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의미있는 인간관계와 공동체를 상실하고, 세속의 물결 속에서 가치관의 혼란을 느끼는 크리스천 가족들에게, 특히 한인 이민가족들에게 교회 공동체의 교제와 돌봄과 성경적 가르침은 가정을 바로 세우는데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

13일 풀러신학교 페이튼 홀에서 '건강한 가정 세우기' 목회자 컨퍼런스가 개최돼 가정분야 전문가들을 비롯해 남가주 지역 목회자, 그리고 가정 사역자들을 대상으로 가정사역의 중요성을 환기시키고, 가정 회복의 구체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장이 마련됐다.

이날 강사로는 김고 미경 교수(칼스테이트 풀러튼 사회복지학), 김동조 소장(아태여성상담소), 민종기 목사(남가주기독교교회협의회 회장), 송 써니 교수(탈봇신학교 상담심리학), 엄영아 원장(푸른초장의 집), 엄예선 교수(풀러신학교 가정상담학), 윤샘 LA카운티 아동국 소셜워커, 이종태 목사(남가주 사랑의교회), 이시연 교수(칼스테이트 LA사회복지학), 이충근 목사(패밀리 세이버 센터 소장) 등이 나섰다.

김세윤 박사(풀러신학교 한인목회학 박사원)는 환영사에서 "오늘날 많은 크리스천들이 성경 말씀을 율법적으로 해석하고, 문자적으로만 적용하는 등 복음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부족한 데서 한국식 가부장적인 유교 윤리를 더 강화시키는 역효과가 나타난다"며 "가정에 대해 교회가 건전하고 올바른 가르침을 제시하고, 효과적인 상담을 통해 건강한 가정 세우기에 일익을 감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예선 교수(사진)는 '한인 이민교회 내에서의 가정 사역의 중요성과 개발방안'이라는 제목의 주제 발표에서 "건강한 가정을 세우는 사역은 목회자가 선택할 수 있는 사역이 아니라, 교회의 본질적인 사역"이라며 "교회의 핵심사역인 선교도, 교육도, 셀 사역도 가정이 건강하지 못하면 올바른 열매를 맺을 수 없다"고 피력했다.

그에 따르면, 선교사들이 선교에 실패하는 주요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으며, 가족 관계가 나쁠 때 자녀들의 건전한 신앙도 어렵다. 또한 가정에 문제가 있으면, 가정을 개방하여 셀 사역이나 구역예배를 드리는 데도 어려움이 따른다.

엄 교수는 "가정의 문제들은 어떠한 형태로든지 그 파급효과를 교회에 미친다"며 교회가 건강하려면 가정이 건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를 위한 대안으로는 목회자들의 올바른 가정신학 정립이 '관건'이라고 주장했다. 무엇보다도 "목회자들이 부부 관계에 관한 신학과 이혼 신학을 포함한 가정 신학을 올바로 정립해야 한다"며 경직된 신학 해석을 지양할 것을 당부했다.

가정 신학에 대한 두가지 견해가 있는데, 하나는 "그리스도 안에서는 유대인과 이방인이 하나이듯이 남자와 여자도 하나라는 위대한 새창조 질서의 관계를 천명하는 신학적 견해"(갈3장28절)이며, 다른 하나는 "아내의 복종만을 강조하고, 아버지(남편)가 가정의 제사장이라고 주장하는 신학적 견해"(엡5장22절)라고 그는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 중 첫째 견해, 즉 상호 사랑과 상호 복종의 해석이 올바른 (가정신학적) 해석"이라며, 특히 목회자들이 가정의 제사장으로써의 남편의 역할을 강조하는데, 성경 어디에도 그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구절은 없다고 밝혔다.

올바른 '치유신학' 정립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치유신학이 제대로 정립되지 못한 많은 교회들은 개인의 고통을 항상 당사자의 죄에 대한 하나님의 징벌로 이해하게 한다. 심지어 가정의 위기들을 조상의 죄와 연결시키기도 하고 문제들을 귀신들림으로 진단하는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길을 가로막는 과오를 범하기도 한다.

가정 사역에 있어 교회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로는, 첫째 "대부분의 가정 문제는 가치관의 충돌에서 오는데 교회는 유일하게 3세대가 정규적으로 같은 성경말씀을 통해 같은 가치관을 훈련받는 곳이기 때문"이라고 꼽았다. 둘째로 "교회는 모든 연령층을 대상으로 다양한 예방과 치유 프로그램 및 (전문 기관) 의뢰를 통해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심방을 통해 교인들의 가정 문제를 가장 직접적으로 접할 수 있고, 교인들이 위기에 닥쳤을 때 가장 먼저 찾는 곳이 바로 교회"라며 교회공동체 내에 있는 인적·물질적·영적 자원을 활용해 가정 사역을 적극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람직한 교회의 예방 사역에 대해서도 "목회자는 심방을 통해 각 가정들의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셀리더 및 구역장, 장로 권사들에게 상담자 교육을 통해 위기 속의 가정들을 돌보게 해야 한다"며 교회가 평상시 교육을 통한 예방 사역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치유적 소집단의 활성화, 교회 조직내 가정사역부 설치, 교회 도서관내 관련서적 비치, 경제적 이유로 전문 상담 및 정신과 치료를 못 받는 교인을 위한 예산 책정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엄 교수는 자격을 제대로 갖춘 크리스천 상담전문가들과 지역사회 기관들과 긴밀한 관계를 가지면서 교인들을 수시로 연결시키는 '의뢰 사역'의 중요성에 대해 피력하면서 발제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