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 헌신하면 하나님이 내 성적과 직업, 진로 등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실까? 설령 나의 노력이 부족하다 해도? ‘믿음’이라는 말을 이용해 교묘히 숨긴 태만과 기만은 없을까? 공학도의 길을 걷다 사법시험을 보게 되고, 대한민국 서울지방법원 판사가 된 오병희 씨는 성적 그 자체보다 ‘성실한 자세’를 강조했다. 그가 보는 하나님은 “성실하게 노력하는 자세, 그것이 준비이고 곧 비전이며, 그런 자를 사용하시는 분”이기 때문이다.

지난 17일~18일 시드니 샬롬교회(담임 김호남 목사)에서는 시드니지역 11개 교회(시드니우리교회, 샬롬교회, 제자교회, 청운교회, 창성교회, 경향교회, 소망교회, 새빛장로교회, 반석침례교회, 시드니중앙침례교회, 히즈스토리교회)의 연합으로 청년간증집회가 개최됐다. 서울지방법원 판사면서 연수차 호주 멜번에 머물고 있는 오병희 판사가 나서, 고시공부와 크리스천으로서 직장생활을 하며 겪었던 이야기들을 진솔하게 풀어놨다.

그가 사법시험을 준비하면서 주일성수는 기본이고 수요예배, 금요철야까지 나갔던 사연은 다른 데 있지 않았다. 공부는 주님의 일을 하기 위해서였고, 사법시험 합격을 하나님보다 우선할 수 없는 철저한 순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합격시켜 주실 것이라는 확신이 오히려 더욱 최선을 다하게 하는 동기였던 것이다. 오병희 판사는 “크리스천이라면 오히려 교회에서 봉사하고 헌신하는 시간 때문에 믿지 않는 사람들보다 2배는 성실하게 노력해야 한다”고 도전적인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공부를 잘하는 비결’은 없다고 했다. 그저 공부는 하는 것이고, 하다 보면 나름의 길을 찾는 것이라고. 다만 공부하는 목적과, 공부하는 과정 가운데서도 무너지지 않는 철저한 우선순위가 필요할 뿐이다. 오병희 판사는 “수학문제 하나 더 푸는 것과 비전이 무슨 상관인가 하겠지만, 하나님은 그 과정에 임하는 자세를 보신다”며 “공부를 잘할 필요는 없으나, 성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판사는 “혼자 공부만 하면 되니까 신앙생활에 방해가 없을 것 같지만, 오히려 공부는 영적으로 지치게 만든다”며 “공부하면서도 교회봉사나 지체들과의 교제는 끊임없이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공부하는 지식에 압도되어 하나님을 떠나게 되는 경우나, 공부가 지나쳐 ‘반지성주의’로 흐르는 경우도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크리스천의 진로에 대해 오병희 판사는 “크리스천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며 “아무리 믿음이 좋아도 어떤 조직에 들어가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솔직히 말했다. 그러나 “선한 하나님이 선한 길로 인도하실 거란 믿음으로 기도하면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길을 보여 달라고 기도해도 한방에 알 수는 없다”며 “확신은 믿음의 기도 가운데 서서히 드러나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때문에 확신이 생길수록 더욱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고.

이에 더하여 ‘그리 아니하실지라도’의 믿음이 필요하다. 오병희 판사는, 사법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더라도 공부할 수 있도록 인도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했고 믿음의 고백을 드렸다. 이 가운데 모든 사단의 시험의 가능성은 차단되었던 것이다.

크리스천 직장생활에 대해서는 “직장생활 중에는 신앙과 직장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도전이 반드시 온다”고 말했다. 그는 당장의 불이익이 돌아올지라도 크리스천으로서 구별된 삶을 살아야 한다고 했다. 구별된 삶이 조직 내에서 외톨이를 만들 수도 있지만, 그만큼 두 배로 성실하게 일한다면 조직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크리스천은 누룩과 같아서 일단 넣으면 부풀어진다”며 “구별된 한 사람으로 말미암아 주변 환경과 조직이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준비하는 사람은 항상 기회가 열려 있다. 오병희 판사는 하나님께 쓰임받기 위해 고시공부 중간에도 틈틈히 언어공부를 했다. “전도하려면 언젠가 필요할 것 같아서”였다. 고시공부 중에는 일어, 연수원 시절에는 프랑스어와 중국어, 그 이후에는 아랍어와 독일어까지. 오병희 판사는 “어느 것 하나 특별히 잘하지는 못해도 분명 필요할 때 남들보다 빨리 습득할 수 있다”며 “어떻게 보면 준비 그 자체가 비전이고, 오늘의 삶이 곧 비전의 삶”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늘 깨어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병희 판사에게도 하나님이 주신 비전이 있다. 직장생활로 바쁘다 보니 ‘하나님의 일’은 저만치 멀어진 것 같아 절망감이 젖어 들기도 했다. 오 판사는 “어느새 직장은 하나님의 일이 아니라고, 신앙과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나누어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며 이 같은 생각을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오늘 하루의 삶이 비전”이라며 “성실한 삶으로 하나님과 동행하면 그 길로 비전은 성취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병희 판사는 청년들에게 ‘영적투쟁에 대한 인식’을 강조했다. ‘죄를 지으면 회개하면 된다’는 생각에서 ‘죄는 싸워 이겨야 한다’는 것으로 바꾸어야 한다. 죄에 대한 분별력과 영적투쟁에 대한 인식이 이 시대 청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그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