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경북 문경의 한 폐채석장에서 50대 남성이 예수님처럼 십자가에 못박혀 죽은 것에 대해, 신학자와 목회자들은 정상적 기독교인의 행동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배본철 교수(성결대)는 “만약 자살이라면 광신적 심령이 불러온 소치”라며 “실제로 가톨릭 국가 등에서는 수난절에 자신을 십자가에 못박고 거리를 행진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그건 십자가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의 행동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배 교수는 또 “타살이라면 반기독교 세력들이 기독교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는 차원에서 한 것일 수 있다”고도 했다.

김영한 교수(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초대 원장)도 “십자가는 로마 시대 범죄자들을 처형하는 형벌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종교적 행위로 모방하는 것은 매우 광신적 행동”이라며 “인간이 예수님을 모방할 수는 없다. 우리가 십자가를 묵상하며 십자가를 진다는 것은 헌신을 다짐하는 영적인 의미이지 그것을 그대로 따라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결코 기독교적이지 않다”고 강조했다.

박형용 교수(서울성경대학원대학교)는 “십자가에 자신을 못박는 일은 외국에서 가끔 벌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예수님이 지셨던 십자가의 고난은 아무도 참여할 수 없다”며 “오직 예수님만이 가셔야 할 길이다. 그렇기에 십자가에 구속이 있고 구원의 길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는 “예수님께서 겟세마네 동산에서 당하신 고난은 아무도 대신할 수 없다. 그런 고통과 고난은 다른 누구도 나눠가질 수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태경 목사(샘물교회)는 “십자가에 못박혀 죽은 사람이 있다는 뉴스를 접하고 교인들과 이것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며 “공통된 의견은, 정상적 기독교인이라면 절대 그런 행동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성찬식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묵상하듯 십자가 역시 마찬가지다. 십자가의 희생과 고난을 묵상하며 그것을 삶으로 드러내는 것이지, 십자가를 똑같이 진다는 건 너무 비상식적”이라고 말했다.

한 평신도는 “너무 충격을 받았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내 눈을 의심할 정도”라며 “십자가는 정말 아름다운 것인데 그것이 오히려 섬뜩하고 무서운 것으로 비춰지는 것 같아 기독교인의 한 사람으로 매우 안타깝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겨레신문은 손봉호 석좌교수(고신대), 김경재 명예교수(한신대) 등과도 인터뷰했다. 손봉호 교수는 “시대착오적인 열광주의자의 행위처럼 보이는데 예수의 죽음을 흉내내는 것은 사람이 할 일이 아니다”라며 “이번 일로 기독교가 또 많은 비판을 받을까 염려스럽다”고 했다. 그는 “너무 수준 낮은 광신행위들이 교계 안에서 정화되지 않는 것은 한국 기독교의 큰 문제”라고 교계의 개선 노력을 주문하기도 했다.

김경재 교수는 “일부 광신적 신도들에게서 십자가를 주술적 능력이 붙은 것으로 보는 물신숭배적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오히려 예수의 십자가 정신을 우스꽝스러운 조롱 대상으로 만들게 된다”며 “초대 그리스도교 공동체에서 십자가는 자기 비움, 자기 희생, 자신을 낮춰 타인을 높이는 등 사랑 실천의 상징이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