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의 연주를 아이폰으로 내내 촬영하며 입으로 따라하던 한 여인은 눈을 감았고 흘러나오는 눈물을 손으로 닦았다.

이날의 마지막 곡인 찬송가 ‘내 평생에 가는 길’이 연주될 때였다. ‘큰 풍파로 무섭고 어렵든지 나의 영혼은 늘 편하다. 내 영혼 평안해, 내 영혼 내 영혼 평안해’

그녀는 옆에서 병상에 누운 채로 한인청소년들로 구성된 음악팀 ‘Hope Johns Creek’의 연주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친할아버지와 그 옆에 앉아있는 친할머니를 쳐다보았다.

70년을 같이 살아온 두 할아버지, 할머니 역시 감동이었다. “너무 잘합니다. 연주를 들으며 마음이 평안해졌습니다” 할어버지가 말하자 할머니 역시 “정말 훌륭했습니다. 청소년들이 저렇게 연주를 잘하는 것을 본 적이 없어요”라고 칭찬을 이어갔다.

병원 관계자들은 이 연주가 환자들이 회복되는데 도움이 된다며 다음에 또 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Hope Johns Creek’은 지난 5월 14일 조지아 애틀란타 포사이스 노스사이드 병원 로비에서 30분 동안 미국가와 찬송가 등 8곡을 수준급의 실력으로 연주하며 병원 환자와 가족, 의사와 간호사들의 마음에 희망과 위로의 씨앗을 또 하나 심었다.

‘잔스 크릭의 희망’이라는 뜻의 ‘Hope Johns Creek’은 2010년 10월에 결성된 한인청소년 음악팀이다. 애틀란타 북부 잔스크릭 지역에 거주하는 한인 중고등학생 20여명으로 구성된 이 팀은 첼로, 바이올린, 비올라, 플룻 등 자신들이 연주하는 악기로 지역사회를 섬기는 봉사활동을 매월하고 있다.

노숙자들이 모여있는 애틀란타 다운타운의 공원, 양로원, 병원, 개척교회 등을 찾아가 정성껏 준비한 음악을 연주하며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희망을 불어넣어 왔다. 말그대로 ‘치유의 소리’(healing sound).

노숙자 중 한명은 이 팀과 같이 노래를 부른 것이 계기가 되어 음악CD를 내면서 재기하고 있고 이들의 연주에 많은 사람들이 울며 감정의 정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들의 연주는 수준급이다. 청소년들이지만 이들 중에는 조지아주에서 악기연주를 가장 잘하는 학생들만 모이는 ‘All State’ 에서 활약하는 학생들이 많다.

청소년들이 자신들이 연주하는 악기로 지역사회를 봉사하겠다는 기특한 생각을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

그 배경에는 부모들의 열심이 있었다. ‘Hope Johns Creek’ 창립에 견인차 역할을 한 김윤예 단장은 “제 자녀들 또래의 청소년을 둔 몇몇 부모들과 book club을 하다 아이들이 다 악기를 다루는 것을 알고 이 재능을 어렵고 불쌍한 다른 사람을 봉사하는데 사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들에게 제안했죠. 다 찬성이었습니다.”고 말했다.

첼로와 비올라를 각각 연주하는 두 딸이 ‘Hope Johns Creek’ 에서 활동하는 학부모 전병선씨는 “대학교 진학을 위해, 점수 따기 위해 활동하는 학교 오케스트라와는 다릅니다. 순전히 다른 분들을 섬기기 위하는 것이죠. 이 동기와 목적이 좋아 참여하게 되었습니다”라고 밝혔다.

자녀들이 공부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재능으로 다른 사람에게 봉사할 줄 하는 성숙한 사람으로 자라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 시작동기였던 것이다.

김 단장과 몇몇 학부모들이 마음을 모으자 팀은 빠르게 구성되었다. 창립 목적이 순수하고 좋다며 팀을 지도할 지휘자도 흔쾌히 승낙했고 학부모들의 동참이 이어졌다. 한달에 두번 연습하고 한번 봉사하는 식으로 계획을 짰고 참가한 학부모들이 섭외, 행정 등 역할을 분담해 팀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런 준비를 거쳐 ‘Hope Jones Creek’ 은 매월 자신들의 악기를 들고 애틀란타 다운타운의 공원, 시니어센터, 병원, 개척교회 등을 직접 찾아가 노숙자, 노인, 환자 등 사람들에게 연주하며 위로와 희망을 전하고 있다.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부모들의 기대는 벌써 이뤄지고 있었다.

“내 자신 외에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어서, 다른 사람의 필요를 채워줄 수 있어서 좋습니다”(전지원, 10학년)

“할머니들이 저희들의 연주에 웃는 모습을 볼 때 좋았습니다. 악기를 잘 배운 것 같습니다”(이다은, 10학년)

“처음에는 단순히 클럽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들의 연주에 사람들이 감동받고 우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팀이 사람들과 하나님께 기쁨이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올리비아, 10학년)

“제가 가진 음악적인 재능을 커뮤니티에 돌려주는 것입니다.”(김민지, 10학년)

“우리가 가진 것을 사람들에게 나누고 그들을 기쁘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레베카 김, 11학년)

여름방학을 맞아 가족여행 등을 떠나는 사정을 감안, 7, 8월에는 쉬자는 부모들의 제안에 청소년들은 왜 쉬냐며 계속하자고 말할 정도다. ‘Hope Johns Creek’이 알려지면서 자신의 자녀들도 이 팀에 들어갈 수 있는지 다른 학부모들의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

한인 청소년 대부분이 악기하나 정도는 다루는 것을 볼 때 ‘Hope Johns Creek’은 다른 지역에서도 가능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관건은 자녀들이 그들이 가진 재능으로 지역사회를 봉사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주겠다는 부모들의 의지다.

사실 자녀들을 연습 때마다 차를 태워 데리고 갔다 다시 데려오고 공원으로, 양로원으로, 병원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 데는 특히 어머니들의 수고가 크다. 하지만 보람이 크다는 것이 어머니들의 공통된 말이다.

비올라를 연주하는 딸이 ‘Hope Johns Creek’에서 활동하는 학부모 이영숙씨는 그 중 한 사람.

“아이들이 양로원, 홈리스 등 말만 들었지 실제 본 적이 있었나요? 하지만 직접 가서 그들을 보고 그들 앞에서 연주하면서 아이들의 연주에 사람들이 감동받는 것을 볼 때 제가 눈물이 핑돌더라구요. 이런 경험을 통해 아이들이 세상에 대해 눈을 뜨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Hope Johns Creek’은 연주가 끝나면 부모들과 아이들과 손을 잡고 함께 기도하는 것으로 그날의 봉사를 마무리한다. 이 때 부모들이 기도하는 내용은 이렇다. “너희들이 이 세상을 변화시킨다. 너희들이 사랑과 섬김으로 지역사회와 미국, 전세계를 바꾸는 사람이 될 것이다.”

케이아메리칸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