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정치인의 길이 너무 힘들고 왜 이 길을 가야 하나... 많이 울었습니다"

정몽준 한나라당 전 대표의 부인 김영명 여사는 지난 세월동안 수없이 눈물을 훔쳤다. 정치인의 아내로 숱한 세파에 부대끼면서도 쓰러지지 않고자 신앙의 힘으로 버티고 또 버텼다. '신앙'은 그에게 그렇게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4일 나성한인감리교회에서 열린 남편 정몽준 의원의 강연회에 앞서 김 여사가 나서 자신의 신앙 간증을 전했다. 소망교회 권사인 그는 이날 청중들 앞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 시아버지인 고 정주영 회장과의 추억 등 진솔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놨다.

김 여사는 70년대 외교부 장관을 지낸 고 김동조 씨의 넷째 딸로, 3대째 크리스천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의 믿음의 뿌리는 할머니다. 할머니는 장로였던 할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혼자 쌀가게를 차려 아들 둘을 열심히 키우셨다. 어린 시절에 함께 했던 할머니를 떠올리면 힘든 와중에도 믿음과 사랑으로 자녀들을 가르치시고, 늘 기도를 달고 다니시던 모습이 아른하단다.

김 여사는 부친의 외교관 활동 때문에 혜화초등학교에 다닌지 얼마 안돼 일본, 미국 등으로 나가 17년간 해외생활을 했다. 미 웨즐리대학 졸업을 한 학기 앞두고 언니 소개로 남편 정 의원을 만나게 됐다. 테니스를 치며 연애했고, 이듬해에 잠시 귀국, 서울의 정동교회에서 결혼식을 치뤘다.

"신혼 때부터 남편 정 의원은 가까운 사람을 만나면 털어놓는 비밀이 있어요. 마누라가 한국 사람인줄 알고 결혼했는데 속았다는 거에요. 그 전엔 외교관 자녀로 외국 생활하면서 한번도 제가 외국인이라 생각해 보지 못했었죠. 외국 가면 애국자 된다는 말 있는데, 어린 마음에 외교관 자녀로서 내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자라는 마인드를 가졌었어요."

'내 모습 이대로 주 받으옵소서'라는 찬송가를 제일 좋아한다는 김 여사는 "남편이 내 모습 이대로 사랑해 주길 바랬는데, 남편이 속았다고 하니 황당하고 섭섭하기도 했다"며 신혼초기 웃지못할 에피소드를 털어놓기도 했다.

30년간 평생 주부로써 남편만 내조하고 지내온 세월,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어린 나이에 결혼해 '바보'처럼 산 것 같다는 그는 "남편 6선 의원을 뒷바라지 하고 4남매를 키우며 살다보니 이제는 남편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게 된다"며 "30년이 지나 철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여사는 "남편이 정치인이 아니었다면 제가 이렇게까지 하나님을 붙들지 않았을 것"이라며 "저희 부부에게 이 길을 걷게 하신 것은 저희 보고 더 낮아지고 겸손해 지라는 하나님의 명령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을수 없게 하신 것에 감사하다"며 "한가지 분명히 깨달은 것은 하나님께서 우리나라를 엄청 사랑하시고 함께 하고 계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때론 힘들어 많이 울었다. 쉽지 않지만, 지금은 남편이 정치인의 길을 가는 것이 분명한 주님의 뜻인줄 알고 지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하나님께서 엘리야에게 예비하신 7천명의 하나님의 군사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며 이날 신앙간증을 마무리했다.

◆She is…김영명 권사는 1956년생으로 김동조 전 외무부 장관과 송두만 여사의 2남4녀 중 막내딸로 태어났다. 미국 워싱턴 DC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다가 명문여대 중 하나로 손꼽히는 웨슬리대에 진학해 정치학을 전공했다. 대학시절 방학 때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금의 남편인 정몽준 한나라당 전 대표를 만나 1년간의 연애 끝에 1979년 7월28일 정동교회에서 결혼식을 치뤘다. 정 대표와의 사이에 2남2녀를 뒀다. 175cm의 훤칠한 키와 미모, 유창한 외국어 실력으로 사교성이 좋아 국제 축구계 인사들과 부인들로부터 '미스 스마일월드컵'이라는 애칭을 얻기도 했다. 현재 문화재단법인인 '예올'의 이사로 활동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