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 성경에서 결혼하지 않은 여자의 권리는, 아버지의 권한에 속했으며, 결혼한 여자의 권리는 남편에게 속하였다. 십계명에 아내는 남편의 소유물과 함께 기록되었다: 네 이웃의 아내를 탐내지 말라 네 이웃의 아내나 그의 남종이나 그의 여종이나 그의 소나 그의 나귀나 무릇 네 이웃의 소유를 탐내지 말라 (출 20:16). 남편은 바알(Ba’al) 또는 아돈(Adon)이라 불렀다. 그 뜻은 주인(master)을 의미한다. 가나안 신인 바알(Ba’al)이 아닌 일반적으로 남편을 바알(주인)이라 불렀던 예는, 집 또는 밭의 바알(출 21:3, 33, 삼하 11:26, 잠 12:4)이라 하였으며, 결혼한 여인은 바알(남편)에게 속하였다 (창 20:3, 신 22:22). 그래서 남자가 결혼하여 아내를 얻으면, 그녀의 바알(주인/남편)이 되었다 (신 21:13, 24:1). 남편을 주(Adon)로 부른 예도 있다. 창세기 18:12절에서 사라는 아브라함을 나의 주인이라 불렀다.

그러면 한가지 궁금한 것이 있다. 바알(Ba’al) 또는 아돈(Adon)이란 단어를 사용할 때, 여자는 정말 결혼하면 그녀의 남편의 소유가 되는가? 여자는 결혼하면, 정말 남편에게 팔려갔는가?

일부 학자들은, 고대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매매 결혼 제도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이런 매매 결혼 제도는 이스라엘만 아니라 다른 민족에서도 발견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구약 성경의 결혼 제도가 매매 결혼이냐 하는 논쟁은 라헬과 레아의 결혼을 근거로 제시하지만 이 한번의 경우를 성경 전체의 결혼 제도로 확대할 수는 없다(1). 또 매매 결혼의 근거로 민감한 단어인 결혼 지참금 성격이 있는 모하르를 예로 들기도 한다. 결혼 지참금인 모하르 제도를 아는 것은 성경적 결혼을 이해하는데 중요하다. 모하르라는 히브리어가 ‘(돈을 지불하고) 얻다’는 의미에서 파생되었기에 돈을 주고 여자를 샀다는 의미로 모하르를 생각할 수 있지만, 모하르이 중요한 의미는 다른 곳에 있다.

모하르(mohar)는 남자가 결혼할 여자의 아버지에게 지불하는 돈을 말한다. 돈을 지불하는 점에서 모하르는 분명 여자를 구입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성경에서 모하르는 예물(bridal money)이란 말로 세 번 사용되었다 (창 34:12, 출 22:16, 삼상 18:25). 모하르의 액수는 다양했다. 여자의 아버지(창 34:12)나 여자 가정의 사회적 위치(삼상 18:23)에 따라 달랐다. 만약 남자가 여자를 강간하여 결혼에 이르게 되면 은 50세겔을 내야 한다고 기록한다 (신 22:29). 그런데 여기에서 은 50 세겔은 벌금이기 때문에, 결혼을 위한 모하르를 지불할 때 그 액수는 줄어들었다. 이집트 문서에 아멘호텝 3세는 게셀(Gezer) 여인을 첩으로 맞이하는데 은 50 세겔을 지불한 기록이 있다. 출애굽기 21:32절에 만일 소가 여종을 받아 죽으면 은 30 세겔을 보상할 것이라 하였다. 만일 어떤 사람이 사람을 하나님께 드리기로 서원하였으면, 드릴 여자의 나이가 스무 살에서 예순 살이면 은 30 세겔, 그리고 20살 아래면 은 10세겔을 드렸다 (레 27:4-5).

모하르를 노동으로 대신한 경우도 있다. 야곱은 라헬과 레아를 위하여 14년을 노동하였다 (창 29:15-30). 다윗은 미갈을 그리고 옷니엘은 갈렙의 딸을 얻기 위하여 주어진 임무를 수행했다 (삼상 18:25-27, 수 15:16, 삿 1:12).

만약 모하르가 돈으로 여자를 사는 경우라면 남자는 그 여자를 다른 사람에게 돈을 받고 되팔 수 있었다 (출 21:7-11). 그러니 모하르는 여자에 대한 매매 금액이 아니다.

