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중국 요나라에 세상을 등지고 살아가는 “허유”라는 현자(賢者)가 있었습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총기가 뛰어나고, 천기(天氣)를 분별하는 신통력을 가진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당시 나이가 많아 천자의 자리에서 물러나려고 준비하던 요나라의 임금은 허유를 자신의 후계자로 점 찍고 있었습니다.

물론“단주”라는 사랑하는 아들이 있기는 했지만,“천자”의 재목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임금은 여러 번에 걸쳐 자신의 뒤를 이어 천자가 되어 달라고 허유에게 부탁을 했습니다. 그 때마다 허유는 "뱁새는 넓은 숲 속에 집을 짓고 살지만, 나뭇가지 몇 개면 충분하며, 두더지가 황하의 물은 마셔도 배만 차면 그것으로 족합니다.”라는 말로 왕의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그의 지혜로움을 잘 아는 요나라 임금은 그에게 작은 관직이라도 주어서 어떻게 하든 자신의 곁에 두려고 애를 썼습니다. 왕의 간곡한 청에 미동도 하지 않던 허유는 어느 날 더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는 깊은 계곡으로 들어가다 말고 흐르는 개울 물에서 귀를 닦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 곳에는 이미“소부”라는 이름의 촌부가 살고 있었습니다. 때 마침 소에게 물을 먹이려고 계곡을 찾아왔던 소부는 허유가 귀를 씻는 것을 보고 물었습니다.

“뭐하는 짓이요?” 허유가 대답했습니다. “아주 더러운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요. 왕이 내게 부탁하기를 천자가 되어 이 나라를 다스려 달라 하네요!”그러자 소유는 자신의 소를 얼른 개울에서 끄집어 내 상류로 끌고 올라가면서 투덜거렸습니다.

“멍청한 사람! 세상에 “현자”니 “현인”이니 하는 쓸데없는 소문이 나게 하니, 그런 곤욕을 치르지! 그런 더러운 말을 듣고 와서 이 좋은 물에 자기의 귓대기를 씻어? 내 사랑하는 소에게 그런 더러운 물을 먹일 수 는 없지!”그리고는 더 높은 상류로 소를 끌고 올라 갔다고 합니다. 허유는 자신이 아직 부족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고 합니다.

서로 높은 자리에 올라가려고 몸부림치는 이 시대에 두 사람의 이야기는 마치 텁텁한 육개장을 먹고 난 후, 마시는 청량음료수와 같습니다. 자신의 한계와 부족을 늘 절감하면서 분에 넘치는 행동을 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두 사람의 모습은 언제 들어도 신선한 충격, 그 이상입니다.

조금 차원은 다르지만, 자신의 한계와 부족을 간파하고, 자신의 벗이었던 “다윗”에게 왕권을 넘겨주려 했던 “요나단”이라는 인물이 있습니다. 그는 이스라엘의 허약한 왕권시대에 종지부를 찍은 거목입니다. 어쩌면 요나단은“허유와 소부”를 뛰어넘는 사람입니다. 더러운 세상을 무조건 등지려 한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자기 희생을 통해 도약과 발전을 꿈꾸었기 때문입니다.

당시의 사람들은 그를 왕위를 잇지 못한“영원한 2인자”로 기억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를 그렇게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는 언제나 “아름다운 우정”과 “조국의 밝은 미래”를 위해 과감하게 역사의 뒤안길을 택한 숨은 거인입니다. 다윗의 빼어난 인물됨을 간파한 그는 일찌감치 자신의 뜻을 접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한계를 비관하며 세상을 등진 속 좁은 인물은 더 더욱 아닙니다.

그는 자신의 자리에서 끝까지 최선을 다했습니다. 블레셋 군과 전투에 참여해서 혁혁한 공과도 세우고, 왕자로서의 직무도 잘 수행합니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다윗의 생명을 지켜 줍니다. 훗날, 다윗이 이스라엘의 성군이 되고, 더 나아가서는 메시아의 전형이 될 수 있었던 것도 따지고 보면 요나단의 아름다운 포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무슨 일이든지 자신의 뜻만 관철시켜야 식성이 풀리는 오늘의 세태 속에서 요나단은 언제나“박하사탕” 같은 사람입니다. 그래서 그의 이름은 항상 듣는 것 만으로도 신선합니다. 요나단이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