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 현실에 뿌리박은 영성>, <주와 함께 달려가리이다> 등 수많은 저서들로 ‘우리 시대 영성의 거장’이라 불리는 유진 피터슨(Eugene H. Peterson)이 회고록 <유진 피터슨-부르심을 따라 걸어온 나의 순례길(IVP)>을 내놓았다.

책에서 피터슨은 우리가 알고 있는 ‘신학자’로서가 아닌, 목회자로서의 자신에 대해 이야기한다. 성경을 현대 미국어로 번역하는 일에 전념해 <메시지> 신구약을 완성하고, <현실, 하나님의 세계. <이 책을 먹으라>, <그 길을 걸으라>, <비유로 말하라>, <부활을 살라> 등 독창적인 저작을 발표해 온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그에게 목사(pastor)라는 말은, 기능적이기보다 관계적이고 권위주의적이기보다는 애정 어린 말이었다. “이 책은 내가 어떻게 목사로 빚어졌는지, 목사라는 소명이 어떻게 나를 빚어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나는 목사가 되려고 한 적이 없었고, 목사가 되고픈 마음이 있는지도 몰랐다. 그런데 어느 날 보니 목사가 되어 있었고, 당시에는 매우 갑작스런 일처럼 느껴졌다.”

책에서 그는 ‘목사’가 되기까지의 과정과 현대 미국에서 목사로 사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지금은 목사가 아닌 것을 상상할 수 없다. … 목사는 내게 부르심이었고, 내 인생의 모든 조각의 합, 곧 소명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도 그렇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다고 솔직하게 고백한다.

피터슨은 자신의 소명이 목사라는 사실을 깨닫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목사라는 정체성에 상당한 혼란과 불만을 가지고 있음을 봤다. 많은 목사들은 회중에게 실망하거나 환멸을 느껴 그만두고, 많은 회중들이 목사에게 실망하거나 환멸을 느껴 그를 내쫓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에 대해 “목사들이 교회를 떠나는 근본적인 이유는 지도자란 ‘일을 해결하는 사람’, ‘일을 이뤄내는 사람’이라는 가정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2000년간의 목회 전통에 따르면 목사란 그런 존재가 아니라고 피터슨은 이야기한다. 목사는 사람들 사이나 사람과 하나님 사이에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공동체 안에 세워진 사람이고, 목사가 할 일은 무엇보다 현장이 중심이며, 언제나 인격적이고 ‘쉬지 않는’ 기도가 그의 일이다.

그는 자신의 50년간 경험으로 이를 증언하기 위해 책을 쓴 것 같다. 이를 위해 아주 어릴 적 기억들까지 꺼내놓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고, 많은 목회자들이 지금도 고민하고 있을지 모르는 다양한 사례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유진 피터슨의 독창적인 영성 신학, 교회와 목회관이 형성되어 온 배경이 궁금했다면 읽어볼 만하다.

이동원 목사(지구촌교회 원로)는 “‘목사들의 목사’로 불리우는 인생을 살아온 유진 피터슨, 그의 평생의 고민은 ‘교회다운 교회’였고 ‘목사다운 목사’였다. 우리 시대의 강력한 흐름인 종교 소비주의의 물결에서 진짜 목사의 정체성을 고민해 온 그의 목사 인생을, 드디어 이 책에서 만나게 되었다”고 추천사에서 밝혔다. 그와 함께 영성의 대가로 손꼽히는 리처드 포스터는 “우리 시대에 목회자가 된다는 것의 의미를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그는 목회자의 마음과 목회자의 능력을 함께 갖춘, 보기 드문 목회자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