모하르와 유사한 관습이 오늘날 팔레스틴의 마흐르(mahr) 관습에서 찾아볼 수 있다. 마흐르(mahr)는 모하르와 마찬가지로 신부의 부모님께 드리는 돈을 말한다. 팔레스틴에서 신부의 부모님께 드리는 마흐르(mahr)의 액수는 마을마다 다르고, 가족의 수입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다. 또한 신부의 친척이나 다른 부족 출신과 결혼할 때에도 마흐르의 액수는 달라진다. 그렇다 해서 마흐르(mahr)는 신부를 매입하는 것이 아니다.

모하르(mohar) 제도는 고대 바벨론 법전에서도 발견된다. 바벨론 법전에 모하르 제도는 티르하투(tirhatu)라 기록되었다. 티르하투(tirhatu)는 모하르와 마찬가지로 신랑이 신부의 아버지에게 주는 돈을 말한다. 그런데 그 돈의 일부는 신부에게도 주어졌다. 티루하투(tirhatu)는 결혼의 전제 조건은 아니었지만, 금액에서 큰 차이가 있었다. 티루하투(Tirhatu)는 적은 경우 은 1세겔에서 많게는 은 50세겔까지 지불하였다. 티르하투(tirhatu)는 신부의 아버지가 관리했지만 그 돈은 누구에게도 양도해서는 안되었다. 티루하투(Tirhatu)는 남편이 사망하면 아내에게 주어졌고, 아내가 사망하면 그 돈은 자녀들에게 건네졌다. 앗시리아의 법에 기록된 티루하투(tirhatu)는 신부에게 건넨 돈을 말한다. 바벨론 법전에나 앗수르 법전에 기록된 티루하트(tirhatu) 역시 결혼 매매 금액이 아니었다.

여자를 구입하는 의미에서가 아니라, 남자가 여자의 가족에게 모하르(mohar)를 지불하는 두 가지 중요한 이유가 있다. 하나는 여자가 처녀성을 상실하는 것에 대한 보상이고, 두 번째는 아내가 남편을 잃고 미망인이 되었을 때에 아내를 돕기 위한 제도였다. 이런 유사한 제도가 이집트 엘레판틴의 유대인 공동체에서 발견된다. 엘레판틴에서 발견된 모하르는 비록 부친에게 주어졌지만, 그 돈은 여인의 소유에 포함되었다.

한글 성경에 모하르는 예물로 번역했지만, 결혼식에 신랑이 신부에게 주는 예물은 모하르와 완전히 다르다. 창세기 34:12절에서 예물과 모하르는 뚜렷하게 구분된다. 예물은 모하르와 다르게 여자와 그녀의 가족에게 결혼 제안을 받아들인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이다. 그래서 리브가가 결혼에 동의한 즉시 아브라함의 종은 귀금속과 예단을 여자에게 주었고, 그리고 많은 예물을 그녀의 오라버니와 어머니에게 주었다 (창 24:53).

같은 관습은 메소포타미아에서도 발견된다. 함무라비 법전에 따르면, 신랑은 신부의 부모에게 예물을 주었지만 만약 신부의 가족이 결혼을 파기하면 그들은 받은 것에 두 배로 변상해야 했다. 앗시리아의 법에 티루하트(tirhatu)는 남자가 여자에게 주는 돈을 말하지만, 남자는 결혼식에 필요한 장식물과 여자의 부모에게도 예물을 드렸다.

-----------------------------------------------------------------------------(1) 창세기 31:15절에서 라헬과 레아는 아버지가 자기들을 팔았고, 자기들을 판 돈을 모두 차지했다고 불평하지만, 이것은 아버지에 대하여 화난 상태에서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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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섭 목사는 성경의 사실적 배경 연구를 위해 히브리어를 학습하였고, 예루살렘 대학과 히브리 대학에서 10여년에 걸쳐 이스라엘의 역사, 지리, 고고학, 히브리인의 문화, 고대 성읍과 도로를 연구한 학자이다. 그는 4X4 지프를 이용하여 성경의 생생한 현장을 연구하기도 했다. 문의 jooseoble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