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사편찬위원장인 이만열 교수가 현재의 한국교회에 대해 “고려시대 불교의 타락을 보는 것 같다”고 강도높게 질책했다. 또 “기독교인들이 부정부패에 연루되지 않은 곳이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만열 교수는 9일 오전 새문안교회에서 열린 한국복음주의협의회 3월 월례발표회에 참석, ‘한국 기독교인의 나라사랑 전통’이란 제목으로 발표하며 한국교회의 각성을 촉구했다.

이 교수는 발표에서 “한말 당시 기독교인들의 부정부패 척결이 신문에 보도될 정도로 사람들은 기독교인들을 (도덕적인 면에서) 무서워했다”며 “그러나 요즘 기독교인들이 부정부패에 연루되지 않은 곳이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가 밝힌 당시 황성신문 보도는 부정부패한 지방관들 중에는 부정을 고발하는 기독교도들의 항거 때문에 지방수령으로 발령받는 일을 꺼려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일부 양반들은 야소교 있는 마을에는 부임하지 않겠다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당시 세례교인이 1백만 명이 되지 않았을 때에도 기독교가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발휘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다른 나라와는 달리 스스로 기독교를 수용한 한국 기독교인들은 성경의 가르침에 따라 자기 나라를 사랑했다”며 “그들의 나라사랑은 한국 사회를 변화시키기도 했고 국권을 수호하고 잃어버린 국권을 되찾는 데 앞장서기도 했다”고 한국교회의 업적을 높이 평가했다.

또 이 교수는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남을 섬기는 자가 되라’는 예수의 교훈은 배재학당의 당훈(堂訓)이 되었고 이를 교훈 받은 자들이 섬겼던 한국 사회의 가치관을 개혁하는 데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특히 의료선교사들의 콜레라 퇴치를 위한 헌신 봉사는 한국인들의 기독교에 대한 편견은 물론 직업관과 가치관을 변화시켰다”고 해석했다.

이 교수는 기독교가 사회변혁에 영향을 끼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기독교적 인간관이 주는 영향 때문”이라며 “모든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을 받았다는 기독교적 인간관은 인간의 존엄성과 천부적인 인권을 담보해주었고 모든 인간은 하나님 앞에서 평등하다는 것을 가르쳤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