 사건을 구체적으로 해명하거나 당회의 뚜렷한 입장 발표가 있기 전까지 소문은 더욱 무성해 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미 올해 말 사임하기로 했던 이 목사가 3월 18일 주일예배 강단에 갑자기 선 것은 당회와 이야기되지 않은 돌발적인 행동으로 알려져 이를 해석하는 입장도 분분하다. 뉴욕장로교회에서 30년간 목회하며 카리스마적 리더십으로 교회를 성장시켰고 5월에 뽑힐 미주한인예수교장로회 총회장에도 이 목사가 내정됐다는 배경은 이 목사가 사임보다는 공개회개를 하며 담임목회자 직을 지키려 했다는 의심을 사기도 한다.

현지 교계언론 기독뉴스는 “원래 뉴욕장로교회 당회는 이영희 목사가 올해 안식년을 마치고 사임하는 쪽으로 일을 해결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 목사의 지난 29년간의 수고를 감안해 이 목사를 다시 받아들이자는 그룹들이 생김으로써 이번과 같은 충격고백이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 사건이 현지 한인사회 일간지에 보도되면서 일파만파로 퍼지자 이 목사가 스스로 용퇴하는 것이 뉴욕장로교회 내 이 목사 지지측과 아닌 측의 분열을 사전에 막을 수 있으며 기득권 유지를 위해 죄책 고백을 했다는 오해도 불식시킬 것이라는 여론도 있다.

한편 뉴욕장로교회가 속한 미주한인예수교장로회 뉴욕서노회는 4월 2일 임시노회를 소집해 총회장 인선문제와 이 사태에 관해 논의할 방침이다. 이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