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장로교회 한병철 목사가 지난 3월 15일부터 24일까지 이주섭 목사(멤피스장로교회)가 인도하는 이스라엘 현장학습을 마치고 돌아왔다. 기념교회와 관광지를 방문하는 일반적인 성지순례가 아니라 예수님께서 직접 걸으셨고, 말씀하셨을 ‘성경의 실제 현장’을 학습하는 이번 방문은 ‘작지만 다양한 역동적인 땅, 이스라엘’을 경험하는데 더 없이 좋은 기회였다고 그는 밝혔다.

지병인 통풍으로 걷는데 불편함이 있어 출발하기 전날까지 혹시나 폐가 되지 않을까 염려했지만 이스라엘 행(行) 비행기를 타는 순간부터 통증이 사라지는 은혜도 체험했다. 지금까지 이스라엘을 방문할 기회가 세 번 있었지만, 번번히 놓치고 올 해 교회의 배려로 다녀온 이스라엘 현장학습에 대해 들어봤다.

-이스라엘 현장학습을 가게 된 동기가 있다면?

“목회자라면 꼭 한번 가봐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번번히 기회를 놓쳤다. 교회에서 30주짜리 ‘새롭게 열리는 성경’이라는 공부를 성도님들과 하는데 지리, 지도에 관한 게 4주 정도 나온다. 나름대로 책도 보고 자료를 찾아 가면서 설명해보지만, 마치 축구코치가 축구공 한번도 안 차보고 가르치는 것처럼 느껴지곤 했다.

이번에 이스라엘에 가면서 그 동안 가르친 것이 사실인지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아주 엉터리로 가르치지는 않았지만 직접 보니 역시 다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9박 10일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성경에 나오는 중요한 지역을 훑어 보고 와서 확실히 그림이 그려진다. 이제 성경공부 할 때 직접 찍은 사진을 보면서 할 수 있어 더 현장감이 살아난다.”

▲이스라엘 현지가 우기였던 만큼 방문 기간동안 비가 많이 왔는데, 갈릴리 호수를 둘러 볼 때 비가 그치고 선명한 쌍 무지개를 보여주셔서 일행은 많은 감격과 위로를 받았다고 한다.
-일정을 간단하게 소개해 달라.
“9박 10일 기간 중에 이틀 정도는 비행기 타는 시간으로 빼고, 8일 정도 현장을 돌아다녔다. 오전 6시에 기상해서 7시에 식사를 하고 8시에 현장을 출발해 저녁 식사를 할 때쯤 숙소로 돌아오는 빡빡한 일정이었다. 지중해에서 샤론평야, 골란고원과 가다라 지역을 돌아보고 갈릴리 지역을 가서 3일 정도 학습하고, 주변 헐몬산에 갔다가 요단강을 타고 내려와 여리고, 사해, 맛사다, 유대광야, 헤브론을 둘러본 뒤에 예루살렘에서 3일 정도 머물렀다. 예수님이 사역하신 지역과 함께 고대 성읍과 도로, 고고학 발굴 장소 등 일반적인 여행으로는 보기 힘든 곳들도 많이 다녔다. 성지순례 운전을 13년 넘게 했다는 운전기사도 이런 현장은 처음이라고 할 정도였다.

출발하기 전에 100페이지가 넘는 자료를 공부하고, 이스라엘에 가서도 그 전날 내일 방문할 지역을 세세하게 공부하고 머릿속에 넣고 가도록 하는데 그렇게 하니 현장을 한 눈에 볼 수 있었고, 전체적인 윤곽이 잡힌 듯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가 있다면?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는 ‘유대광야’였다. 풍토나 지형, 지리적으로 매우 낯설었고 새로웠다. 떠나기 전에 시편 23편을 설교하고 있었는데, 다윗이 양을 쳤던 유대광야 현장에서 의미 있게 그 말씀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가 말한 ‘푸른 초장’은 우리가 생각하는 기름진 초원이 아니라 정말 황량한 모래 언덕 위에 듬성 듬성 풀이 있는 곳이었다.

또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내려가는 길을 직접 걸어가면서, 예배도 드렸는데 가파른 벼랑에 난 좁은 길이었다. 만 하루가 걸리는 길로, 해가 지면 도저히 지나갈 수 없고 강도가 출몰했던 곳이다. 예루살렘을 방문하고 돌아가는 길에 12살 된 예수님을 잃어버린 줄 알고 다시 찾으러 간 부모가 가파른 벼랑 길을 되짚어 가면서 혹시나 발을 헛디뎌 떨어졌는지, 맹수들에게 잡혀 갔는지 살피면서 갔기 때문에 3일이 걸렸을 것이다. 이 길을 갔던 것이 퍽 인상에 남았다.”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내려 가는 길은 가파른 벼랑에 난 좁은 길이었다. 이곳에서 예배 드리고 기도하는 일행.
-이번 여행을 마치고, 가장 깊이 깨달은 면이 있다면?

“우선은 가보니까 한번으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성서의 현장을 실제적으로 경험해보니 목회자로서 자신감도 생기고, 성경을 읽을 때 도움이 많이 된다. 그 중에서도 가장 깊이 깨달은 것은 유대인들의 안식일 준수였다. 예수님은 바리새인들의 안식일 준수에 대해 비판적이셨고, 그래서 우리 안에도 알게 모르게 그런 태도가 있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형식이라도 유대인들이 철저하게 안식일을 지키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율법을 넘어 은혜 가운데 사는 자들인데 얼마나 더 소중하고 철저하게 주일을 지키고 있는가 돌아보게 됐다.

여행 중 안식일이 한번 있었는데, 금요일 밤이 되니 호텔에 가족단위의 유대인들이 많았다. 집에서는 전혀 노동을 할 수 없으니 호텔로 와서 안식일 식사를 하고, 안식일에만 운행하는 각 층마다 열리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호텔 방으로 들어가더라. 버튼을 누르는 것도 노동이기 때문에, 간혹 옆방에 사는 유대인들이 불을 좀 꺼달라고 부탁한다고 한다. 번화한 곳의 상점들도 금요일 오후부터 거의 문을 닫는다.

1948년 주권을 회복하기 까지 근 2천 년간 전 세계에 뿔뿔이 흩어져 있던 유대인들이 그 세월 동안 철저히 안식일을 지키면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켜왔다고 본다. 영토가 없고 언어가 없으면 그 민족은 소멸되기 마련인데, 유대인들을 지켜준 것은 그들이 지켜온 안식일이 아닐까?

우리도 은혜의 복음을 믿는 자들로서 유대인들이 율법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보다 더 복음을 귀하게 여기고, 주일을 지켜야겠다고 묵상하는 시간이었다.”

-앞으로 또 방문할 계획이 있는가?

“이번에도 많은 성도님들과 함께 가고 싶었는데 여러 가지 형편으로 장로님 부부하고만 가게 됐다. 이미 3년 뒤에 다시 갈 것이라고 광고를 했고, 이를 위해 지금부터 시간과 재정을 헌신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내 것을 내려 놓지 않으면 귀한 현장의 경험은 얻기 힘들기 때문이다.”

▲유대광야.