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치는 자의 소리여 가로되 너희는 광야에서 여호와의 길을 예비하라. 사막에서 우리 하나님의 대로를 평탄케 하라. 골짜기마다 돋우어지며 산마다 작은 산마다 낮아지며 고르지 않은 곳이 평탄케 되며 험한 곳이 평지가 될 것이라 (사 40:3-4)

성경의 주 배경이 되는 이스라엘 땅은 해안 평야, 중앙 산지, 유대 광야, 요단 계곡과 같은 뚜렷한 지형이 발달되어 있어 상대적으로 지역간의 도로를 발달시키는데 어려움이 있다. 이 글은 성경 시대에 사용되었던 도로의 성격을 정리하려는 것이다. 도로를 건설, 도로를 유지 보수, 도로의 넓이와 크기, 교차로, 오르는 길과 내려가는 길, 큰 길, 작은 길, 길의 이름은 어떻게 결정되었는지 도로와 관련된 주제들을 다루려 한다.

성경의 역사 지리 참고 도서

▲네게브에 위치한 고대 낙타 상인들이 이용하였던 고대 무역로.
도로와 관련된 연구 논문은 그리 많지 않다: Avi-Yonah의 저서인 Road, Roads in Encyclopedia Miqrait (in Hebrew) (1954), Mendelsohn의 Travel and Communication in the OT in Interpreter’s Dictionary of the Bible (1962), 그리고 White의 Roads in the Zondervan Pictorial Encyclopedia of the bible (1976)이 있다. 이 글들은 부분적인 고고학적 자료들을 다루고 있어 다소 미흡한 점이 있다. 그리고 Forbes는 자신의 글 Land Transport and Road-Building에서 고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의 도로를 연구하였지만, 이스라엘과 주변 국가들에 대해선 다루지 않았다. 성경의 직접적인 배경이 되는 팔레스틴의 고대 도로들은 Aharoni의 the Land of the Bible, Noth의 the Old Testament World, Forbes의 Notes on the History of Ancient Roads and Their Construction, 그리고 Buhl의 Roads and Travel 정도가 성경의 역사지리를 연구하는데 도움이 된다.

성경의 역사지리를 연구하는데, 두 가지 어려운 점은 고고학적인 자료의 부족과 성경의 동시대에 속한 성경 외 역사적인 자료가 부족한 점이다. 부분적이긴 하지만, 역사적인 기록과 고고학적인 발굴 자료는 팔레스틴과 주변 국가들 간의 고대 도로망을 이해하는데 중요하다. 성경과 함께 후대의 자료들 곧 외경, 신약성경, 요세푸스의 기록, 미쉬나, 탈무드, 그리스와 로마의 역사적인 기록도 좋은 연구 자료이다. 팔레스틴의 특별한 지형과 지리적인 배경의 영향으로 형성된 고대 도로는 성경의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을 이해하는데 반드시 필요하다.

여러 주제를 발전시키기 전에 고대 이스라엘 백성들은 왜 도로를 필요로 했는지 먼저 알아보는 것이 좋겠다.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들은 어떤 목적으로 먼 거리를 여행했는지, 그럴 때에 그들은 어떤 길을 이용했는지, 그들의 교통 수단은 무엇이었는지, 이런 질문들은 성경의 역사와 지리적인 배경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고대 이스라엘에서 여행 목적

▲수 15:3절에 아그랍빔 비탈길에 설치된 고대 로마 도로의 흔적.
가장 우선되는 질문은 고대 이스라엘에서 여행은 얼마나 일반적이었는가 하는 점이다. 먼 길을 떠나는 여행객에게 발달된 도로는 꼭 필요하다. 고대 이스라엘 사회에서 먼 길 여행은 위험하였다. 여행자들은 언제나 잦은 위험에 노출되었다. 자신의 성읍에서 멀리 떠나 있는 여행자들은 무자비한 강도나 자신이 지나가는 인근 성읍 주민들의 횡포에도 두려워해야 했다. 그러므로 고대 이스라엘 사람들은 중요한 일을 제외하고는 여행을 자제할 수 밖에 없었다. 네게브(Negev)는 고대 이스라엘에서 여행의 목적을 세 가지로 정리하였다. 종교적인 이유, 상업적인 목적, 그리고 정치적인 목적에 의해 문서를 전달하는 경우이다.

