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고고학은 성경의 기록을 토대로 그 시대의 유적과 유물을 연구해 성경 말씀을 증거하고 이스라엘의 문화·역사·지리·풍습을 앎으로 성경 이해를 돕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협성대학교 성서고고학박물관은 이러한 성서고고학적 정신에 입각해 1997년 8월 아시아권 최초로 고대 이스라엘과 인근 지역 유물들을 분석, 전시한 박물관이다.

박물관은 2백평이라는 비교적 작은 규모에 비해 이스라엘을 비롯한 주변국에서 출토된 B.C 3300년 경부터 A.D 19세기까지의 유물 총 297점이 전시되어 있다. 박물관은 주제별로 3개 전시실로 나뉘어져 있는데, ▷제1전시실은 ‘성서시대의 토기류’를 주제로 초·중·후기 청동기시대, 철기 시대의 향수병이나 항아리 등의 토기류들이 ▷제2전시실은 ‘성서시대의 일상생활’을 주제로 동전, 전쟁무기류, 등잔, 아랍어 석비, 향수병, 인장용 도장, 유리그릇 등의 당시 일상용품들 ▷제3전시실은 ‘성서시대의 기록문화와 유대교’를 주제로 토라 두루마리, 바알 신상, 아쉬토렛 여신상, 회당에서 쓰던 제의용품 등이 전시되어 있다.

유물 중 가장 이목을 끄는 것은 단연 ‘토라’다. 토라는 평균 높이 60센티, 넓이 85~90센티의 양피지나 자연사한 송아지로 만든 독피지를 이어 붙여 만들어졌다.

당시 모든 유대인들은 안식일이 되면 회당에 모여 토라를 낭독했기 때문에 토라를 전문적으로 필사하는 사람들이 필요했는데 그들이 바로 서기관이다. 토라는 숙련된 서기관들이 갈대 펜을 이용해 광물질과 숯에서 추출한 까만 물질에 끈적한 동물의 기름을 섞은 잉크로 한 자씩 정성스럽게 필사했다. 이 갈대 펜에는 약간의 철도 용납되지 않았는데 유대인은 철을 전쟁에서 사람을 죽이는 무기의 재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엄밀한 토라 필사를 위해 가죽에 송곳으로 일정한 간격으로 가로 줄을 그은 다음 이 선에 글자의 획(히브리어의 경우 윗선)을 맞추어 기록했다고 한다.

서기관들은 또 2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토라를 필사해야 했고 야훼(하나님)라는 단어가 나올 때면 새 붓을 사용하고 목욕을 하고 와서 다시 썼다고 한다. 만일 쓰다가 틀리게 되면 틀린 부분을 도려내고 썼지만 야훼라는 단어를 틀렸을 시에는 처음부터 다시 써야 했다고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토라는 제작에 길게는 1년 반의 시간이 소요되었다고 하는데 과연 사람의 손으로 필사했다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의 정교함이 배어있다. 하지만 서기관마다 글자체나 정교함이 차이가 나고 가끔 실수로 틀린 부분을 지우고 수정한 부분도 볼 수 있는데 어떤 서기관이 필사했느냐에 따라 값어치가 많이 달라졌다.

토라 두루마리는 은세공품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케이스에 들어 있으며 사람이 손으로 직접 만지면 불경하다고 해서 은으로 된 토라 지시봉으로 가리키면서 읽었다.

박물관에는 이외에 유대인 남자들이 기도할 때 왼쪽 팔뚝과 이마에 끈으로 묶어서 부착했다는 가죽 성구 상자 ‘트필린(tefilin)’, 개인 휴대용 토라인 ‘에스더서 두루마리’, ‘메주자(Mezuzah)’라 불리며 모든 유대인들이 대문 오른쪽 기둥에 부착했던 문설주 축복문 상자 등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성경 속 역사로 이끌어주는 유물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