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 눈에 까만 머리. 장난기 어리고 천진난만해 보이는 영락없는 한국 아이들. 하지만 입양아로 자라며 학교와 사회에서는 왠지 어색함을 감출 수 없던 아이들이 오늘은 신이 났다.

바로 나와 같은 아이, 부모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1년 만에 만났지만 어색함도 잠시. 이내 마음을 열고 태권도를 함께 즐기는 아이들의 얼굴에는 행복함이 가득하다.

올해로 8년째를 맞은 베다니장로교회(담임 최병호 목사)를 입양아 축제의 모습이다. 지난 30일(토) 이 축제의 자리를 함께한 50여명의 한인 입양아 가족들은 한복 입기와 붓 글씨 쓰기 등을 한국 문화를 체험하고 불고기, 잡채, 만두 등의 한국음식을 맛 봤다.

이 축제의 기쁨은 비단 아이들에게만 있지 않았다. 입양아 자녀를 키우며 겪었던 어려움과 기쁨들을 함께 공유하는 부모들 간에도 진솔한 이야기 꽃이 피어나기 때문. 여기에 강사로 나선 제니퍼 페로(Jennifer Fero) 씨의 간증은 마음 깊은 곳에 있던 아픔을 어루만져 감동의 눈물을 선사했다.

1974년 한국 서울에서 태어나 백인가정에 입양된 제니퍼 씨는 오레곤주 포틀랜드에서 양부모님이 낳은 오빠까지 네 가족을 이뤘다. 2007년 제작돼 입양 부모들 교육용으로 사용되고 있는 다큐멘터리 <어돕티드(Adopted)> 작업에 참여해 입양 가정의 필요화 현실을 알리기도 했다. 이 작품은 미국심리학회 추천 자료이기도 하다.

그녀는 인종이 다른 가정으로 입양되는 아이들을 돕기 위한 부모님의 노력과 가르침으로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밝히면서, 교육자로 성장해 현재 고등학교 교감으로 일하고 있다고 자신의 삶을 나눴다.

어느덧 8년 전 시작된 이 작은 움직임은 결실을 거둬 각 지역에 입양아 단체들을 활성화 시키고 입양아 가족간 네트워킹 강화하고 했다. 이에 채널 11에 이날 행사를 취재하는 등 주류사회의 관심도 점차 커져가고 있다.

하지만 아쉬움도 있다. 정작 정체성의 큰 혼란을 느끼고 있는 청소년들과 이로 인해 힘들어하고 있는 부모들의 참여가 적다는 것. 이에 대해 최병호 목사는 “행사가 8년이 지났으니 당연히 보여야 할 청소년들이 보이지 않는다. 행사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는 영어부에 이들의 참여를 이끌고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행사 기획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밝혔다.

단순히 교회가 제공하는 행사가 아닌 ‘그들의 필요를 채워주는 행사’가 되겠다는 것. 교회는 이를 위해 이날 행사의 평가지를 제공해 피드백을 강화하고 내년부터는 행사 준비위원에 입양아 가족을 포함시킨다는 계획이다. 입양아 가족의 의견에 따라 강사 선정부터 프로그램 전반에 걸친 행사 준비에 만전을 가하게 된다. 또 서로의 정보를 좀 더 구체적으로 공유하고 속 깊은 곳에 있는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워크샵도 추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