정치적으로 불안할 때에 사람들은 작은 길로 통행하였지만, 사회가 안정되었을 때는 큰 길을 통행하는 일이 자유로웠을 것이다 (삿 5:6). 성경이나 성경 외의 역사적인 기록을 참고하면, 사람들은 여러 이유로 여행을 떠났다. 구약 성경에 기록된 여행의 목적은 결혼할 여인을 구하기 위해 (삿 14:5-7), 결혼할 목적으로 (삿 14:8-10), 직업을 구할 목적으로 (삿 17:7-), 장례의식 또는 매장을 위하여 (창 35:28, 50:1-14, 삼상 25:1), 양의 털을 깎을 목적으로 (창 38:13), 형제나 친척들의 안부를 확인할 목적으로 (창 37:13), 잔치에 참석하기 위해 (삼하 13:23), 일상적인 업무 (삼상 25:28), 맹세한 것을 지키기 위해 (삼하 15:7-8), 양식을 구하기 위하여 (잠 31:14), 새로운 지역에 정착할 목적으로 여행을 하였다 (왕상 2:36). 그 외에도 다른 많은 목적으로 사람들은 여행을 떠났다.

특별한 목적을 갖고 정기적으로 먼 길을 떠나는 여행자들도 있었다. 카손(Casson)에 따르면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처럼 발달된 문명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여행하는 네 가지의 목적이 있었다. 새로운 삶을 개척하고자 하는 욕망은 필연적으로 이주를 부추겼다. 발보군(couries)은 도시와 도시를 왕래하였으며, 관료들은 자신의 책임을 수행하기 위한 목적으로, 무역상인들은 시장을 중심으로, 그리고 일반인들은 종교적인 목적으로 여행을 떠났다.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에서의 일반적인 여행의 목적은 이스라엘에서도 거의 동일하게 나타난다. 사신과 정부의 관료들, 상인들, 그리고 종교적인 목적으로 순례를 떠나는 사람들은 성경과 성경 외의 기록에 고루 발견된다. 정부의 사신들이 왕래하며 바쁘게 공무를 수행한 경우는 아마르나 시대에 잘 드러난다. 382개에 이르는 아마르나 문서 가운데 약 300개의 문서는 팔레스틴이나 시리아의 통치자들이 바로에게 보낸 서신들이다. 그들은 이런 서신들을 사신들을 통해 전달하였다. 이와 유사하게도 아라드와 라기스 문서들을 참고하면, 사신들이 유다의 여러 군대 장관이나 정부 관료들에게 전달할 내용을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성경은 사신(messengers)이나 발보군(couries)들이 도시들, 왕들, 또는 귀족들로부터 또는 그들에게 내용을 전달하는 임무를 맡고 있음을 알린다. 다윗은 사신을 이스라엘의 동맹들 (삼하 2:5), 적 (삼하 3:14), 또는 군대 장관들 (삼하 11:19)에게 보내고 있다. 메신저에 해당되는 말아흐(malach)라는 단어는 사무엘과 열왕기서에 무려 52번이나 기록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자유롭게 통일왕국시대와 분열왕국시대에 이스라엘 전체를 자유롭게 왕래하였다는 의미는 아니다.

▲엘라 골짜기 근처, 고대 로마 도로의 이정표와 로마 도로, 그리고 그 옆으로 현대 도로.
지방관료 또는 중앙관료들의 왕래는 고대 이스라엘에서 잘 드러난다. 왕실 관료나 사신들은 주변 나라들의 왕실을 방문 (삼하 10:2, 사30:2, 렘 27:3), 인구 조사 (삼하 24:1-2), 세금 징수 (왕하 15:20), 귀족의 잔치에 참석 (삼하 13:23), 왕실에 필요한 물품들을 위하여 (왕상 4:27-28), 일군들을 감독 (왕상 4:6, 5:13-17, 11:28-29), 적과의 만남 (삼하 3:20), 그 외에도 여러 다른 목적으로 (왕상 1:3) 지역들을 순방하기도 하였다.

사신들과 함께 왕 역시 여행길에 나서기도 하였다. 솔로몬 (왕상 3:4), 두로의 히람 (왕상 9:12), 스바 여왕 (왕상 10), 르호보암 (왕상 12:1), 여로보암 (왕상 12:29), 아합 (왕상 18:16, 42-46), 그리고 아하시야 (왕하 9:16) 등은 열왕기서에 기록된 평화로운 시기에 여행한 왕들이다.

무역 상인들의 여행에 대해서도 일반적이었다. 이스라엘 시대에 있었던 팔레스틴과 그 주변국가들을 왕래했던 상인들의 여행에 대해서는 모세 엘랏(Moshe Elat)의 저서인 Economic Relations in the Lands of the Bible: c. 1000-539 B.C. 에 잘 정리하였다. 지방상인들이 일반적으로 취급하였던 품목들은 농산물로써 밀, 보리, 감람열매, 감람유, 포도주, 온갖 실과와 야채 그리고 가축들이었는데 그들은 도시와 마을들을 다니면서 이것들을 팔았으며 (왕하 7:1) 수공품이나 외국 물건들을 구입해 갔다.

