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 후 집으로 돌아온 아들 때문에 온 집안이 복잡하다. 기숙사에서 싸들고 온 짐들이 아직도 거실에서 정리도 안된채 뒹굴고 있다. 대학캠퍼스의 라이프스타일인지, 밤늦도록 뭔가를 하는지, 내가 새벽기도 갈 때에도 방안에 불이 켜져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다 큰 자식에게 잔소리하는 것이 미안해서 두고만 보고 있다. 두 아이가 대학 때 나가 있을 때는 집안이 텅 빈 것 같더니, 다시 풀하우스가 되어 사람 사는 것 같다. 아내는 쌀 줄어드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고 한다. 시장가는 일이 두 배로 늘었고, 일단 달라붙으면 식탁의 반찬들은 설거지 해 놓은 양 싹싹 비워진다.

자녀들이 다 집을 떠나 독립한 앰티네스터(empty nester)가 된 부모들에게는 아련한 추억과 같은 풀하우스의 이야기가 지금 우리 가정은 새롭게 적응해야 할 전쟁과 같다. 이번 주부터는 초등학교와 고등학교도 방학에 들어간다고 하니, 아내는 아침부터 밤까지 쉴 사이 없이 바빠질 것 같다.

화장실이 막혔다고 벌써 부터 야단이다. 아내는 키친 아일랜드에서 함께 식사하기가 비좁아 시간을 이분대로 나누어 배식을 한다. 혹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방문하시면 식사 시간뿐 아니라, 식사 장소도 나누어질 판이다. 함께 자고, 함께 먹고, 함께 예배드리고, 함께 웃고… 함께 생활하는 북적대는 가족이다. 서로 도와주고, 서로 위해주고, 아침 챙겨주고, 같이 청소하고, 모처럼 가족이 이런 것이구나! 새삼 느끼며 복잡하지만, 은근히 북적대는 분위기를 즐기고 있다.

가정의 행복이 밀려온다. 훗날 우리 아이들도 이런 인구밀도로 북적대는 가족을 그리워하는 날이 올 것이다. 귀찮은 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불편함을 훨씬 뛰어 넘는 가족의 친밀함과 부대낌은 사는 맛이요, 싹트는 행복의 현장이다. 나는 가정 같은 교회의 모습도 이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회도 가족과 같이 모든 것을 함께 하는 현장이다. 복잡하지만, 서로 돕고, 위해주고, 밥도 같이 먹고 챙겨주는 가족공동체를 경험하는 곳이다. 매 주일마다 주차대란에 먼 주차장에서부터 실어 나르는 셔틀전쟁에, 예배도 이제는 다섯 시간대에 드려지고, 교회학교 역시 세 번에 나누어 드려지는 전쟁을 방불케 하는 상황 속에서도 가족의 친근함과 서로 돕는 상부상조 정신으로 교회 안의 가족애를 싹 튀우는 시간이 될 것을 믿는다. 우리 가족은 언젠가 앰티네스트가 되겠지만, 가족같은 우리 교회는 늘 풀하우스일 것이다. 교회 같은 가정, 가정 같은 교회… 양쪽 다 전쟁이지만, 양쪽 다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