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스물 아홉살 동갑내기인 동녘과 윤경이는 지난 5월 중순 약혼했다.
버크의 아담한 한인교회에서, 30년 가까이 고이 길러주신 양가 부모님과 사랑하는 일가 친척, 친구들을 초청하여 조촐한 약혼예배를 축복속에 드렸다.

결혼의 꿈은 아직 멀었다고 멀찌감치 밀어 뒀었던 동녘이다. 공인회계사 준비도 미흡했고, 곱게 길렀을 남의 규수를 준비없이 모셔오기에는 아직 결혼의 외적 조건이 갖춰지지 못해서다. 주변 어른들의 ‘선 보라’는 여러번의 권유도 있었지만 매번 시큰둥했었다.

윤경이를 처음 만났던 것이 작년 10월쯤이다.
아담한 키, 조용한 몸가짐, 착한 심성, 동그란 얼굴, 메릴랜드 주립대를 졸업원 재원, 더군다나 그의 어머니를 너무 흡사하게 닮은 고운 외모에 동녘은 첫눈에 반해 버렸다.

마지못해 나갔던 첫 미팅날 심장이 멎는듯한 쇼크를 받고 돌아왔다. 그야말로 잃어버린 반쪽을 찾은듯한 전율을 느끼며 만나기 시작했고, 7개월만에 평생의 반려자로 맞이하려고 순결한 약혼예배를 드렸던 것이다.

동녘에대한 윤경이의 호감도 다르지 않다. 곱상한 외모, 맑고 깨끗한 성품, 성실하게 신앙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남자다운 모습에 훈훈한 사랑을 느꼈다. 그리고 평생을 함께해도 후회하지 않겠다는 운명적인 끌림을 경험한다.

동녘의 부모는 경사스런 약혼식을 근사한 곳에서 하고 싶었다. 무녀독남 외동 아들인데다, 때마침 한국에서 오신 예비 사돈 부부에게도 신랑측이 결코 부실한 가문이 아님을 보여주고 싶었다. 딸을 안심하고 맡겨달라는 무언의 제스춰를 보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양가 어른들의 허락이 있자, 신록같은 젊은 연인들은 약혼식 계획을 세운다. 경건하게 교회에서 드리되, 피로연은 최대한 검소하게 치룬다. 모아진 경비는 라티노 도시빈민 100명을 먹이고 접대하는 일에 사용한다.

약혼식 다음날, 라티노 도시빈민들에게 나눠줄 스페니쉬 신.구약 성경 100권을 준비했다. 그리고, 약혼 기념 점심 도시락을 만들기 위해 양가 부모와 당사자들이 굿스푼 주방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준비에 몰입한다. 점잖은 바깥 사돈이 불고기를 지지고 볶고, 안사돈과 예비 며느리가 계란말이를 만들어내느라 분주하다.

두시간에 걸쳐 만든 음식들로 조리대가 꽉찼다. 따뜻하게 지어진 밥, 불고기, 계란 야채말이, 상큼한 샐러드를 준비하여 담는다. 때이른 무더위에 온몸이 땀에 혼건히 젖어 왔지만 모두의 마음위에 이슬같은 행복이 촉촉히 내려 앉음을 경험한다.

드디어 정성껏 만들어진 100개의 도시락이 차에 실려 애난데일 거리급식소로 향한다. 거리에 삼삼오오 몰려있던 노동자들이 함께 모이면 예배가 드려진다. 평소보다 더 맛있고 속이 꽉찬 도시락에 놀랄즈음, 예비 신랑신부가 약혼의 기쁨으로 대접한다는 소개가있자 라티노들의 진심어린 축하가 거리급식소에 가득채워졌다.

풍성히 나누고 마지막 남은 도시락을 세븐일레븐 공터 나무 그늘에 앉아 맛있게 나눴다. 올 가을에 결혼 예식을 올리고 싶어하는 두 젊은 연인은 다짐한다. 평생의 삶을 해로할 때라도 “주는 것이 받는 것 보다 얼마나 좋은지”를 날마다 실천하며 살겠다고..

기쁨의 날에 도리어 소외된 이웃을 돌아봄으로 결혼을 설계하는 저들을 축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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