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김영주 총무의 제안으로 30일 오후 서울 연세대학교 상남경영관 아이리스홀에서 ‘한국교회 긴급회의’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는 NCCK 회장 이영훈 목사를 비롯해 모두 11명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 참석자들은 한국교회가 위기라는 것에 대체로 공감했지만, 그 정도에 있어선 입장을 달리했다.

성공회 김광준 신부는 “한국교회에 철저한 회개운동이 필요하다”며 “모든 치부를 다 내려놓고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 근본적인 문제까지 다 드러낼 수 있는 심각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예장통합 총회장 김정서 목사는 “사람으로 치면 지금 한국교회는 청소년 단계를 지나고 있다. 이런 한국교회에 왜 어른의 역할을 하지 않느냐고 할 수 없다”며 “성화라는 것에도 개인마다 시간차가 있다. 사람들 중에도 착한 사람이 있고 나쁜 사람이 있다. 한국교회가 그 역사가 짧아 신앙적 연륜이 아직 적다. 지금 한국교회는 일종의 성장통을 겪고 있다. 미성숙에 대한 자성을 하면서 계속 성장해 가야 할 것”이라고 한국교회를 자니치게 부정적 시각으로만 보지 말 것을 당부했다.

이에 김영주 총무는 “나는 지금 한국교회가 굉장한 위기라고 느낀다. 그런데 각 교단 지도자들에게는 그렇게 큰 위기가 아니라는 생각도 있어, 인식차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영훈 목사는 “오늘 회의는 문제제기 차원으로, 한국교회가 회복을 위해 함께 노력한다는 상징적인 모임”이라며 “어떤 조직이 아니며 주체도 없다. 모인 모든 분들이 발기인이 되어 다음 모임을 준비할 것이고 그때까지 연락 책임은 NCCK가 맡는다. 다음 회의는 여러 가지 주제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NCCK 비회원 교단들은 참석 저조… 다음 회의 일정 논의 안돼

그러나 이날 보수 교단들은 대거 불참했다. 당초 NCCK는 이 회의를 “보수와 진보를 떠나 함께 한국교회의 앞날을 고민하는 모임”으로 규정하면서 침례교회와 루터교회를 비롯해 예장합동과 합신, 백석 등 보수교단 등에도 회의 참석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한 바 있다.

회의에서 예장통합 총회장 김정서 목사는 “이 모임이 NCCK가 주관하는 것으로 비쳐지면 보수교단들이 반발할 수 있다”고 했고 기감 김종훈 감독은 “(회의에서) 신학적 문제가 제기되면 각 교단별로 관점이 달라 미묘해질 수 있다”고 했다.

기성 총회장 주남석 목사는 “(교단 내에선) NCCK 말만 나오면 예민해진다. 나 또한 회의에 참석해야 할지 망설였다”며 “앞으론 이 모임이 NCCK가 주관하는 것처럼 보여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주 총무도 이같은 문제를 의식한 듯 “NCCK가 아닌, 다른 단체가 이 회의를 제안했으면 더 좋았을 뻔했다”며 “이 회의를 NCCK가 주도하거나 또 하나의 조직으로 만들자는 의도는 없었다. NCCK가 하면 (보수교단에) 거부 반응이 있다는 걸 알지만, 누구라도 먼저 나서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회의를 제안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회의를 제안한 건 한국교회가 바로섰으면 좋겠다는 충정심에서였다”며 “앞으로 NCCK가 빠지는 일이 있어도 교단 지도자들이 모두 모여야 한다. 그래서 교단 내부에서부터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NCCK는 이날 회의전 배포한 자료에서 “한국교회는 안팎으로부터 존중이나 존경이 아닌,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집단으로 의심받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을 넘어서고 제자리를 찾기 위해 교단 지도자들의 비상한 지도력이 발휘돼야 한다. 긴급회의는 이와 같은 상황을 넘어서고 한국교회의 지혜를 모으기 위해 마련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NCCK는 한국교회 회복을 위한 과제들로 ▲교회의 갱신과 일치 ▲선교협력과 나눔 ▲사회참여와 섬김 ▲통일과 세계 ▲교육과 미래 등을 꼽았다.

이날 회의에는 감리회 김종훈 감독, 기하성 이영훈·이삼용·최길학 목사, 성공회 김광준 신부, 구세군 임헌택 사관,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총회장 주남석 목사, 복음교회 김원철·하규철 목사, 예장통합 김정서 목사, NCCK 김영주 목사가 참석했다. 참석자들 중 비회원 교단 인사는 주남석 목사 1명이었다. 다음 회의 일정과 내용은 정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