보다 큰 규모의 국외 무역은 다양한 물품들이 수출, 수입되었다. 이스라엘은 주로 농산물 곧 감람유와 밀 (왕상 5:11, 겔 27:17), 포도주와 건과류 그리고 수공예품이나 모직 그리고 직조류들도 주요 수출 품목에 속하였다. 수입품들은 아라비아의 남쪽으로부터 주석, 납, 은, 구리, 철, 금 (왕상 9:28, 10:10-11, 14-15, 대하 8:18, 9:9)이며 레바논으로부터 백향목 (왕상 5:6, 8-9), 그리고 이집트로부터는 하얀 베 (출 9:31, 겔 27:7, 16), 그리고 구스와 그 남쪽으로부터는 매우 값진 향품, 상아, 향료, 보석 (왕상 10:2, 대하 9:9)이었다. 이들 수입과 수출 품목들은 뱃길 또는 육로를 따라 팔레스틴을 통과하였다.

종교적인 목적으로의 여행은 구약성경에 잘 나타나 있다. 유대인들의 절기를 지키기 위하여, 아니면 종교적인 회집을 위하여 여행을 떠난 일은 성경에 자주 언급되었다. 종교적인 중심지로는 실로, 단, 벧엘, 예루살렘 그외 장소들이 있었다 (삼상 1:3, 왕하 10:18, 왕상 12:26-33, 암 5:4-5, 21-22). 그리고 선지자들이 지역들을 다니면서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한 점으로 미루어 많은 신전들이 있었음을 배제할 수 없다. 유대인들은 유월절, 칠칠절, 그리고 초막절 때에 여호와 하나님께서 정하신 예루살렘 성전으로 순례를 했다. 예루살렘에서의 유월절을 지킨 모습은 히스기야 (대하 30)와 요시야 (왕하 23:21-23, 대하 35) 때에 있었으며, 반면 솔로몬 때에는 예루살렘에서 대대적으로 장막절을 지킨 내용을 읽을 수 있다 (왕상 8:2, 65).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내려가는 가장 대표적인 고대 도로로써 여리고가 있는 요단 평야를 볼 수 있다.
종교적인 회집 외에도 군사적인 목적으로 먼 길을 떠난 일도 많았다. 초기 이스라엘 시대에 족장들이나 사사들은 이스라엘 병사들을 인솔한 일이 있으며, 적의 공격에 방어하며 공격에 임하기도 하였다. 통일왕국에 이르러 용병이나 사병이 조직되었다. 다윗 시대에 이스라엘 군사들은 자주 군사 원정을 하였다: 여부스 (삼하 5:6), 르바임 골짜기에서의 블레셋 (삼하 5:17-25)과 그들의 성읍 (삼하 8:1, 21:15-21), 모압 (삼하 8:2), 소바 (삼하 8:3), 아람 (삼하 8:4-6), 에돔 (삼하 8:13-14), 아말렉 (삼하 8:12), 아모리 (삼하 8:12, 10:1-19, 12:26-31), 그리고 아벨벧마아가에서의 세바의 반란 (삼하 20) 등이 성경에 나타난다. 잦은 군사적인 원정에 대하여 성경은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해가 돌아와서 왕들이 출전할 때가 되매 (삼하 11:1).

앞에 언급된 이런 여행은 일상적인 것들이 아닌 매우 위급한 상황이나 긴급한 환경에서의 여행을 의미한다. 하지만 일상적인 목적으로, 일반인들은 결혼, 장례, 제례와 절기, 또는 그 외의 목적으로, 전령들은 서신을 전달할 목적으로, 정부의 관료들은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상인들은 상품을 운반하는 영리를 목적으로, 그리고 군사들은 군사적인 목적으로 출전했다가 회군하기도 하였다. 여행의 목적에 대해 간단하게 언급하였지만, 앞으로는 고대 이스라엘의 잦은 왕래에 따른 통행 방법, 통행 속도에 대해서도 다양한 증거들을 제시하며 성경의 본문을 해석하고 소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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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섭 목사(멤피스장로교회)는 성경의 사실적 배경 연구를 위해 히브리어를 학습하였고, 예루살렘 대학과 히브리 대학에서 10여년에 걸쳐 이스라엘의 역사, 지리, 고고학, 히브리인의 문화, 고대 성읍과 도로를 연구한 학자이다. 그는 4X4 지프를 이용하여 성경의 생생한 현장을 연구하기도 했다. 문의 jooseoble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