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머니 주일이자 한국에서 지키는 ‘어버이 날’입니다. 1956년에 ‘어머니 날로’ 제정되었다가, 1973년에 ‘어버이 날’로 바뀌었습니다. ‘어머니 날’이 있으니 ‘아버지 날’도 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일어나자, 그렇게 되면 기념일이 너무 많아진다는 이유로 ‘어버이 날’로 바꾸었다고 합니다. 1973년 당시만 해도 일 년 365일이 모두 아버지의 날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굳이 따로 아버지의 날을 만들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 밖에 없는 어머니의 날까지 빼앗은 남성들이 졸렬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거의 50년이 지난 요즈음에는 아버지의 날이 절실해졌습니다. 아버지가 이제는 절대 약자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요즈음의 어머니들은 과거에 아버지들이 하던 역할까지 떠맡고 살아갑니다. 아버지의 무능력 때문이든, 직장에서 피나는 전투를 치러야 하는 아버지에 대한 배려 때문이든, 결과는 ‘드센 어머니’가 대세가 되었습니다. 그런 어머니에게서 자란 아이들이 ‘어머니 날’을 맞으면 어떤 느낌이 들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리 세대가 어머니에게서 느끼는 애틋함, 간절함, 마음 떨림이 있을까 싶습니다. 혹시나, ‘그냥 넘어가면 또 무슨 말을 들을지 모르니...’라는 생각으로 ‘어머니 날’을 지키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얼마 전, 어머니를 여읜 교우님에게서 어머님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어쩌면 우리 세대의 어머니들은 그렇게 한결 같을까 싶었습니다. 요즈음 영어권에서 주목받고 있는 신경숙씨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에 나오는 박소녀 씨가 한국형 어머니의 대표적인 모델입니다. 제 어머니의 이야기를 소설로 쓴다면, <엄마를 부탁해>를 표절했다는 비판을 받을 것입니다. 어려운 환경에 처하여 아버지들이 넋 놓고 있을 때, 우리의 어머니들은 초인적인 힘으로 가정을 지키셨고 또한 자녀들을 키우셨습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받기를 기대하지 않고 주기만 하셨습니다. 그래서 ‘어머니 날’을 맞으면 애틋해지고 이유 없이 콧날이 시큰해지곤 합니다.

그런데 모든 어머니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어머니 날’이 마음 아픈 날로 경험되는 분들이 계십니다. 어머니에게서 가슴 찡한 사랑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도 있고, 어머니에게 받은 상처의 기억이 더 강한 사람도 있습니다.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사랑 중에 하나님의 사랑에 가장 가까운 것이 어머니의 사랑인데, 그것을 경험해 보지 못했으니, 하나님의 사랑이 어떤 것인지 짐작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누구나 받아야 할 가장 기본적인 축복 중 하나를 받지 못한 것입니다. 그 같은 경험을 가진 분들에게 하나님의 특별한 은총이 함께 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아울러, 우리의 자녀들에게는 그런 아픔을 대물림하지 않도록 ‘모성적 사랑’을 실천하도록 힘쓰십시다. 여성만이 어머니가 될 수 있지만, 모성적인 사랑은 남자도 할 수 있습니다. 십자가에서 드러난 하나님의 사랑, 그것이 모성적 사랑입니다. 모성적인 사랑을 실천하는 이 땅의 모든 어머니들에게 하나님의 축복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