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계명
J.존/홍종락 | 홍성사 | 288쪽 | 12,000원

영어 단어로 300자도 채 되지 않는다. 너무 간결해서 신문에 실으면 손바닥 크기밖에 되지 않는다. 영국 법체계의 토대를 이루고 있고 의회 구조의 심장이며, 서구 문명의 핵심에 자리잡고 있다. 그것은 바로 십계명이다.

십계명으로 상징되는 구약의 ‘율법’은 신약에서 ‘은혜’로 대체돼 상대적으로 덜 조명돼 왔다. 그러나 짧지만 널리 알려진 이 명령문들은 가족의 권리, 소유권, 개인의 권리, 신지어 하나님의 권리까지 아우르고 있다.

주기도문과 사도신경은 잘 외우지만, 성경 뒤쪽에 함께 자리잡은 십계명은 간단해 보이는데도 다 아는 사람이 의외로 많지 않다. 저자에 따르면 15-35세 사이의 최근 조사 결과 대부분의 응답자가 십계명 중 두개 이상을 대답하지 못했고, 몇몇 계명을 설명하자 그리 달가워하지 않았다고 한다.

거기다 ‘너는 나 외에는 다른 신들을 네게 있게 말찌니라(출 20:3·개역한글)’는 첫째 계명에 그야말로 ‘압도되어’ 다른 계명은 보지도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래서일까? <십계명(TEN·홍성사)-모든 사람을 위한 하나님의 법>의 저자인 J. John은 책에서 십계명 순서를 ‘거꾸로’ 배열했다.

“이 책은 10계명에서 출발해 1계명에서 마칠 계획이다. 바깥에서 안으로 들어가는 방식인데, 여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1계명은 태양계의 중심에 자리잡은 태양처럼 새빨갛게 타오르는 심장부에 해당한다. 나는 바깥에 자리잡은 법들을 천천히 둘러가면서 1계명의 환한 빛을 마주하는 쪽이 더 쉽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처음 등장하는 ‘10번째 계명’도 결코 만만하지 않다. 10개 중 유일하게 행위가 아니라 ‘마음’을 단속하는 이 계명은, 21세기 자본주의 사회를 사는 크리스천들의 삶에도 가득한 ‘욕망’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어낸다. 따지고 보면, 인류 최초의 범죄부터 이 ‘탐심’에서 시작되지 않았는가.

몇천년 전에 지켜야 했던 10개의 ‘수칙’을 저자가 굳이 끄집어내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늘날 인간은 수천만개의 법을 만들어냈지만, 오히려 변하지 않는 고정된 ‘기준’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십계명은 정처없이 떠내려가는 사회에 경계표와 정박지를 한번에 제공한다는 것이다.

또 있다. 하나님이 우리 삶에 필요한 규칙들을 정해 두셨다고 생각하면 거북하고 불쾌하게 여기는 사람들에게는, “우리를 만드신 하나님이 실제로 존재하시고 그분이 정말 말씀하셨다면, 우리 삶을 어떻게 꾸려야 할지 그분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합당하다”고 반박한다.

무엇보다 우리는 자유라는 이름으로 십계명은 던져 버렸지만, 그 대가로 자유를 잃어버렸음을 저자는 예리하게 지적한다. 개인의 자유를 얻기 위해 이 오래된 법을 치워버렸지만, 오히려 밤에 집 밖으로 자유롭게 나갈 자유를 잃어버렸다. ‘법 없이도 산다’던 옛 어른들의 말씀은 그야말로 옛 추억이 됐고, 집에 사람이 있어도 경보 장치와 최첨단 잠금장치를 확인해 두어야 한다. 자유를 만끽하다 정신과 의사를 찾는 사람들도 허다하다.

법과 자유는 반대가 아니고, 오히려 자유의 중심에 법이 있다. 법은 우리를 얽매는 도구가 아니라, 질서와 자유를 누리며 살 수 있게 해 주는 장치다. 완전한 자유만큼 사람을 철저히 노예로 만드는 건 없다.

그래서 저자는 말한다. 십계명은 ‘구시대적’이 아니라 ‘절대적’이라고. 과거 특정 시기에만 유효했던 법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에 맞기에 시대와 시기, 문화를 초월하는 법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